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취해야만’ 즐길 수 있다고 믿는가. 이젠 뇌가 알코올에 취하지 않아도 모임, 회식을 즐길 수 있다. 아니, 오히려 그게 더 트렌디하다. 이름하여 ‘놀로(NOLO·No and Low alcohol)’ 트렌드. 알코올 농도를 0.0%에 가깝게 만든 논알코올 음료나 상대적으로 낮은 도수의 음료를 선호하는 현상이다.
글로벌 음료 시장 데이터 업체 IWSR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논알코올 시장은 전년 대비 9% 증가했다. 특히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논알코올, 무알코올 카테고리 성장률이 일반도수 제품 성장률을 앞질렀다. 미국, 호주, 일본 등 주요 시장은 2028년까지 놀로 카테고리가 연평균 4%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 역시 논알코올을 선호하게 된 건 마찬가지다. 시장조사 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논알코올 맥주 시장은 2027년 947억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논알코올이 환영받는 가장 큰 이유는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이다. 논알코올은 술버릇도 다음 날 숙취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2025년 6월 하이네켄 코리아가 발표한 오픈서베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성인남녀 500명 중 56.4%가 특별한 이유 없이 논알코올·무알코올 맥주를 마신 적 있다고 한다.
NOLO 트렌드에 따라 ‘논알코올 바’가 전세계적으로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어쩌면 앞으로 모임 장소로서 전에 없던 환영받을 장소들, 대표적인 논알코올 바 세 곳을 소개한다.
1. NOLO!
자연의 연금술로 만든 논알코올 칵테일

먼저 서울이다. 용산구 후암동에 위치한 ‘NOLO!’ 바는 이름에서부터 놀로 트렌드의 중심에 있다. NOLO!의 테마는 ‘자연과 연금술’이다. 말 그대로 자연의 재료를 활용해 특색 있는 논알코올 칵테일로 만든다. 놀로!의 시그니처 칵테일 메뉴는 시즌별로 새단장한다. 2025년 봄/여름의 시그니처 메뉴로는 ‘우붓 선라이즈’, ‘테파체 슬링’ 등이 있다. 우붓 선라이즈는 유기농 강황과 생강을 곁들인 인도네시아 자무, 한국산 고추, 감귤 코디얼로 맛을 냈다. 알코올 도수는 0%abv다. 테파체 슬링은 파인애플 껍질을 발효시켜 만든 음료 테파체와 라임, 체리 리큐어, 오렌지 껍질로 만든 쿠앵트*로 리큐어로 맛을 냈다. 저도수 알코올 음료다.
* 쿠앵트: 오렌지 향이 나는 고급 리큐르다. 칵테일이나 제빵에 많이 활용되며, 1849년 쿠앵트로 형제가 만들었다. 투명하고 상쾌한 맛이 특징이다.
NOLO!는 다가오는 11월 오픈 1주년을 맞는다. 11월 8일 후암동의 NOLO! 매장에서 1주년 기념행사가 열린다. 지난 10월 도쿄 현지에서 콜래버레이션을 선보였던 시부야 트렁크 호텔(Trunk Hotel)이 함께 도쿄와 서울의 논알코올 문화를 교류할 예정이다. 당일에는 트렁크 호텔 라운지의 논알코올 메뉴인 시부야 코히트(알코올 0%abv), 어니스트 포레스트(알코올 14%abv) 등도 맛볼 수 있다.

2. 스마도리 바(SUMADORI BAR SHIBUYA)
도시 음주 문화를 개선한 스마트 드링킹

이제는 일본의 놀로 문화를 대표하게 된 도쿄 시부야의 스마도리 바*. 스마도리 바는 일본 주류 기업 아사히 그룹(Asahi Group Holdings)과 아사히 브루어리즈(Asahi Breweries, Ltd.)가 합작 설립한 시부야 스마트 드링킹 프로젝트(Shibuya Smart Drinking Project)의 일환이다. 시부야 드링킹 프로젝트는 팬데믹 이후 늘어난 노상 음주, 거리의 만취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사히 그룹이 시작한 음주 문화 개선 사업이다.
그 첫 번째 시작으로 논알코올 바, 스마도리 바가 2022년 6월 문을 열었다. 스마도리 바에서는 고객의 입맛대로 주류를 맛볼 수 있다. 무려 100종 이상의 음료를 판매한다. 다만, 한 가지 제한되는 것은 알코올 도수다. 스마도리 바에서는 오로지 0.00%, 0.5%, 3.0% ABV 세 가지 도수의 음료만 판매한다. 레모네이드, 크래프트 콜라 등 주류가 아닌 음료도 판매해 술을 즐기지 않는 고객도 편하게 방문할 수 있다.

아사히 그룹은 스마도리 바를 전 세계로 확장하고 있다. 서울 성수동에서 지난 2025년 7월 19일부터 31일까지 열렸던 무알코올 팝업 바가 그 출발이었다. 팝업 바는 ‘#SUMADORI ME’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다. ‘나만의 방식으로 삶을 즐겨라’라는 콘셉트로 음주자와 비음주자 모두에게 맞는 음료를 제공했다. 기존 스마도리 바와 마찬가지로 0.00%, 0.5%, 3.0% ABV 세 가지 도수의 오리지널 칵테일을 판매했다.
인스타그램 @sumadoribar_shibuya
3. 바 누다(Bar Nuda)
몸에 좋은 술, ‘기능성 무알코올 칵테일’

이번엔 미국으로 가 보자. 바 누다는 LA 최초의 멕시코풍 무알코올 팝업형 바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모리스(Morris)와 스토리텔러겸 기업가 파블로(Pablo), 두 창업가가 2023년 오픈했다. 바 누다는 창업자의 스토리를 품고 있다. 파블로는 2017년, 알코올 관련 질병으로 아버지를 잃었다. 이 경험이 계기가 되어 무알코올 바를 오픈한 것이다. 콘셉트는 멕시코계 미국인인 파블로의 혈통을 살려 멕시코풍으로 정했다.
바 누다는 ‘술의 기능’을 바꾼다. 바 누다의 슬로건은 ‘기억하기 위한 술(Drink to Remember)’이다. 기억해야 하는 좋은 날 술을 마시는데, 술에 취해 그 기억을 몽땅 잊어버리면 주객이 전도되는 일 아니겠는가. 실제로 바 누다는 오히려 기억력이 상승하는, 웰니스에 좋은 기능성 칵테일을 판매한다. 칵테일에 휴식, 집중력 향상, 활력 회복 등 기능을 넣는 것이다. 가령, 장미 시럽과 부겐빌레아(bougainvillea, 분꽃과에 속하는 덩굴 식물), 레몬·오렌지·테킬라로 맛을 낸 무알코올 칵테일 로사 누다(Rosa Nuda)는 항진정과 불안에 효과가 있다.
인스타그램 @barnuda.la
글 김은빈 객원기자
자료제공 NOLO!·스마도리·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