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있지만 몰랐던 트렌드, 읽고 나면 다르게 보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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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24

코펜하겐에서 가장 빛난 쇼룸 6: 2025 〈3 Days of Design〉 가이드

올해 주목받은 덴마크 디자인 브랜드와 공간, 직접 다녀왔습니다.
〈3 Days of Desing〉 포스터 이미지 ©3daysofdesign

매년 여름, 덴마크 코펜하겐 전역이 디자인으로 물든다. 북유럽 최대 디자인 행사 〈3 Days of Design〉은 2013년 소규모 전시로 시작해, 이제는 400여 개 브랜드가 참여하는 유럽 대표 디자인 축제로 자리 잡았다. 가구, 조명, 건축, 예술, 테크까지 디자인 전 분야가 어우러진 이 행사는 디자인이 일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감각적으로 체험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2025년 주제는 ‘Keep it Real’. 개인의 표현과 경험을 존중하고, 더 따뜻하고 포용적인 디자인의 역할을 되묻는 메시지가 행사 전반을 이끌었다. 그런 흐름 속에서 브랜드의 철학을 감각적으로 풀어낸 ‘경험 중심’의 쇼룸 연출이 특히 주목을 받았다. 덴마크 디자인의 정신과 감각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여섯 개의 쇼룸을 소개한다.

감각의 아카이브로 초대하다, 앤트레디션

©&Tradition

클래식 디자인과 신진 디자이너의 협업을 아우르는 브랜드 앤트레디션(&Tradition)의 쇼룸은 올해 전시 〈The Living Archive〉를 통해 공간을 하나의 ‘살아 있는 아카이브’로 제안했다. 단순한 저장 공간이 아닌, 감각적 기억을 공유하는 열린 장소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더 리빙 아카이브〉라는 주제로 전시를 선보인 덴마크 리빙 브랜드 앤트레디션. 쇼룸부터 릴레 페트라 카페, 그리고 페트라 호텔까지 세 공간을 무대로 활용했다. ©&Tradition

중심 공간인 라이브러리 룸에는 인더스트리얼 퍼실리티의 신작 선반 ‘롬베(Rombe)’가 놓였고, 세계 각국 디자이너들의 책과 오브제가 함께 진열돼 아카이빙의 감성을 전했다. 안데르센 & 볼(Anderssen & Voll)의 새 소파는 70년대 음악 감상실을 연상시키는 공간에 배치돼 분위기까지 함께 제안했고, 올 더 웨이 투 파리(All The Way to Paris)의 조명 시리즈 ‘Mist’와 베르너 팬톤(Verner Panton)의 ‘토판(Topan)’ 조명도 함께 전시했다.

©&Tradition

쇼룸에서 릴레 페트라 카페(Lille Petra Café), 그리고 올해 첫선을 보인 ‘페트라 호텔(Petra Hotel)’까지 확장된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1943년 덴마크 건축가 카이 피스커(Kay Fisker)가 설계한 건물을 리디자인한 호텔은 객실과 라운지, 식당까지 모두 브랜드의 가구와 조명으로 구성돼 일상 속 디자인을 경험할 수 있는 생활형 쇼룸으로 완성됐다.

가구가 태어나는 순간, 칼 한센 앤 선

코펜하겐 브레드게이드에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새롭게 연 가구 브랜드 칼 한센 앤 선 ©Carl Hansen & Søn

덴마크 장인 정신을 대표하는 가구 브랜드 칼 한센 앤 선(Carl Hansen & Søn)은 코펜하겐 브레드게이드(Bredgade)에 새롭게 문을 연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전시 〈프레이밍 컴포지션(Framing Compositions)〉을 선보였다. 600㎡에 달하는 공간에는 브랜드의 고전과 신작이 형태·소재·전통이라는 키워드로 재배치되며, 장인 정신의 조형 언어를 탐구했다.

칼 한센 앤 선 쇼룸에서는 젊은 수습 장인이 실제로 목공 도구를 다루며 가구를 제작하는 장면을 직접 볼 수 있다. ©Carl Hansen & Søn

가장 주목을 끈 공간은 ‘The Apprentice Workshop’. 이곳에서는 수습 장인이 실제로 목공 도구를 다루며 가구를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어, 기술의 전통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순간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Carl Hansen & Søn​

또한, 한스 J. 베그너의 CH290 체어와 CH621 회전 의자, EOOS의 Embrace 라운지 체어, 나나 & 요르겐 디첼의 Vita 시리즈 등 브랜드를 대표하는 디자인 제품도 만날 수 있다. 루프탑 테라스에는 브랜드의 아웃도어 가구도 경험할 수 있다. 관람객이자 소비자에게 디자인이 일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순간을 제안한 점이 눈길을 끈다.

빛의 공간을 짓다, 루이스 폴센

루이스 폴센이 패션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인 헨리크 빕스코프와 협업해 'Circle Dome Square' 설치 작품 모습 ©Sam Harrons

1874년 설립된 덴마크 조명 브랜드 루이스 폴센(Louis Poulsen)은 조명을 통해 삶의 리듬과 감정을 조율하는 방식을 탐구해왔다. 코펜하겐 쿠글레고르즈베이(Kuglegårdsvej)에 위치한 쇼룸은 이번 행사에 맞춰 리노베이션되었으며, 조명의 기능을 넘어 감각적 경험의 매개로서 역할에 주목한 전시를 선보였다.

©Tuala Hjarnø

가장 눈길을 끈 건 아티스트 헨리크 빕스코프와 협업한 설치 작업 〈Circle Dome Square〉. 반사광과 그림자가 어우러진 돔 구조물은 빛을 예술적으로 확장하며 조명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편, 쇼룸 내부에는 PH 시리즈, AJ 램프 등 아이코닉한 조명을 실제 거주 공간처럼 연출해, 빛이 분위기와 감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감각의 파장을 직조하다, 크바드랏

노르드하운에 자리한 크바드랏의 쇼룸 ©Stefania Zanetti

1968년 덴마크에서 설립된 텍스타일 브랜드 크바드랏(Kvadrat)은 북유럽 디자인 전통에 뿌리를 두고, 색감과 기능, 기술, 감성을 아우르는 직조 솔루션을 선보여왔다. 에벨토프트의 자연 속에 본사를 둔 크바드랏은 텍스타일을 통해 감각과 공간의 관계를 깊이 있게 탐구해오고 있다.

크바드랏 ‘Frequency’ 컬렉션은 빛과 소리, 촉각의 파장을 텍스타일로 시각화한 몰입형 전시로, 친환경 섬유를 활용해 감각의 흐름과 공간의 리듬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Stefania Zanetti

크바드랏은 올해 노르드하운에 자리한 쇼룸에서 ‘Frequency’ 컬렉션을 주제로, 빛·소리·촉각의 파장을 직조로 시각화한 전시를 선보였다. 디자인 스튜디오 마이어스 & 퓌크만(Studio Meyers & Fügmann), 스튜디오 그라이링(Studio Greiling)과 협업해 선보인 커튼과 러그는 난연 폴리에스터, 유기농 코튼, 알파카 등 다양한 소재로 구성되었으며, 공간 속 비물질적 요소들을 감각적으로 풀어냈다. 이를 통해 텍스타일이 장식을 넘어, 공간의 리듬과 정서를 조율하는 건축적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다시금 증명했다.

디자인 유산의 재해석, 구비

노르하운 항구를 배경으로 한 GUBI의 파차 라운지 체어 ©GUBI

덴마크 리빙 브랜드 구비(GUBI)는 스칸디나비아와 이탈리아 디자인 유산을 동시대 감성으로 재해석해온 브랜드다. 올해는 노르드하운 쇼룸에서 ‘감각을 흔드는 디자인(Designed to Stir the Senses)’을 주제로 네 개의 큐레이션 공간을 선보였다.

GUBI의 대표 제품 ‘비틀 체어’ 시리즈로 구성된 ‘Beetle Bar’ ©GUBI

대표 공간 ‘비틀 바(Beetle Bar)’에서는 다양한 마감의 비틀 체어와 바 스툴을 바 공간처럼 배치해, 관람객이 직접 앉아보고 머물 수 있도록 연출했다. 이와 함께 20세기 이탈리아 모던 디자인을 대표하는 듀오 디자이너 아프라 & 토비아 스카르파(Afra & Tobia Scarpa), 그리고 유려한 곡선미로 유명한 건축가 겸 디자이너 카를로 데 칼리(Carlo De Carli)의 재출시 제품도 소개됐는데 구비 특유의 ‘시간을 품은 디자인’ 전략이 돋보인다.

(좌) 카를로 데 칼(Carlo De Carli)의 곡선형 라운지 체어 (우) 캐나다 아티스트 브라이언 라이더웃과의 협업 설치 모습 ©GUBI

또 다른 하이라이트 공간인 ‘알프레스코 라운지(Alfresco Lounge)’는 라탄 소재 아웃도어 가구로 구성돼, 항구 풍경 속에서의 휴식과 여유로운 일상을 상상하게 했다. 한편, 캐나다 아티스트 브라이언 라이더웃(Brian Rideout)과의 협업 작품은 구비의 가구가 놓인 인테리어 장면을 유화로 그려낸 후 실제 가구와 함께 전시했는데 예술과 리빙의 새로운 접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153년을 쌓아온 가구 철학, 프리츠 한센

프리츠 한센이 행사 기간 중 선보인 전시 〈영원한 디자인의 형성〉 ©Fritz Hansen

덴마크 대표 가구 브랜드 프리츠 한센(Fritz Hansen)은 ‘오래도록 지속되는 디자인’을 주제로, 플래그십 스토어와 팝업 레스토랑 두 곳에서 전시를 선보였다.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에서는 153년 디자인 아카이브와 기술 유산을 시대별로 만날 수 있다. ©Fritz Hansen

발켄도르프스게이드(Valkendorfsgade)에 위치한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영원한 디자인의 형성Shaping Lasting Design〉 전시를 통해 153년의 디자인 유산과 미래 비전을 공유했다. 아카이브 제품, 출시 예정작, 장인의 수리 시연까지 함께 구성되며, 가구를 오래 쓰는 방법에 대한 브랜드 철학을 직접 보여줬다. 디자이너 마이클 아나스타시아데스(Michael Anastassiades)의 ‘애프터 시리즈(The After Series)’, 세실리에 만즈(Cecilie Manz)의 포터블 램프 ‘솔레(Solae)’ 등 신작도 함께 공개됐다.

킹스 가든 내 팝업 레스토랑 ‘오랑제리에트’는 프리츠 한센의 가구로 구성된 실내외 공간을 통해 브랜드가 지향하는 따뜻한 환대와 디자인 철학을 직관적으로 전한다 ©Fritz Hansen

한편 킹스 가든(The King’s Garden) 안에 위치한 팝업 레스토랑 ‘오랑제리에트(Orangeriet)’는 브랜드 가구로 꾸며진 식음 공간으로 브랜드가 지향하는 환대와 따뜻함을 일상 속에서 경험할 수 있다. 단순히 제품을 소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디자인이 어떻게 시간과 함께 축적되는 삶의 일부가 될 수 있는지를 섬세하게 풀어낸 시도가 인상적이다.

이정훈 기자

자료 제공 및 협조 앤트레디션, 칼 한센 앤 선,루이스 폴센, 크바드랏, 구비, 프리츠 한센

프로젝트
2025 〈3 Days of Design〉
이정훈
독일 베를린에서 20대를 보냈다. 낯선 것에 강한 호기심을 느끼며 쉽게 감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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