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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23

블루보틀 ‘교토식 커피’ 먼저 먹어봤습니다

차갑게 즐기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설계한 에스프레소
글로벌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 커피(이하 블루보틀)가 아이스 음료를 위한 새로운 추출 방식인 ‘교토 스타일 에스프레소(Kyoto-Style Espresso)’를 선보였다. 교토 스타일 에스프레소를 적용한 음료를 맛볼 수 있는 테이스팅 세션에 직접 다녀왔다.

Cold by Design — Built for Ice

블루보틀 커피가 보낸 테이스팅 세션 초대장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차갑게 즐기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설계한 에스프레소. 에스프레소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뜨거운 추출을 떠올리게 된다. 작은 잔 안으로 빠르게 떨어지는 진한 원액, 그 위에 얇게 내려앉은 크레마, 막 추출된 커피에서 피어오르는 열기 같은 것들. 그런데 이번에 블루보틀이 소개한 교토 스타일 에스프레소는 조금 다른 전제에서 출발한다. 뜨겁게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얼음에 붓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차갑게 마시는 순간을 기준으로 만든 아이스 에스프레소다.

 

테이스팅 세션이 열린 곳은 블루보틀 카페 성수였다. 2019년 문을 연 국내 첫 블루보틀 카페이자, 한국에서 블루보틀의 시작을 상징하는 장소다. 한때 성수동 골목에 긴 대기 줄을 만들었던 이곳에서, 블루보틀은 다시 한 번 ‘커피를 마시는 방식’에 관한 질문을 꺼냈다. 아이스 커피는 정말 뜨거운 커피를 차갑게 만드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네 잔의 음료, 하나의 태도

테이블 위에는 메뉴가 적힌 테이스팅 노트가 놓여 있었다. 콜드 셰이큰 에스프레소, 아이스 라떼, 바닐라 빈 샤케라토, 에스프레소 토닉. 이날 세션은 교토 스타일 에스프레소를 활용한 네 가지 음료를 차례로 맛보며, 각 잔의 향과 질감, 밸런스, 캐릭터를 직접 기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질문은 구체적이었다. 가장 먼저 어떤 향과 맛이 느껴지는지, 입안에서의 느낌은 어떤지, 에스프레소와 우유 혹은 토닉 워터의 균형은 어떤지, 이 음료를 정의하는 특징은 무엇인지. 커피를 단순히 ‘맛있다’거나 ‘진하다’고 말하는 대신, 무엇이 먼저 느껴지고 무엇이 오래 남는지 천천히 살피게 하는 질문들이었다. 블루보틀 커피의 글로벌 오모테나시 매니저 료토 키치카와(Ryoto Kichikawa)는 이 과정을 이끌며 교토 스타일 에스프레소가 단순한 신메뉴가 아니라, 아이스 음료를 위한 새로운 베이스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콜드 셰이큰 에스프레소(Cold-Shaken Espresso)
블루보틀 커피 글로벌 오모테나시 매니저 Ryoto Kichikawa

가장 먼저 맛본 메뉴는 콜드 셰이큰 에스프레소(Cold-Shaken Espresso)였다. 일반적인 아이스 음료는 뜨겁게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얼음 위에 붓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익숙하고 널리 쓰이는 방식이지만, 얼음이 녹고 온도가 달라지는 동안 맛이 흐트러질 수 있다. 블루보틀은 이 지점에 주목했다. 차갑게 마시는 음료라면, 추출의 출발점 역시 차가운 상태를 기준으로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토 스타일 에스프레소는 열 대신 시간과 차가운 물을 활용한다. 차가운 물이 곱게 분쇄된 원두층을 천천히 통과하면서 커피의 단맛과 풍미를 끌어내는 방식이다. 이름에 붙은 ‘교토’ 역시 이 느리고 섬세한 추출 방식에서 비롯됐다. 뜨거운 압력으로 빠르게 밀어붙이는 대신, 차가운 물과 시간이 커피를 천천히 통과하며 맛의 구조를 만든다. 블루보틀은 이를 통해 뜨거운 에스프레소가 얼음과 만날 때 생길 수 있는 거친 맛을 줄이고, 아이스 음료에서도 부드러운 균형감을 유지하고자 했다. 콜드 셰이큰 에스프레소를 마셨을 때 처음 느낀 인상도 부드러움이었다. 일반적인 에스프레소에서 느껴지는 강한 열감이나 날카로운 쓴맛은 덜했다. 질감 역시 묵직하게 달라붙기보다 셰이킹한 음료 특유의 가벼운 밀도감이 있어 입안을 개운하게 정리해주는 듯했다.

아이스 라떼(Iced Latte)

두 번째 잔은 아이스 라떼(Iced Latte)였다. 교토 스타일 에스프레소가 우유와 만났을 때 어떤 조화를 이루는지 보여주는 잔이었다. 실제로 아이스 라떼에서는 에스프레소의 인상이 한층 부드럽게 풀렸다. 아이스 라떼에서 종종 느껴지는 텁텁한 여운 대신 고소함과 깔끔한 단맛이 입안에서 둥글게 맴돌았다. 마치 가벼운 초코 라떼를 마시는 듯한 느낌이랄까.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얼음이 녹아가는 동안에도 맛이 쉽게 흐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유의 고소함과 에스프레소의 단맛이 마지막까지 비교적 또렷하게 남았다. 개인적으로는 기분 좋은 오전, 가볍게 브런치를 즐기는 장면이 떠올랐는데, 마침 블루보틀 와플이 함께 서빙됐다. 차가운 라떼의 부드러운 단맛과 와플의 담백한 풍미가 잘 어울렸다. 다양한 디저트와의 조합이 기대되는 음료였다.

바닐라 빈 샤케라토(Vanilla Bean Shakerato)

세 번째 잔은 바닐라 빈 샤케라토(Vanilla Bean Shakerato)였다. 바닐라 빈의 풍미를 더한 에스프레소 폼과 부드러운 우유가 어우러진 음료다. 잔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음료 상단에 부드럽게 올라앉은 폼이었다. 폭신한 질감 위로 바닐라향이 은은하게 올라왔다. 인공적인 단맛이 아닌, 바닐라 빈이 지닌 부드러운 아로마가 에스프레소의 풍미와 자연스럽게 겹쳐졌다. 아이스 라떼가 고소하고 깔끔한 균형감을 보여줬다면, 바닐라 빈 샤케라토는 온몸에 퍼지는 기분 좋은 달콤함이 돋보였다. 에스프레소의 쌉싸래한 여운과 우유의 부드러움 사이로 단맛이 천천히 퍼졌고, 차가운 에스프레소의 산뜻한 질감 덕분에 끝맛도 무겁지 않았다. 테이스팅 세션 중 가장 디저트 음료에 가까운 잔이었다.

에스프레소 토닉(Espresso Tonic)

마지막 잔은 에스프레소 토닉(Espresso Tonic)이었다. 탄산수와 토닉 워터 위에 교토 스타일 에스프레소와 부드러운 폼을 더한 음료다. 처음에는 조금 낯선 조합처럼 느껴졌다. 에스프레소와 토닉 워터가 과연 어울릴 수 있을까. 하지만 우려는 금세 사라졌다. 토닉 워터의 은은한 시트러스 향이 커피의 깊이를 가볍게 끌어올렸고, 달지 않은 콜라처럼 깔끔하면서도, 그렇다고 밋밋하지는 않은 균형감이 있었다. 무엇보다 끝맛이 개운했다. 뜨거운 에스프레소를 더했을 때 남을 수 있는 쓴맛이 적어, 토닉 워터와의 조합도 한층 편안하게 느껴졌다.

 

이 잔을 마시며 세션 중 들었던 말이 다시 떠올랐다. 블루보틀은 늘 더 나은 방식을 찾는 브랜드라는 것. 익숙한 제조법에 머무르기보다, 같은 음료라도 더 좋은 맛을 낼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계속해서 살핀다는 이야기였다. 에스프레소 토닉은 그런 태도를 가장 또렷하게 보여주는 음료였다. 에스프레소는 반드시 뜨겁고 강렬해야 한다는 인상에서 벗어나, 가볍고 청량한 방식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제안. 네 잔의 테이스팅 끝에 남은 것은 특정 메뉴의 맛보다, 아이스 커피를 다시 설계하려는 블루보틀의 집요한 기준이었다.

* 교토 스타일 에스프레소 판매 블루보틀 카페 :
성수, 삼청, 역삼, 압구정, 삼성, 잠실, 광화문, 홍대, 연남, 여의도, 판교, 부산 민락, 부산 기장, 제주 카페

글·사진 김기수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출처 블루보틀 커피

링크
홈페이지
김기수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믿는 음주가무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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