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9

2025 헤이팝이 꼽은 올해의 팝업과 전시

게임·F&B·서브컬처까지, 인상적인 오프라인 콘텐츠는

올해도 수많은 팝업과 전시가 열렸다. 짧은 기간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기도 하고, 브랜드의 지향점을 또렷하게 드러내며 오프라인 콘텐츠가 한층 더 확장된 한 해였다. 직접 방문했던 기억에 남는 올해의 전시와 팝업 등 오프라인 콘텐츠를 골랐다. 김밥 한 줄로 광장시장을 줄 세운 푸드 팝업부터, 사라지는 건축을 기록한 전시, 글로벌 팬덤을 모이게 한 대형 IP까지. 형태는 다르지만, 오프라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였다. 그렇다면 다시 보고 싶은 올해의 팝업과 전시는 무엇일까.

‘뾰족한 팬덤’ 돋보인 2025 오프라인 팝업·공간

김밥대장 광장시장 팝업

출처: 김밥대장 인스타그램

2023년 제주맥주 팝업을 시작으로, 광장시장은 어느새 ‘푸드 팝업’의 성지로 자리 잡았다. 올해 역시 라까예와 돈 훌리오가 함께한 ‘페스카데리아 데 라까예(pescaderia de La Calle)’부터 최근 입소문으로 붐비고 있는 ‘굴아저씨 팝업’까지, 다양한 식(食) 경험이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주인공은 단연 ‘김밥대장의 김밥팝업’이다.

 

전국 700곳이 넘는 김밥집을 찾아다닌 김밥 큐레이터 정다현이 부산·제주·속초·군포의 로컬 김밥집 레시피를 직접 배워와 선보인 이 팝업은, 오픈 8분 만에 대기 마감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압도적인 관심을 모았다. 예상보다 많은 방문객으로 인해 대기와 재고 문제 등 운영 난관도 있었지만, 김밥이라는 단일 메뉴로 이 정도의 모객력을 보여준 사례는 드물다. 그 의미만으로도 ‘올해의 팝업’ 후보로 손색없지 않을까. 두 번째 팝업 ‘제철 맞은 김밥’은 운영 면에서 한층 정돈된 모습을 보이며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앞으로 김밥대장이 어떤 방식으로 김밥 팝업을 확장해 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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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 기자

크래프톤, 펍지 성수

출처: 펍지 성수

크래프톤 산하 펍지 스튜디오의 대표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구현한 첫 오프라인 상설 공간이다. “굳이 상설 공간까지?”라는 내부 우려도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브랜드 경험을 깊게 가져가기 위해선 필요한 선택이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성수동에 자리한 점이 인상적이다. 최근 한국을 찾는 외국인에게 성수동은 필수 코스가 됐고, 글로벌 게임 IP의 강점을 드러내기에 이만한 장소도 드물다.

 

공간은 배틀그라운드의 첫 번째 맵 ‘에란겔’을 모티프로, 과거 가죽 공장을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이벤트·워크숍 공간부터 굿즈숍까지 갖춘 A·B동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플레이 아레나’. 쉽게 말해 배틀그라운드를 할 수 있는 PC방이다. 입구부터 게임에 등장하는 ‘C-130 수송선’을 모티프로 디자인해 몰입감을 높였다. 4인 스쿼드 기준 72석 규모로 PC방처럼 자리에서 스낵과 음료도 주문할 수 있다. 성수동에는 PC방이 없다. 쇼룸·팝업·카페에 비해 사업성이 낮아서다. 그래서일까. 이 ‘낯선 경험’만으로도 방문할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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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

나이키랩 서울,〈Recorded Future〉

출처: 나이키랩 서울

서울 아트위크기간에 맞춰서 열린 나이키랩 서울의 〈 Recorded Future 〉. 나이키의 과거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여주는 팝업 전시였다. 어린 시절을 함께했던 ‘Air Max 95’가 이제는 하나의 아이콘이 되어, 세계 여러 도시의 서브컬처에서 다시 소비되는 장면을 보여주는 사진부터 나이키의 현재와 미래를 상징하는 ‘Ava Rover’를 멜트미러, 황휘 등 지금 가장 힙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하나의 공간으로 구성했다. 전시를 관통하는 기획과 구성이 감도 높게 느껴졌다. 물론 나이키라는 브랜드를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지금 발매해도 세련된 나이키의 과거 아카이브를 한곳에 모아놓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전시가 아니었을까.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이런 아카이브를 3일이라는 기간만 오픈했다는 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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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윤 기자

다시 찾고 싶은 2025 전시

피크닉〈힐튼서울 자서전〉

출처: 피크닉

회현동 피크닉에서 열린 〈힐튼서울 자서전〉은 올해 유일하게 재관람한 전시다. 자서전 형식을 건축에 적용해 힐튼서울의 40년을 하나의 생애처럼 구성했다. 빠르게 짓고 허무는 시대에 ‘사라짐’을 기록의 방식으로 전환한 기획이었다. 전시는 완공에서 철거까지의 시간을 공간의 시점에서 따라가며, 건축이 사라진 뒤에도 그곳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어떤 흔적을 이어가는지 보여준다. 힐튼서울을 만든 사람들뿐 아니라 운영하고 머물렀던 이들의 경험까지 아카이브로 담았다. 물리적 구조는 사라지지만 이 공간이 남긴 의미는 계속된다. 사라지는 걸 막을 수 없다면 무엇을 어떻게 기억 속에 남길지 되묻게 하는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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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이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론 뮤익〉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올해 상반기 가장 화제였던 전시를 꼽으라면 이 전시를 빼놓기 어렵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론 뮤익〉전. 30년 동안 48점의 조각만을 만들어온 작가의 대표작을 한자리에 모았다. 그의 작품은 강렬하다. 피부 질감부터 머리카락 한 올까지 극도로 사실적인 표현, 그와 대비되는 비현실적인 크기는 관람객의 시선을 단숨에 빼앗았다.

 

하지만, 이 전시의 감상을 완성하는 디테일은 따로 있었다. 바로 오디오 가이드다. 작품의 정보를 설명하는 데 그치는 일반적인 오디오 가이드와 달리, 이번 전시의 오디오는 작품을 보며 떠오르는 감상과 질문을 관람객에게 건넨다. 소설가 김영하의 오디오 가이드는 전시를 보는 경험을 문학적인 감상으로 확장시켰다. ‘듣는 경험’까지 세심하게 설계한 전시였다. 앞으로도 전시장에서 일상과 다른 감각을 자주 마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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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오 기자

에반게리온 전시〈Lines of EVANGELION 〉

출처: 오뮤지엄

2025년 한국 서브컬처 팬덤 사이에서 단연 가장 화제가 된 전시였다. 이야기의 모든 시작은 한 줄의 선에서 비롯된다는 메시지로 기획된 〈에반게리온 전: 선〉. TVA 방영 30주년을 맞아 ‘에반게리온’ 시리즈의 콘티와 원화 100여 점을 볼 수 있었다. 일본 서브컬처 문화의 시발점인 ‘에반게리온’의 공식 전시를 한국에서 처음 선보였다는 점도 의미가 깊다. 초대형 에반게리온 피규어, 팬 메시지 보드 코너, 한국 전시 한정 굿즈 등 ‘즐길 거리’부터 ‘살 거리’까지 다양하게 구성됐다.

김은빈 객원기자

뮤지엄산 ‘GROUND’

출처: 뮤지엄 산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와 전시를 꼽는다면, 단연 뮤지엄 산의 새 공간 ‘GROUND’와 이곳에서 열린 안토니 곰리 개인전이 아닐까 싶다. 돔 형태의 원형 천창과 압도적 스케일은 관람자를 단숨에 ‘존재’의 감각 속으로 끌어들이며 공간의 일부가 되게 만든다. 작품 사이를 거닐 때 메아리처럼 울리는 발걸음 소리와 바깥 자연의 풍경이 겹쳐지면 나와 타인, 공간의 경계가 서서히 흐려진다. 고요한 울림 속에서 오감의 감도를 되찾는 순간, 전시는 시각적 경험을 넘어 내면을 깨우는 사건처럼 느껴졌다. 거대한 요소 없이도 공간과 작품의 조화만으로 감각을 일깨우는 기획이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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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현 수석기자

정리 김지오 기자

김지오
자기만의 길을 걷는 브랜드와 사람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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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헤이팝이 꼽은 올해의 팝업과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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