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31

그라운드시소 〈Seriously NOT Serious〉 관람 포인트

젠틀몬스터·제니와 협업한 아티스트, 맥스 시덴토프의 세계

맥스 시덴토프가 서울을 찾는다. 젠틀몬스터 ‘하우스 노웨어(HAUS NOWHERE)’의 설치 작업과 장 폴 고티에 캠페인으로 화제를 모은 아티스트로, 평범한 일상 속에 유머와 통찰을 녹인다.  그의 아시아 첫 대규모 개인전 〈Seriously NOT Serious〉가 3월 27일부터 8월 30일까지 그라운드시소 센트럴에서 열린다.

상업과 예술의 경계를 넘다

맥스 시덴토프는 사진, 영상, 조각, 출판, 크리에이티브 디렉션을 넘나드는 컨셉추얼 아티스트다. 25세에 네덜란드의 독립 에이전시 케셀스크라머(KesselsKramer)의 최연소 파트너가 되었고, 이후 구찌를 비롯한 글로벌 브랜드와 작업하며 예술과 상업의 경계를 허물어왔다.

 

국내 대중에게 그를 각인시킨 프로젝트는 2024년 하우스 노웨어에서 선보인 〈More Is More〉다. 검은 비닐봉지가 가득한 공간에 금색 봉투를 쥔 노인 조각상을 배치해 극단적인 맥시멀리즘을 구현했다. 상업 공간이 어디까지 예술적일 수 있는지 보여주며 큰 화제를 모았던 작업이다.

하우스 노웨어에 선보인 설치작품 〈More Is More〉

그의 작업은 대개 일상 속 사소한 순간에서 출발한다. 익숙한 장면을 살짝 비틀고 규칙 안의 균열을 드러내며 웃음을 자아내지만, 그 뒤에 허영과 불안,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질문도 담겨있다. 가볍게 볼 수 있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이유다.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그의 작품 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Mine Right Now〉

Mine Right Now 뮤직비디오 장면의 일부. 감독인 맥스 시덴토프가 직접 출연했다.

작가의 위트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뮤지션 시그리드(Sigrid)의 뮤직비디오 촬영 당일, 출연진이 비행편 문제로 현장에 오지 못하자 감독인 그가 직접 출연해 립싱크를 감행했다. 어긋난 싱크와 어색한 몸짓을 그대로 송출하며, 불완전함 자체를 예술로 승화시킨 대담한 시도가 돋보인다. 댓글에서도 난처한 상황을 유쾌하게 극복하고 뮤직비디오를 완성한 그의 행동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볼 수 있다.

Sigirid Mine Right Now 뮤직비디오 반응들

〈Passport Photos〉

© GROUNDSEESAW ©MAX SIDENTOPE

대부분의 여권 사진은 비슷한 형식을 따른다. 정면을 응시하고, 무표정이다. 작가는 이 규칙 안에서 허용된 좁은 틈을 파고든다. 얼핏 멀쩡한 증명사진처럼 보이지만, 프레임 바깥의 상황을 함께 확인하면 반전이 일어난다.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 엉뚱한 옷을 입고 있거나 풍선을 매달고 있다. 익숙한 형식을 비틀어 예상 밖의 유머를 끌어냈다. 

〈Self Portrait〉

© 헤이팝

작가가 자신의 자화상을 그리고 있는 장면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실제 인물로 착각할 만큼 정교하게 구현된 작가의 조각상이 캔버스 앞에 앉아 자신의 얼굴을 그리고 있다. 실제가 아닌 ‘조각’이 또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는 기묘한 장면이 묘한 웃음을 자아낸다. 작가는 “너무 작은 디테일은 가짜처럼 보이게 하고, 너무 많은 디테일은 작품을 기괴하게 만든다”고 언급한 적 있다. 그의 작업 방식을 떠올리며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Nature vs Nurture〉

© GROUNDSEESAW ©MAX SIDENTOPE

1,003개의 달걀에 ‘승자’, ‘패자’, ‘시인’, ‘불량배’ 같은 이름표를 붙인 작업이다. 똑같이 생긴 달걀에 각기 다른 라벨을 붙여, 태어나기 전부터 누군가를 규정하고 분류하는 사회의 시선을 떠올리게 한다. 단순한 형식이지만, 그 안에 맥스 시덴토프 특유의 유머와 씁쓸한 시선이 함께 담겨 있다.

〈The Amateur〉

© 헤이팝

전시 후반부에 만나는 맥스 시덴토프의 대형 조각 작업이다. 속옷과 양말만 걸친 작가의 조각이 놓여 있고, 관람객이 이를 직접 스케치하는 행위를 통해 작품이 완성된다. 관람객을 단순한 감상자에 머무르지 않고 참여자로 끌어들이며, 시도 자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작가의 태도를 보여준다.

맥스 시덴토프는 자신의 예술을 “혼란스럽고 부조리한 세상을 견디기 위한 일종의 대처 기제(coping mechanism)”라고 말한 바 있다. 세상의 부조리를 유머라는 필터로 걸러내, 조금은 견딜 만한 것으로 바꾸는 과정 자체가 그에게는 곧 예술인 셈이다. 전시 제목 〈Seriously NOT Serious〉처럼, 그는 누구보다 진지한 태도로 세상의 ‘진지하지 않은’ 틈을 파고든다. 여기서 굳이 정답이나 교훈을 찾으려 애쓸 필요는 없다. 그저 이 기묘한 장면들 앞에서 느끼는 생각과 감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김지오 기자
자료제공 및 취재협조 그라운드시소

프로젝트
〈Seriously NOT Serious〉
장소
그라운드시소 센트
주소
서울 중구 세종대로 14
일자
2026.03.27 - 2026.08.30
주최
그라운드시소
크리에이터
맥스 시덴토
링크
홈페이지
김지오
자기만의 길을 걷는 브랜드와 사람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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