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19

하이트컬렉션 2025 젊은작가전 〈브랜디를 마실 것 같은〉

Z세대가 포착한 오늘의 감각들
하이트컬렉션이 올해 하반기 기획전 〈브랜디를 마실 것 같은〉을 공개한다. 2010년 개관 이후 동시대 미술을 소개해 온 이곳은 매년 ‘젊은작가전’을 통해 신진 작가들의 첫 장면을 소개해 왔다. 이번 전시 역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이번 전시 제목은 조르주 페렉의 소설 『사물들』에서 가져왔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젊은 세대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그린 소설로, 불안과 기대가 동시에 감도는 특유의 분위기가 이번 전시의 출발점이 된다. 하이트컬렉션은 이 정서를 1990년대 후반생 작가  강예빈·이오이·조은시·조은형의 회화와 연결해 선보인다.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 이미지와 감정이 빠르게 교차하는 시대를 통과해 온 이들은 화면 위에서 지금 세대가 가진 감정의 결, 정체성의 흔들림, 불안과 욕망의 미세한 진동을 포착한다. 소셜미디어 속 풍요로움과 공허함이라는 아이러니 역시 이들의 작업과 자연스럽게 닿아 있다.

 

작가들은 회화의 긴 역사보다 ‘지금 여기의 감각’에 더 가까이 서 있다. 온라인에서 수집한 이미지, 게임과 인터페이스에서 익숙해진 시각 언어, 합판·천·벽돌 같은 재료의 물성, 자연을 오래 바라보며 얻은 미세한 감정들. 이 요소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화면에 축적된다. 

디지털 네이티브가 포착한 감각, 불안과 기대 사이

강예빈, Lispector and Hand, © Eun Chun

강예빈은 영화 스틸, 인터뷰 캡처, 중고 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무심한 사진까지 끌어와 화면 안에서 ‘의도적인 오역’을 만든다. 뭔가 일어났으나 끝내 설명되지 않는 사건의 여운이 그림 주변에 머문다. 이오이는 합판 위에 물감을 덧칠하고 긁어내는 행위를 반복한다. 송곳과 톱, 그라인더의 물리적 힘이 더해질수록 화면은 낡은 벽이나 이끼 낀 바닥처럼 시간의 더께를 품은 표면이 된다.

이오이, Untitled2024 © Eun Chun

조은시의 작품은 말 그대로 몸을 가진 회화에 가깝다. 각목과 합판, 벽돌이 함께 쓰인 화면은 벽에 걸리는 대신 전시장 한가운데 서서, 다른 사물과 사람들 사이의 ‘닮음’을 이야기한다. 자연현상과 기하학적 도형, 게임에서 본 인터페이스가 한 화면 안에서 조용히 연결된다. 조은형은 교토에서 보낸 시간, 노견을 돌보는 일상 같은 내밀한 감각을 바탕으로 바람과 이끼, 삼각주와 땅굴 이미지를 얇은 천 위에 겹겹이 올린다. “그림으로만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믿음이 화면 전체에 은은하게 번지는 인상이다.

조은시, 〈홈 그라운드 〉© Eun Chun
조은형〈관심〉 © Eun Chun

하이트컬렉션은 새로운 변화를 앞둔 젊은 작가들을 이번 전시로 보여준다. 소설 속 1960년대 청년들이 사물에 대한 욕망으로 자신을 증명했다면, 이 전시의 작가들은 이미지의 축적과 편집을 통해 불안정한 정체성을 더듬어간다. 전시를 통해 우리가 세계를 어떻게 보고 느끼는지 이미지에 대해 사유를 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김지오 기자
자료제공 하이트컬렉션

장소
하이트컬렉션
주소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 714 하이트진로빌딩
일자
2025.10.24 - 2025.12.13
시간
화요일 - 토요일 12:00 - 18:00
김지오
자기만의 길을 걷는 브랜드와 사람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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