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산에서 가장 열기가 뜨거운 행사가 있다. 개막 4일 만에 7만 3천 명이 다녀간, ‘크리스마스 빌리지 부산’이다. 영도에서 개최한 2024 크리스마스 빌리지가 11일간 총 8만 명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뚜렷하다. 이번에는 F&B 엔터테인먼트 기업 푸드트래블과 영화의전당이 주최했으며, 광장 중앙의 거대한 트리 존에서는 12시부터 밤 9시까지 스노잉 쇼가 펼쳐진다. 눈이 흔치 않은 부산에서, 축구장 1.5배 크기 야외 광장에 매 정각 눈이 내린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장관이다.
출처: 마켓창고
하지만 현장에서 더 크게 주목받는 게 있다. 바로 F&B브랜드 라인업이다. 이번 크리스마스 빌리지에는 70여 개 부산 로컬 F&B 브랜드를 비롯해 미쉐린 브랜드, ‘흑백요리사’ 셰프 푸드트럭까지 참여했다. F&B 코너 총괄 컨설팅은 강레오 셰프가 맡았다. “입장 웨이팅만 기본 2시간”이라는 후기도 이 라인업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화제의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에디터가 2주 차 크리스마스 빌리지를 직접 다녀왔다. 웨이팅이 걱정돼 패스트트랙까지 준비했는데, 의외로 입장은 매끄러웠다. 패스트트랙은 ‘푸드트래블’ 앱에서 할인가 14,900원에 구매 가능하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뭐부터 먹어야 할지, 고민을 안고 산타마을 입구로 향했다.
크리스마스 빌리지에 입장하기 위해 출입국 심사를 받는 장면
입장부터 웃음이 났다. 크리스마스 빌리지에 입장하기 위해선 산타마을 ‘출입국 심사’를 받아야 한다. 카메라가 장착된 화면 앞에 서서 손을 흔들면 화면 속 내 모습이 요정으로 변한다. 이제 요정이 됐으니, 마을에 들어갈 권한을 얻었다. 그나저나, 요정의 위장이 이렇게 크던가? 요정이 된 에디터는 크리스마스 빌리지에서 먹는 데에만 10만 원을 넘게 썼다! 먹을 게 그렇게 많냐고? 그렇게 많다. 에디터의 지갑을 털어간 추천 부스를 소개한다.
전포동의 로컬 술집, 잔잔해
전포동의 로컬 술집 ‘잔잔해’는 단일 메뉴 ‘항정맥적샌드위치’를 선보였다. 가장 먼저 이 부스에 눈길이 간 이유는 한참 동안 강레오 셰프가 머무르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 주문하자 즉석에서 항정살을 굽고 불향을 입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불향을 입힌 고기를 다시 한번 된장 소스에 졸인다. 다 구워진 고기를 버터에 구운 식빵에 하나하나 정성껏 담아낸다. 고기가 가득 들어가 1만 원 초반대의 가격에도 비싸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가성비를 따졌을 때 크리스마스 빌리지에서 맛본 음식 중 가장 합리적이었다. 하나 유의할 점은, 먹는 동안 소스가 흐르기 때문에 물티슈나 휴지를 준비해 둘 것.
가장 긴 웨이팅을 선사한 세호스키친
가장 줄이 길었던 부스. 세호스키친은 매장을 두는 대신 각종 F&B 행사나 마켓, 로컬 구석구석을 다니며 지역 농산물로 빠에야를 만들어 판매하는 빠에야 브랜드다. 에디터가 방문했던 2주 차에는 오징어 먹물 파에야를 선보였다. 거대한 냄비에 몇 인분인지 모를 파에야가 요리되고 있는 모습은 지나가는 모든 이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파에야가 완성되는 시간이 공지돼 있고, 방문객들은 그 시간에 맞춰 미리 줄을 섰다. 20분 정도 기다리는 사이, 직원이 나와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말을 건네며 응대했다. 사뭇 테마파크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기분이었다.
예고했던 시간이 되자, 다 함께 카운트다운을 외쳤다. 냄비 뚜껑을 오픈하는 순간, 뚜껑이 열리자마자 달콤한 해산물 향이 주변을 덮쳤다. 1인분에 15,000원. 가리비 2개와 크기가 큰 새우 3개가 올라간다. 거대한 냄비가 주는 압도감과 기다리는 시간까지도 엔터테인먼트 같은 분위기가 느껴져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듯하다.
에디터 픽 1등, 솔팅
두 번째로 줄이 길었던 부스. 솔팅은 부산 광안리에서 수제 샤퀴테리와 식료품을 만드는 프리미엄 미트 그로서리다. 이번 크리스마스 빌리지에서는 강레오 셰프의 컨설팅을 받은 ‘김해뒷고기 커리부어스트’를 판매한다. 김해뒷고기와 특산물 부추를 활용한 김해소시지에 사우어크라우트와 커리소스를 곁들였다.
거대한 그릴에 장작으로 소시지를 굽는 모습이 비주얼 쇼크를 준다. 소시지 2줄에 사우어크라우트 구성으로 한 접시 15,000원. 처음엔 비싸다고 느껴졌으나, 한입 베어 무니 왜 비싼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짭짤한 육즙에 부드러운 식감. 에디터 픽 1등 부스였다.
카카오 본연의 맛, 초코솔
짠 음식으로 허기를 달랬으니 이제 단 먹거리로 피로함을 달래야 할 때. 디저트 부스 중 사람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초코솔로 향했다. 초코솔은 2004년 멕시코 오아하카에서 시작된 다크 초콜릿 브랜드로, 멕시코 현지 전통 방식으로 초콜릿을 제조한다. 꾸준히 국제초콜릿 경연대회에서 수상해 왔고, 2025년 창원에 한국 매장을 오픈했다.
이번 크리스마스 빌리지에서는 고대 메소아메리카 전통방식으로 만든 핫초코를 맛볼 수 있다. 화산석 맷돌에 카카오 원두를 갈아 만든 초콜릿을 물과 섞어 핫초코로 만들기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핫초코의 맛과는 조금 다르다. 5,000원 한 잔으로 씁쓸한 카카오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먹는 오너먼트를 선보인, 수안커피컴퍼니
전통 핫초코를 만나는 건 흔치 않은 기회지만, 혀가 좀 쓰다. 진짜 단맛을 찾아 수안커피컴퍼니의 부스로 향했다. 수안커피컴퍼니는 부산의 대표적인 로스터리로 500곳 이상의 카페, 호텔 등에 원두를 납품한다. 크리스마스 빌리지에서는 독특하고 귀여운 제품을 선보였다. 바로 ‘먹는 오너먼트’. ‘겨울 에너지 구슬’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이 깜찍한 오너먼트는 따뜻한 우유에 넣으면 보글보글 끓으며 핫초코가 된다. 눈사람, 루돌프, 눈송이 모양의 모카밤을 우유에 넣어 DIY 음료를 만드는 체험은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든다. 다 녹은 모카밤 안에서는 마시멜로가 나와 음료에 귀여움을 더한다.
출처: 마켓창고
크리스마스 빌리지에서 수많은 부스 중, 에디터가 꼽은 F&B 부스 5곳을 소개했다. 하지만 재미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매주 라인업이 바뀌는 디자인 소품 마켓, 〈주토피아 2〉 팝업처럼 ‘구경할
거리’는 F&B 외에도 충분하다. 배를 채운 뒤에는 실내 체험 마켓으로 동선을 옮겨도 좋겠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캐리커처도 남기고, 작은 선물을 건네며 빌리지에서 하루를 마무리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