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필을 넘기다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호감을 표시하고, 상대와 매치되면 대화를 시작한다. 2012년 출시된 틴더(Tinder)는 이른바 ‘스와이프 매칭’ 방식을 대중화한 글로벌 데이팅 앱이다.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상대를 찾는 것이 기본이지만, 원하는 도시를 선택하는 ‘패스포트 모드(Passport Mode)’도 제공한다. 서울에 있으면서 도쿄나 파리, 방콕에 있는 이용자를 미리 살펴보고, 대화 나눌 수 있는 기능이다.
올여름 틴더 코리아는 패스포트 모드를 중심으로 〈사랑에 정해진 거리는 없어〉 캠페인을 시작했다. 유명한 관광지 대신 로컬 문화를 경험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하려는 Z세대 여행 방식에 주목한 것이다. 우연한 만남을 기다리는 대신, 준비 단계부터 현지인과 연결돼 정보를 주고받거나 여행 메이트를 미리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한 팝업 〈틴더 패스포트 라운지(Tinder Passport Lounge)〉가 성수동에 문을 연다. 공항 라운지를 모티브로 지역을 선택하고, 프로필을 탐색하는 등 앱 이용 과정을 풀어냈다. 흥미로운 점은 틴더가 앱 밖에서 새로운 만남의 장면을 만들어온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 반려견과 함께 데이트하는 펍부터 다른 나라 사람과 실시간으로 마주하는 포털, 전 애인의 옷을 교환하는 팝업까지. 세계 여러 도시에 등장했던 틴더의 이색적인 팝업들을 살펴봤다.
The Bark & Spark, London
반려견과 함께하는 첫 데이트
첫 데이트에 반려견이 함께한다면 어떨까. 2022년 5월 틴더는 런던과 맨체스터, 에든버러에서 반려견과 함께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팝업 펍 〈The Bark & Spark〉를 열었다. 틴더 조사에 따르면 반려견과 함께 찍은 사진을 프로필에 올린 이용자는 평균 5% 더 많은 매치를 얻었고, 반려견 보호자 가운데 91%는 반려견이 상대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관계를 이어가기 어렵다고 답하기도 했다.
틴더는 관심사와 취향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람을 발견할 수 있는 ‘탐색(Explore)’ 기능을 확장하고 있었다. 〈The Bark & Spark〉는 그중에서도 ‘Animal Parents’ 카테고리에서 출발한 팝업이다. 앱에서 동물을 좋아하는 상대와 매치되면, 반려견과 함께 펍을 방문할 수 있는 이벤트였다. 새로운 사람과 단둘이 마주 앉는 대신 반려견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사이에 두고 한결 가볍게 첫 만남을 시작하도록 한 것이다. 앱에서 발견한 공통의 취향을 실제 만남으로 이어주면서, 새로운 기능도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었다.
Verified QT , Sydney
파란 체크 받으러 해변으로
데이팅 앱에서 안전과 신뢰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틴더 데이터에 따르면 호주 30세 미만 이용자 중 66%가 인증 배지가 표시된 프로필에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이러한 수요에 맞춰 틴더는 신분증과 사진 인증을 독려하는 ‘Verified QT’ 캠페인을 시작했고, 2024년 11월 시드니 본다이 비치에서 같은 이름의 팝업을 열었다. 다소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는 인증 과정을 팝업에서는 ‘프로필 새 단장’ 경험으로 풀었다. 트로이 시반, 제이슨 모모아 등과 작업한 사진가 시벨 말리노프스키(Cybele Malinowski)와 새로운 프로필 사진을 촬영하고, 데이팅 전문가 세라 보자(Sera Bozza)에게 사진 선택과 자기소개 문구 등에 관한 일대일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틴더는 캠페인 기간 인증을 마친 이용자 한 명당 1호주달러를 가정폭력 지원 단체 웨스넷(Wesnet)에 기부하기도 했다.
Tinder Passport: Teleport to Another City,
Bangkok ↔ Ho Chi Minh
방콕과 호찌민을 연결하는 핑크 포털
방콕과 호찌민 한복판에 서로를 잇는 핑크색 문이 등장했다. 2024년 12월 열린 〈Tinder Passport: Teleport to Another City〉는 방콕 시암스퀘어와 호찌민 랜드마크81에 대형 포털을 설치해 두 도시의 풍경과 사람을 실시간으로 마주하게 한 프로젝트다. 평소에는 화면 너머로 반대편 도시를 바라볼 수 있었고, 양쪽 포털 앞에 참가자가 나타나면 영상 통화가 시작됐다.
화면에는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줄 수 있는 무작위 질문이 등장했고, 버튼으로 상대에 대한 호감을 선택했다. 대화는 최대 5분. 두 사람이 모두 하트를 누르는 순간 매치가 성사됐다. 원한다면 QR코드를 통해 틴더 앱에서 인연을 이어갈 수 있었다. 원하는 도시의 사람을 미리 만나는 ‘패스포트 모드’를 국경 너머로 열린 하나의 문으로 직관적으로 구현했다.
ExCycle, New York
전 애인 옷 바꿔드립니다
헤어진 연인이 남긴 옷, 버리기는 아깝고 계속 입자니 묘한 마음이 든다면? 2025년 3월 틴더는 뉴욕에서 전 연인의 옷에 새로운 의미를 입히는 팝업 〈ExCycle〉을 열었다. 옷장 한구석에 남아 있던 전 애인의 셔츠처럼, 이별 뒤에도 쉽게 정리하지 못한 물건과 그에 담긴 복합적인 마음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다. 틴더는 업사이클링 패션 디자이너 사미 미로(Sami Miró)와 함께 이별을 조금은 유쾌한 ‘새 출발’의 계기로 풀어냈다.
방문자는 전 연인과 얽힌 옷을 내놓고, 다른 사람이 가져온 옷 가운데 하나를 선택했다. 스타일리스트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착장을 완성하거나, 자수와 수선으로 옷을 직접 커스터마이징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새로 고른 옷을 입고 현장에서 틴더 프로필 사진까지 촬영하면 끝. 과거의 추억이 담긴 옷을 정리하고, 새로운 옷을 마련하는 과정을 하나의 유쾌한 이별 의식으로 풀어냈다. 다시 데이트할 수 있는 용기를 불어 넣고, 자연스럽게 앱 사용까지 유도한 팝업이었다.
Tinder Passport Lounge, Seoul
사랑에 정해진 거리는 없으니까
여행지를 고르기 전, 그곳에 사는 사람부터 만나보는 건 어떨까. 〈Tinder Passport Lounge〉는 틴더의 ‘패스포트 모드’를 오프라인 공간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한 팝업이다. 원하는 여행지를 선택한 뒤 관심사가 맞는 현지인의 프로필을 살펴보고, 대화 미션을 통해 해당 도시의 로컬 여행 팁을 얻는다. 앱에서 이뤄지던 위치 설정과 프로필 탐색, 매칭의 과정을 실제 여행을 준비하듯 차례로 경험하는 ‘가상 출국’이다.
여행의 분위기를 더하는 장치도 곳곳에 마련된다. 각 미션을 마칠 때마다 여권 형태의 카드에 스탬프를 받고, 모두 모으면 여행 기프트가 주어진다. 비행기 좌석을 활용한 포토존과 공간 곳곳에 숨겨진 틴더의 불꽃 심볼을 찾는 미션도 준비된다. 틴더 플러스·골드·플래티넘 구독자를 위한 ‘Prestige Zone’에서는 300만 원 상당의 여행상품권을 비롯한 여행 관련 경품 이벤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여행지의 사람과 미리 연결되는 패스포트 모드를 성수 한복판에 작은 출국장처럼 펼쳐놓은 팝업이다.
글 김기수 기자
자료 및 사진 출처 틴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