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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02

예술이 된 소파, 알로소와 여섯 작가가 만났다

디자인 마이애미 서울에서 만난 알로소의 첫 창작 프로젝트 ‘Alloso DIALOGUES’
알로소의 소파가 여섯 작가의 손을 거쳐 전혀 다른 작품으로 변했다. 〈디자인 마이애미 서울 2026〉에서 처음 공개된 ‘Alloso DIALOGUES’를 살펴보고, 참여 작가들에게 소파를 바라본 시선부터 재료와 제작 과정까지 직접 물었다.
디자인 마이애미 서울 2026〈Layers of Resonance: 겹쳐진 시간, 이어지는 울림〉 전시 현장 ⓒ헤이팝

검은 가죽을 뚫고 단단한 나무 조각이 솟아나고, 라탄은 소파의 몸체를 따라 불규칙하게 엉켜 있다. 매끈한 패브릭 위로는 자갈이 군집을 이루고, 푹신한 소파 안쪽에 숨어 있던 스펀지는 외피를 벗었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소파인데, 앉기 위한 가구라는 기능을 잠시 잊게 만든다.

 

이 낯선 풍경은 프리미엄 소파 브랜드 알로소(Alloso)가 〈디자인 마이애미 서울 2026〉에서 선보인 전시 〈Layers of Resonance: 겹쳐진 시간, 이어지는 울림〉에서 만날 수 있다. 디자인 마이애미는 갤러리와 디자이너, 브랜드 등이 모여 컬렉터블 디자인을 소개하는 글로벌 디자인 페어다. 알로소는 올해 서울 행사에 공식 파트너로 참여해 창작 프로젝트 ‘Alloso DIALOGUES’를 처음 공개했다. 그 첫 번째 시도로 알로소의 소파를 국내 작가 6인에게 건네고, 각자가 오랫동안 다뤄온 재료와 작업 방식으로 다시 해석하도록 했다.

물성과 컬러, 그리고 시간

전시장에는 작가들의 기존 작품과 알로소 소파들도 함께 놓였다 ⓒ헤이팝

소파는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패브릭과 가죽부터 스펀지와 금속까지 성질이 다른 여러 재료가 겹쳐 하나의 형태를 이룬다. 여기에 사람이 앉고 기대며 보내는 시간이 더해지면서 표면에는 또 다른 흔적이 쌓인다. 알로소가 이번 프로젝트에서 주목한 것도 하나의 소파 안에 공존하는 서로 다른 물성과 색, 그 위로 축적되는 시간이다. 형태와 기능이 완성된 제품을 다시 창작자에게 건네고, 작가가 오랫동안 다뤄온 재료와 만나게 하며 기존의 쓰임과 인상을 변화시켰다.

 

여섯 작가가 가져온 재료는 제각각이다. 이종원은 건축 구조재로 쓰이는 PSL을, 박성준은 라탄을, 이형준은 스테인리스를 소파와 결합했다. 이영현은 반대로 소파 안에 숨어 있던 스펀지를 밖으로 꺼내 레진과 만나게 했고, 황다영은 자갈을 하나씩 표면에 쌓았다. 장새샘은 물과 압력, 마찰로 양모를 엉키게 하는 웨트 펠팅으로 소파 위에 또 하나의 피부 같은 표면을 만들었다. 소파라는 동일한 출발점에서 시작했지만, 결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작가들은 처음 소파를 마주했을 때 무엇을 보았을까. 익숙하게 다뤄온 재료는 낯선 가구 위에서 어떻게 달라졌고, 이미 완성된 소파를 다시 만드는 과정에서는 어떤 예상 밖의 순간을 만났을까. 헤이팝이 여섯 명의 작가에게 직접 물었다.

이종원, We Come From Far Away
검은 가죽 소파 위로 색색의 조각이 솟아 있다. 반듯하게 가공된 산업용 구조재도 이종원의 손을 거치면 오랜 세월 땅속에 묻혀 있다 막 모습을 드러낸 결정처럼 보인다. 단단한 조각은 가죽의 표면을 누르고 파고들며 주름과 굴곡을 만들고, 익숙했던 소파의 인상을 낯설게 바꾼다. 이 장면의 시작에는 작가의 아주 사적인 기억이 있다. 어린 시절 살갗에 달라붙던 가죽의 촉감과 소파 곳곳에 박혀 있던 버튼의 이미지다. 20여 년 전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소파를 침식하듯 번져가는 형태로 다시 나타났다.

ㅡ 작가님은 평소 촉각이 예민한 편이라고 들었습니다. 가죽 소파의 촉감과 유연한 물성은 이번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어린 시절의 많은 기억이 가죽 소파와 함께합니다. 살이 쩍쩍 달라붙는 감촉이 싫어 천을 깔아두고 쓰기도 했어요. 좋든 싫든 제 기억 속에 크게 자리한 오브제죠. 가죽 소파는 사람이 앉았다 일어나면 눌린 자국이 바로 사라지지 않아요. 손으로 툭툭 두드려줘야 원래 형태로 돌아오기도 하고요. 저는 작업에서 무언가가 흔적을 남기고, 침입하고, 전염되듯 퍼져나가는 언어를 자주 다루는데, 그런 점에서 가죽 소파의 성질과 잘 맞았습니다. 기억과 흔적이 표면과 구조에 남고, 다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제 작업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축이거든요.

 

ㅡ 여러 제품 가운데 검은 가죽의 SATI CUBE SWIVEL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형태와 착석감, 가죽의 질감과 컬러 가운데 특히 작업의 출발점이 된 요소가 있었나요? 

어린 시절 집에 있던 가죽 소파에는 버튼이 여러 개 달려 있었어요. 당시에는 어느 집에 가도 색만 조금 다를 뿐, 비슷한 형태의 가죽 소파를 흔히 볼 수 있었잖아요. 제게 가장 친숙한 소파의 이미지 역시 자연스럽게 검은 가죽과 여러 개의 버튼이 있는 형태였고, 이번 작품 역시 그 이미지에서 출발했어요. 요즘에는 소파 버튼이 디자인적으로 불필요한 요소로 여겨져 많이 사라지는 추세지만, 제게는 오히려 기억과 작업 언어가 맞닿는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는 그 특징을 더 과장하고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싶었어요. 가죽 소파를 선택한 것도 버튼이 들어가며 생기는 엠보싱과 가죽의 주름이 훨씬 극적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ㅡ 단단한 PSL을 부드러운 소파에 결합하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가구를 전공해 소파의 기본적인 구조는 알고 있었지만, 작업 공정상 소파를 직접 뜯어볼 수는 없었어요. 내부 구조를 어느 정도 상상하며 작업해야 했는데, 실제 구조가 예상과 달라 하드웨어를 소파 프레임에 고정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일부는 가죽과 스펀지처럼 부드러운 소재 안으로 말려 들어가듯 고정했는데, 오히려 예상보다 단단하게 잡히더라고요.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처음 구상했던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ㅡ 일상에서 소파를 바라보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나요? 

혼자 살고 있어서 소파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어요. 그런데 소파가 없으면 자연스럽게 와식 생활을 하게 되더라고요. 밥을 먹고 바로 눕거나, 누운 채 휴대폰을 보는 식으로요. 이번 작업을 하면서 가구가 사람의 행동 패턴을 자연스럽게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소파 하나가 생활 자세와 습관까지 다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거죠. 작업을 마치고 나니 저도 소파에 대한 갈증이 생겼습니다.

ㅡ 알로소 다이얼로그의 시작을 함께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소감과 앞으로 기대하는 바를 들려주세요.

〈디자인 마이애미 서울 2026〉을 시작으로 작품이 다른 국가와 문화권에서도 전시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개인적인 경험과 취향에서 출발한 작품이 다른 문화와 사회 안에서도 비슷한 감각이나 기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이번 작품 역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에게도 각자의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 되었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작업을 통해 가죽과 PSL Beam을 결합하는 방식에 큰 흥미가 생겨 관련 작업을 더 이어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박성준, Boils
SATI CUBE의 반듯한 몸체 사이로 라탄이 불쑥 솟아오르고, 방향을 바꾸며 얽힌다. 멀리서 보면 정돈된 소파 위에 이름 모를 식물이 자라난 것처럼도 보이기도 한다. 박성준은 라탄을 엮으며 직조가 얼마나 자유로운 부피와 형태를 가질 수 있는지 실험해왔다. 이번 작품에서도 라탄은 소파의 선을 얌전히 따르기보다 곳곳에서 부풀고 흐트러지며 스스로의 리듬을 만든다. 하지만 그 자유로운 형태를 떠받치는 건 의외로 치밀한 구조다. 정제된 소파와 단단한 철사, 자유롭게 뻗어나가는 라탄이 서로 밀고 당기며, 익숙한 가구를 낯선 생명체 같은 덩어리로 바꿔놓는다.

ㅡ 소파의 형태를 따라 직조한다는 조건은 기존 작업과 어떤 차이를 만들었나요?

기존 작업에서는 철사를 위아래로 목재 구조에 단단히 고정한 뒤, 그 위에 라탄을 엮어 형태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소파는 아래쪽에는 프레임이 있지만 위쪽에는 쿠션밖에 없어 철사를 어떻게 고정할지가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기존과는 다른 구조 안에서 직조의 기반부터 새롭게 만들어야 했죠.

 

ㅡ 여러 제품 가운데 SATI CUBE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소파의 형태와 볼륨, 패브릭의 질감과 컬러 가운데 특히 작업의 출발점이 된 요소가 있었나요? 

이번 작품에서도 그간 계속 다뤄온 ‘대조(Contrast)’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SATI CUBE는 직선적이고 정제된 형태가 돋보이는 소파예요. 이처럼 절제된 조형 위에 자유롭고 다이내믹한 라탄의 양감을 더하면, 서로 다른 조형 언어가 한층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ㅡ 평소 손의 직관과 재료가 만드는 우연을 중요하게 여긴다고요. 이번 작품은 어땠나요?

전체적인 방향과 흐름은 계획했지만 세부적인 형태까지 미리 정해두지는 않았어요. 작업하다 보면 라탄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휘거나, 표면이 불룩하게 솟고 들어가면서 계획에 없던 형태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저는 그런 부분을 일정한 모양으로 다시 정리하기보다 재료가 만들어낸 결과로 받아들이려고 했어요. 다만 우연히 생긴 형태가 단순히 거칠거나 미완성으로 보이지 않도록 전체적인 구조와 균형은 계속 조율했습니다.

ㅡ 라탄 직조는 같은 손동작을 오랫동안 반복하며 형태를 쌓아가는 작업입니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손길이 필요했던 부분은 어디였나요? 

라탄을 반복해서 엮는 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건 오히려 라탄을 쌓아 올릴 기반을 만드는 일이었어요. 소파에 철사를 하나하나 고정하고, 그 위에 만들어질 라탄 면이 소파의 표면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조율하는 데 특히 공을 들였습니다. 기반을 탄탄하게 잡아둔 덕분에 이후 직조에서는 의도했던 자유롭고 불규칙한 형태를 비교적 순조롭게 만들어갈 수 있었어요.

 

ㅡ 평소 가구의 기능뿐 아니라 시각적인 존재감 역시 중요하게 여긴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작품이 공간 안에서 어떻게 보이길 바랐나요? 

일반적으로 소파는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벽에 붙여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익숙한 배치에서 벗어나, 알로소의 소파가 공간의 중심에 놓이고 그 자체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길 바랐어요.

 

ㅡ 알로소 다이얼로그의 첫 시작을 함께한 소감과 앞으로 기대하는 바를 들려주세요.

알로소 다이얼로그의 첫 시작을 함께할 수 있어 뜻깊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동안 이어온 작업 방식과 조형 언어를 이미 완성된 하나의 소파에 적용해본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었어요. 알로소가 가진 가구의 정체성과 제가 다뤄온 라탄이라는 재료가 만나 서로 다른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앞으로 알로소 다이얼로그가 다양한 작가의 시선과 작업 방식을 통해 가구를 새롭게 바라보고, 예상하지 못했던 모습까지 발견하는 프로젝트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이형준, 시간이 머무는 자리 Where Time Rests
이형준의 스테인리스는 좀처럼 차갑게 머물지 않는다. 파이프 피팅은 오래된 나무처럼 가지를 뻗고, 매끈한 금속 표면에는 손으로 갈아낸 나이테가 생긴다. 규격화된 산업 소재에 반복적인 손의 흔적을 더해 자연의 형태와 생명성을 불러내는 것이 그가 오랫동안 이어온 방식. 이번에는 그 나이테가 부드러운 SATI 위로 올라왔다. 사람이 소파에 앉아서 쉬고 대화를 나누는 동안 축적됐던 시간을 마치 나무가 살아온 시간을 몸 안에 새기듯 밖으로 꺼내 보였다. 반듯한 소파 사이로 불규칙한 금속의 나이테가 솟아난 모습은, 익숙한 가구에도 저마다의 시간이 켜켜이 자라고 있다는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ㅡ 기존 작업과 달리 이번에는 완성된 제품인 ‘소파’를 다뤘습니다. 새롭게 보게 된 것이 있었나요? 

그동안 저는 스테인리스와 산업 부품처럼 생명력이 없는 소재에 손의 흔적을 더해 자연의 형태와 생명성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접근했어요. 소파는 단순한 산업 제품이 아니라 사람이 쉬고 대화하며 오랜 시간을 보내는 사물이잖아요. 사람의 시간과 기억이 축적되는 하나의 장소로 바라보게 됐죠. 나무가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나이테로 남기듯 소파에도 사람의 시간이 쌓인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 보이지 않는 시간을 Wood Stack의 나이테를 통해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ㅡ 여러 제품 가운데 SATI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어떤 부분에서 연결점을 발견했나요?

SATI를 처음 봤을 때 사각형을 기반으로 한 직선적인 형태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 작업에서도 산업사회를 상징하는 규격화된 형태와 자연의 유기적인 형태 사이의 관계는 중요한 요소예요. SATI의 정돈된 사각 구조 위에 불규칙한 나무 단면 형태의 Wood Stack을 배치해 서로 다른 형태가 만들어내는 긴장감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또 부드럽고 따뜻한 패브릭과 차갑고 단단한 스테인리스의 대비도 흥미로웠어요. 서로 다른 두 존재가 각자의 성질을 유지하면서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이번 작업에서 생각한 ‘공명(Resonance)’이기도 합니다.

ㅡ 금속 표면을 직접 갈아내며 나이테를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나이테의 형태는 어느 정도 미리 계획하나요?

나이테의 전체적인 방향은 생각하지만 정확한 선을 미리 계획해서 그리지는 않습니다. 작은 그라인더를 쥔 손의 움직임을 따라 한 줄씩 자연스럽게 만들어갑니다. 같은 행동을 반복하더라도 완전히 같은 선은 만들어지지 않죠. 저는 오히려 그 미세한 차이와 불완전함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대량생산이 동일한 것을 반복해서 만들어낸다면, 저는 반복적인 손의 움직임을 통해 하나뿐인 흔적을 만들어내는 셈이에요. 생명력이 없는 스테인리스에 시간과 생명성을 불어넣는 저만의 수행이기도 합니다.

 

ㅡ 푹신하고 유연한 소파의 표면에 단단하고 차가운 스테인리스가 돌출되어 있습니다. 서로 성질이 크게 다른 두 재료를 한 작품으로 결합할 때 유념한 부분이 있었나요?

두 재료의 차이를 감추기보다 오히려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소파는 부드럽고 따뜻하며 사람의 몸을 받아들이지만, 스테인리스는 차갑고 단단한 산업 소재예요. 하지만 제가 만드는 스테인리스는 나무의 형태와 나이테가 더해지면서 자연의 이미지를 품게 됩니다. 그래서 금속 조각을 소파 전체에 가득 배치하기보다 여백을 두고, SATI가 가진 형태와 기능이 그대로 살아 있도록 했어요. 서로 다른 물성이 만났을 때 오히려 상대의 성질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 그 관계가 이번 작품에서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ㅡ 스테인리스 조각이 마치 소파에서 자라나거나 증식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소파에 금속 조각을 장식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제가 상상한 건 소파 안에 축적된 시간이 나이테의 형태로 표면 밖까지 자라나는 장면이에요. 사람은 소파에서 쉬고 대화하고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고, 나무 역시 살아온 시간을 나이테로 몸 안에 기록하잖아요. 저는 그 두 가지 시간을 연결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작품의 제목도 〈시간이 머무는 자리 / Where Time Rests〉라고 정했어요. 익숙한 소파에서 어느 순간 낯선 생명력이 자라나는 듯한 작품으로 보였으면 합니다.

 

ㅡ 알로소 다이얼로그 프로젝트에 참여한 소감과 앞으로 기대하는 바를 들려주세요.

금속 조형 작가로서 이미 완성된 디자인을 가진 알로소 소파와 제 작업을 연결해보는 일은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제 작품을 일방적으로 더하기보다 SATI가 가진 형태와 기능을 존중하면서, 두 작업이 어떻게 공명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어요. 그 과정에서 소파 역시 단순한 가구를 넘어 사람의 시간과 기억을 담는 사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알로소 다이얼로그가 서로 다른 분야의 창작자들이 각자의 언어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관계와 가능성을 만들어가는 장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황다영, 사이의 흔적들 Trances in between
황다영에게 자갈은 작은 ‘점’이자 형태를 만들어가는 단위다. 하나씩 놓인 자갈은 모이고 흩어지며 예상하지 못한 표면과 흐름을 만든다. 이번에는 그 점들이 ELMER의 부드러운 곡선을 타고 번져나갔다. 크고 매끈한 소파의 몸체 위로 작고 단단한 자갈이 군집을 이루고, 어떤 곳에서는 촘촘히 쌓였다가 또 어느 지점에서는 느슨하게 흩어진다. 형태는 여전히 익숙한 소파인데, 표면에서는 전혀 다른 생명감이 감돈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 안에 숨어 있던 무언가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듯, 자갈은 익숙한 가구 위에 낯선 풍경을 자라나게 한다.

ㅡ 직접 만든 조형 위에 자갈을 하나씩 붙이며 작품을 만들어왔습니다. 이번에는 이미 완성된 ELMER를 바탕으로 삼았는데요. 여러 제품 가운데 ELMER를 선택한 이유와, 처음 소파를 마주했을 때 눈에 들어온 특징이 궁금합니다.

저는 감각과 감정을 기반으로 서로 다른 재료가 지닌 물성과 그 대비를 표현해왔습니다. 대표적인 〈Under the Sea〉 시리즈에서는 형태를 직접 조각한 뒤 자갈을 하나씩 붙여 마감했는데요. 이미 완성된 가구에 자갈을 더하는 것은 처음이라 기존 작업과는 다른 고민과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처음 프로젝트 제안을 받았을 때는 SATI를 생각했어요. 이후 알로소 측에서 제가 자주 사용하는 유기적인 곡선과 ELMER가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제안해주셨죠. 실제로 보니 넓고 부드럽게 이어지는 곡선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하나의 크고 부드러운 덩어리 같은 소파 위에 작고 복잡한 형태의 자갈이 더해지면 두 재료의 대비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ㅡ 자갈이 소파 표면 위로 번지거나 자라나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ELMER를 처음 봤을 때 하나의 커다란 생명체 같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형태 자체를 완전히 바꾸기보다 부드러운 곡선을 따라 무언가가 표면 위에서 생겨나고 퍼지는 듯한 모습을 만들고 싶었죠. 그래서 자갈도 일정한 밀도로 채우지 않고, 어떤 부분에서는 모이고 다른 부분에서는 자연스럽게 흩어지도록 배치했습니다. 완성된 패턴을 만드는 것보다는 작은 점들이 하나씩 모여 전체적인 흐름을 만들어가는 방식에 가까웠어요. 특정한 풍경이나 이미지로 규정하기보다 소파 표면에서 무언가가 계속 움직이고 변화하는 듯한 생명력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 생명체로도, 하나의 풍경이나 전혀 다른 무언가로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ㅡ 기존 작업과 달리 곡면이 많고 유연한 패브릭 소파 위에서 작업해야 했습니다. 기존 작업과 어떤 점이 달랐나요?

기존에는 형태를 직접 만든 뒤 자갈을 붙였기 때문에 전체적인 구조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었어요. 반면 이번에는 이미 완성된 소파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작업해야 했죠. 특히 패브릭은 표면이 단단하지 않고 곡선도 많아서 자갈 하나하나의 위치와 각도, 간격을 계속 확인해야 했습니다. 자갈을 많이 붙이는 것보다 전체적인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게 중요했어요. 하나씩 위치를 잡고 쌓아가다 보니 기존 작업보다 훨씬 천천히 진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ㅡ 그간 색감이 강한 컬러를 사용한 작품도 많았습니다. 이번에는 자갈 본연의 색을 살렸네요.

처음에는 다양하고 강렬한 색을 사용하는 방법도 생각했어요. 그런데 작업을 이어가면서 ELMER의 부드럽고 따뜻한 패브릭과 자갈의 단단하고 거친 질감만으로도 충분히 강한 대비가 만들어진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색을 더하기보다 재료 본연의 색을 살리는 편이 두 재료의 차이를 더 잘 보여줄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색이 주는 인상보다 재료를 직접 보고 만졌을 때 느껴지는 감각의 대비에 집중하고 싶었습니다.

ㅡ ‘소파’라고 하면 부드럽고 편안한 촉감을 예상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단단하고 거친 자갈이 표면을 덮고 있는데요. 이런 낯선 소파를 관람객이 어떻게 느끼길 바랐나요?

이번 작업에서는 소파가 가진 익숙한 기능과 감각을 조금 낯설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소파를 보면 자연스럽게 앉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자갈이 더해지는 순간 시각적으로는 여전히 소파지만, 전혀 다른 촉감을 상상하게 되거든요. 부드러울 것이라 예상한 곳에서 단단하고 거친 물성을 마주하는 거죠. 저는 이런 예상과 실제 감각 사이의 차이가 흥미롭다고 생각해요. 꼭 앉을 수 있는 가구를 만드는 것보다, 익숙한 가구의 형태를 통해 관람객이 자신의 감각을 한 번 더 의식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ㅡ 알로소 다이얼로그의 첫 시작을 함께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소감과 앞으로 기대하는 바를 들려주세요.

이미 완성된 가구를 하나의 작품으로 바라보고 다시 해석하는 과정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ELMER라는 기존 형태에 제 작업 방식과 재료를 더하면서 하나의 가구도 작가의 시선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읽힐 수 있다는 점을 보여드릴 수 있어 의미 있었어요. 앞으로도 알로소 다이얼로그가 익숙한 가구를 다양한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프로젝트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이영현, Naked Elmer
완성도가 높은 사물일수록 우리는 그 안을 좀처럼 의심하지 않는다. 매끈한 천과 푹신한 쿠션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굳이 들여다보지 않은 채, 그저 잘 만들어진 소파로 받아들인다. 이영현은 바로 그 익숙함에 틈을 낸다. ELMER PAPA의 외피를 걷어내고 스펀지를 파내자, 평소에는 감춰져 있던 색과 층, 구조가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편안함을 위해 안쪽에 숨겨져 있던 재료가 작품의 가장 바깥으로 드러나는 순간, 익숙했던 소파는 우리가 알던 것과는 다른 얼굴을 갖기 시작한다.

ㅡ 길가에 버려진 의자를 활용한 〈소싯적〉 시리즈에서는 수집한 의자의 첫인상에서 작업을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ELMER PAPA를 처음 마주했을 때 어떤 이미지나 감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나요?

둥글둥글하고 귀엽다는 인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보기에는 푹신해 보이는데 실제로 앉아보니 몸이 깊이 꺼지기보다 탄성 있게 받쳐주는 느낌도 인상적이었고요. 무엇보다 형태와 패브릭까지 이미 완성도가 높은 소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여기에 무엇을 더할 수 있을지 오히려 막막했어요. 외형에 무언가를 덧붙이는 방식으로는 ELMER PAPA가 가진 인상을 넘어가기 어렵다고 느꼈거든요. 그러다 ‘겉에 더할 것이 없다면 안으로 들어가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평소 마주하는 소파의 모습이 아니라, 그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고 어떤 구조로 만들어져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데서 이번 작업이 시작됐어요.

ㅡ 작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외피를 벗겨내면서 예상과 달랐던 구조나 재료를 발견한 순간도 있었나요?

가장 먼저 소파의 천을 모두 벗겨냈습니다. 처음에는 쉽게 분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감이 굉장히 촘촘하고 견고해서 예상보다 어려웠어요. 천을 걷어낸 뒤에도 바로 스펀지가 나오는 게 아니라 솜이 한 겹 더 있었고, 스펀지 역시 내부 프레임과 단단하게 결합돼 있었습니다. 겉으로 보이지 않는 내부까지 높은 완성도로 만들어져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작업하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그 완성도 때문에 해체가 어려울 정도였죠. 그래서 완전히 분리하기보다는 솜을 걷어내고 스펀지를 부분적으로 직접 파내면서 안쪽의 재료와 프레임이 드러나도록 작업했습니다. 완성된 소파를 해체하는 일이면서,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ELMER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했어요.

 

ㅡ 이번 작품에서 레진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부드럽고 다공성인 스펀지와 굳으면 단단해지는 레진을 함께 사용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스펀지와 레진을 함께 작업해보니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 재료였습니다.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액체 상태의 레진을 흡수하고, 레진이 경화되면 스펀지는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채 단단하게 굳어요. 일반적인 레진 작업에서는 형태를 만들기 위해 몰드가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스펀지는 그 자체가 형태이면서 일종의 몰드 역할도 할 수 있었죠.

 

이번에는 스펀지와 내부 구조가 따로 분리돼 보이기보다 하나의 형태 안에서 함께 드러나길 바랐어요. 그래서 스펀지에 레진을 침투시켜 굳힌 뒤 표면을 깎고, 다시 레진을 쌓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약 3주 동안 이 작업을 이어가자 스펀지에 남아 있던 제작의 흔적과 여러 색이 예상치 못한 무늬로 드러나기 시작했어요. 제 눈에는 대리석처럼 보이기도 했고, 투명한 레진 층은 광물의 단면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레진은 스펀지를 단단하게 만드는 동시에, 안쪽에 숨어 있던 색과 흔적을 표면으로 끌어내는 재료가 됐어요.

ㅡ 작품을 가까이 보면 마치 누군가 뜯어 먹거나 파낸 것처럼 움푹 패여 있고, 스펀지와 레진의 경계도 또렷하지 않습니다. 이런 흔적을 그대로 남긴 이유가 궁금합니다. 

처음부터 매끈하게 정리된 형태를 만들기보다 소파가 가진 재료의 물성과 스펀지 표면을 어느 정도 그대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파낸 부분도 반듯하게 정리하지 않고 손으로 뜯고 깎아낸 자국이 보이도록 두었어요. 스펀지를 파내는 과정에서는 안쪽에서 어떤 재료나 구조가 나타날지 정확히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조금씩 확인하면서 어디까지 드러낼지를 결정했습니다. 레진도 다공성인 스펀지에 스며들며 어떤 부분에서는 깊게 침투하고, 다른 부분에서는 표면에 고이거나 기존의 색과 섞였어요. 그런 우연을 지우기보다 재료를 직접 다루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긴 결과로 받아들이고 싶었습니다. 완성된 표면에는 제가 만든 형태와 원래 소파가 지닌 흔적, 작업 과정에서 우연히 만들어진 모습이 함께 남아 있어요.

 

ㅡ ELMER PAPA는 본래 몸을 편안하게 받치는 소파지만, 이번 작업을 거치며 전시장에서 바라보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앉는 가구’에서 ‘보는 대상’으로 바뀌는 경험을 어떻게 생각했나요?

이번 작업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것들에 관심을 두었습니다. 우리는 소파를 볼 때 형태나 촉감, 앉았을 때의 편안함은 쉽게 느끼지만, 그 안에 어떤 재료가 쓰였고 어떻게 겹쳐 있는지는 거의 의식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ELMER의 실루엣은 최대한 유지하면서 외피를 걷어내 내부를 드러냈습니다. 몸을 받아주던 부드러운 스펀지도 레진으로 굳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소파의 물성을 바꿨고요. 멀리서 보면 여전히 ELMER라는 소파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색과 재료, 구조가 보입니다. 앉아서 사용하던 소파를 잠시 바라보는 대상으로 바꾸면서, 익숙한 사물 안에 숨어 있던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ㅡ 프로젝트에 참여한 소감과 앞으로 기대하는 바를 들려주세요.

완성된 제품을 다시 해체하고 하나의 작업 재료로 바라보는 경험 자체가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처음 정해둔 결과를 그대로 만들어가기보다 실제 ELMER를 뜯고 내부를 발견하면서 그다음 작업 방식을 계속 결정해나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하나의 소파도 작가의 시선과 사용하는 재료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다는 점 역시 재미있었습니다. 앞으로 알로소 다이얼로그가 익숙한 가구를 다양한 방식으로 다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가길 기대합니다.

장새샘, 숨 Whisper
장새샘의 숨은 누군가 오래 머물다 간 자리처럼 보인다. QUERENCIA의 둥근 몸을 따라 양모가 번지고, 어느 곳에서는 부드럽게 포개지다가 또 어느 곳에서는 상처처럼 엉키고 부풀어 오른다. 서로 다른 색과 결의 조각들은 붙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하고, 사람이 앉았던 자리에는 미처 지워지지 않은 흔적이 남는다. 그 표면에는 포근함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상처와 슬픔까지 품은 채 다시 아물고, 서로에게 닿으려는 마음이 함께 겹쳐 있다. 작가는 이를 소파 위를 오고 가는 ‘숨’에 빗댔다. 누군가의 체온이 사라진 뒤에도 자리가 한동안 따뜻하듯, 이 소파에는 사람과 사람이 남긴 마음이 천천히 머문다.

ㅡ 그동안 피부를 감정과 기억이 쌓이는 경계로 바라보고 작업해왔습니다. 소파와 피부 사이에서 어떤 연결점을 발견했나요? 

소파 역시 천이나 가죽으로 표면이 덮여 있잖아요. 그 위에 또 하나의 껍질을 덧씌우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번에는 크바드라의 양모 혼방 패브릭을 뒤집어 사용했는데, 겉으로 드러나지 않던 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피부 안쪽의 조금 더 내밀한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기존 소파 패브릭과 양모의 물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마치 원래부터 한 몸이었던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요. 전체적으로는 QUERENCIA의 기존 선과 곡선을 따라 새로운 표면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작업했습니다.

ㅡ 웨트 펠팅이라는 기법이 익숙하지 않은 독자도 많을 것 같습니다. 어떤 방식의 작업인지 설명해 주세요.

저는 순수미술을 전공했고, 초기에는 명상적 회화를 통해 수행적인 태도를 탐구했어요. 이후 해소되지 않은 마음의 한 부분을 발견하면서 양모를 활용한 웨트 펠팅으로 작업을 옮겼고, 피부를 하나의 주제로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웨트 펠팅은 양털에 비눗물을 더하고 마찰을 일으켜 섬유를 서로 엉기고 수축시키는 기법이에요. 여러 겹을 쌓고 반복해서 융축시키는 과정이 상처가 생기고 다시 아물어가는 모습과 닮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저에게 펠트 작업은 신체적·정서적 경험에서 비롯된 감각을 물질로 옮기고,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내면의 흔적을 드러내는 과정이기도 해요. 이번 협업에서는 그 감각을 치유를 넘어 위로와 유대로 확장해보고 싶었습니다.

 

ㅡ 여러 제품 가운데 QUERENCIA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알로소와의 첫 미팅에서 QUERENCIA가 심장의 형태에서 출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다른 소파보다 낮고 차분한 인상도 있었고요. 심장을 닮아 조용히 뛰고 있는 듯한 형태가 제가 이번 작업에서 전하고 싶었던 감정과 잘 맞닿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작업실에 소파를 들인 뒤 오랫동안 직접 앉아보며 작업의 방향을 고민했어요. 특히 등받이가 완전히 고정돼 있지 않아 각자의 위치를 유지하면서도 유연하게 움직인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모습에서 ‘따로 또 같이’ 존재하면서 서로 기대는 관계를 떠올렸어요.

 

ㅡ 양모와 소파 모두 포근하고 따뜻한 감각을 떠올리게 하지만, 완성된 작품에는 거칠고 상처 입은 듯한 표면도 함께 보입니다. 이런 상반된 감각을 담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집은 가장 편안한 장소이면서 동시에 여러 슬픔과 기억이 쌓이는 곳이기도 하잖아요. 저는 진정한 포근함과 따뜻함이란 밝고 편안한 감정만이 아니라 한쪽으로 치우친 마음까지 함께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크바드라 패브릭을 고를 때도 매끈한 앞면보다 거친 뒷면에 더 마음이 갔어요. 맨살이 닿기에는 따가울 정도였지만, 그 거친 표면 덕분에 양모가 훨씬 자연스럽게 자리 잡기도 했죠. 그래서 작품에 남은 상처 같은 흔적 역시 감추기보다 그대로 품고 싶었습니다. 제게는 그 지점이 상처의 흔적이면서 동시에 다시 무언가가 피어나기 시작하는 자리처럼 느껴졌어요.

ㅡ 작품 제목에 ‘숨’이라는 단어를 붙인 이유가 궁금합니다. 

소파의 앞뒤 등받이에 여러 색의 양모를 겹겹이 쌓아 작업했습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만든 조각들이 서로 붙었다가 떨어지는 지점을 사람 사이의 만남과 헤어짐처럼 바라봤어요. 사람이 앉거나 다리가 닿는 부분에는 웨트 펠팅 대신 고동색 자연 양모를 직접 니들 펠팅해, 누군가 머물다 일어난 흔적처럼 남겼습니다. 그 자리에 사람의 ‘숨’이 남아 있다는 의미를 담아 제목을 그렇게 정했어요. 알로소의 소파 역시 수많은 사람이 머물고 떠나며 각자의 숨을 품게 되겠지요.

 

ㅡ 알로소 다이얼로그의 첫 시작을 함께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소감과 앞으로 기대하는 바를 들려주세요.

포근한 소파에 어쩌면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는 내밀한 이야기를 담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평소 일상을 자각하거나 명상할 때면 주변의 환경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제 모습을 발견하곤 하는데요. 이번에는 소파라는 일상적인 가구를 통해 그런 마음과 경험이 더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프로젝트를 함께하며 여러 사람과 의견을 나누고 작업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도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글·사진 김기수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알로소

프로젝트
〈Layers of Resonance: 겹쳐진 시간, 이어지는 울림〉
장소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랩
주소
서울 중구 을지로 281
일자
2026.09.01 - 2026.09.20
시간
디자인 마이애미 서울 2026 | 화요일 - 토요일 10:00 - 20:00, 일요일 10:00 - 18:00 (9/1 - 9/6)
알로소 청담 플래그쉽 전시 | 매일 10:00 - 20:00 (9/7 - 9/20)
주최
알로소
참여작가
이종원, 박성준, 이형준, 황다영, 이영현, 장새샘
김기수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믿는 음주가무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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