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어김없이 과일이 떠오른다. 입안 가득 퍼지는 단맛과 시원한 과즙은 더위도 잠시 잊게 만드는 계절의 기쁨이다. 수박, 복숭아, 자두··· 다양한 여름 과일 중에서도 참외는 유독 한국인의 애정이 깃든 과일이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한반도에서 재배했고, 오랜 세월 복날 더위를 식혀주는 과일로 사랑받았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한국인의 ‘참외 사랑’을 신기하게 여길 정도였는데, 1909년 일한서방에서 발간된 『조선만화』에 따르면 “조선인이 1년 중 가장 즐기고 폭식하는 것은 참외다”라고 기록할 정도였다.
밥 대신 먹을 정도로 유별났던 한국인의 ‘참외 사랑’은 지금까지 이어진다(보편적으로 참외를 식용하는 나라 역시 한국뿐이다). 특히 올해는 참외 빙수를 필두로 ‘참외’가 여름 미식의 주인공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거실에서 가족과 도란도란 먹는 참외도 좋지만, 올여름은 다양한 재료와 조리법으로 재해석한 메뉴를 경험해 보는 건 어떨까? 참외를 색다르게 맛볼 수 있는 공간 다섯 곳을 소개한다.
타운폰드(townpond) 참외카다멈소프트아이스크림
출처: 타운폰드 인스타그램
서울 쌍림동 카페 타운폰드. 스페셜티 커피를 비롯해 말차 베이스 음료와 디저트를 다룬다. 문을 연지 1년이 채 안됐지만, 알음알음 소문을 듣고 모인 이들로 붐빈다. 여름을 맞아 참외와 카다멈*을 주재료로 한 아이스크림을 선보인다. 상쾌하게 퍼지는 카다멈의 향미가 참외의 달콤함을 감싸며 입안에 독특한 균형을 남긴다. 가니쉬로 곁들인 딜과 레몬 제스트가 산뜻함을 더해 여름철에 유독 어울린다. 예상보다 넉넉한 양도 만족스럽다. 따뜻한 음료와 곁들이면 맛의 폭이 한층 넓어진다는 팁도 기억해 둘 것.
*카다멈: 인도, 중동, 동남아시아에서 사용하는 향신료의 일종으로 달콤하면서 상쾌한 맛이 난다
아그네(agne)
화이트초콜릿을 곁들인 참외 소르베
출처: 아그네 인스타그램
자연의 리듬을 따라 제철 식재료를 소개하는 팜투테이블(Farm to Table) 레스토랑 아그네. 국내 최초 내추럴 와인 바 빅라이츠 헤드 셰프였던 최민관 셰프가 새롭게 선보인 공간이다. 노지 텃밭에서 직접 기른 채소를 활용해 다양한 제철 메뉴를 선보인다. 아그네는 여름을 맞아 참외 소르베를 준비했다. 엄선한 식재료를 소개하는 과일 큐레이션 플랫폼 ‘계절미식’의 성주 참외를 사용했다. 차갑고 달콤한 참외 소르베에 가볍게 절인 참외 피클과 화이트초콜릿 크림을 더했다. 참외 고유의 향이 달콤한 화이트초콜릿과 의외로 좋은 궁합을 보인다.
시냅스 바(Synapse Bar)
참외 칵테일
출처: 시냅스 바 인스타그램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바 문화를 지향하는 성수동의 칵테일 바. 계절마다 제철 과일, 허브, 향신료를 활용해 시그니처 칵테일을 선보인다. 이번 여름에는 참외 칵테일을 준비했다. 참외가 들어간 칵테일은 어떨까? 참외 특유의 은은한 단맛에 요거트를 더해 멜론을 연상시키는 크리미한 향미를 구현했다. 여기에 바나나, 코코넛, 레몬 등 참외와 어울리는 재료를 곁들여 입체적인 균형감을 살렸고, 딜을 인퓨징한 솔잎 증류주 ‘담솔’을 활용해 참외 샐러드 같은 싱그러운 텍스처를 완성했다. 여름 한낮의 칵테일로 추천한다.
선데이아보(Sundayarvo)
썸머 콜드 파스타
출처: 선데이아보 인스타그램
일요일 오후처럼 여유롭고 편안한 분위기를 추구하는 브런치 카페. 현재 서울 이태원과 약수에서 운영 중이다. 여름이면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 ‘썸머 콜드 파스타’를 찾는 이들이 늘어난다. 레몬 갈릭 드레싱에 버무린 차가운 카펠리니에 살라미가 짭짤한 감칠맛을 더하고, 아삭하게 절인 참외 피클이 상큼한 균형을 잡는다. 냉면처럼 겨자소스를 조금씩 얹어 먹는 것이 포인트.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는 부라타 치즈를 추가하면 한층 풍성한 여름 한 접시가 완성된다.
베르크로스터스(WERK ROASTERS)
참외 에이드
출처: 베르크로스터스 인스타그램
기본에 충실한 커피 한 잔을 제공하는 부산의 로스터리 카페, 베르크로스터스. 시골에서 보내던 여름방학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여름 한정 메뉴로 ‘참외 에이드’를 준비했다. 포인트는 참외와 함께 곁들인 생강. 선조들이 여름철 즐기던 조합에서 착안해 베르크만의 신선한 해석을 더했다. 참외 특유의 맑고 달큰한 풍미에 생강의 고급스러운 알싸함이 더해져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맛이 완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