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부산에 가면 꼭 가봐야할 38곳의 디자인스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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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18

팝업이 아닌 미술관에 들어선 패션 브랜드, 일민미술관 〈시대복장〉

미술관이 지용킴, 파프, 혜인서 '힙한' 브랜드와 만난 이유
일민미술관 외벽 ⓒ사진 제공:일민미술관, 사진: 스튜디오 오실로스코프(Studio Oscilloscope)

패션 신에서 주목하는 세 브랜드 지용킴, 포스트아카이프팩션(이하 파프), HYEIN SEO(이하 혜인서)가 일민미술관에서 〈시대복장 Iconclash: Contemporary Outfits〉(이하 시대복장)전시를 진행한다. 팝업스토어를 통해 브랜드를 선보이는 패션 브랜드와는 다른 행보다. 브랜드 팝업은 약 3년 전부터 패션 브랜드의 주요 이벤트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뷰티, 푸드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팝업이 활발히 진행됐고, 패션 브랜드 팝업은 타 브랜드와 컬래버를 진행하며 대중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팝업의 주 타깃층인 2030 세대의 관심을 받는 브랜드는 온라인에서도 화제가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제 팝업은 그 자체로 새롭지 않다. 오히려 미술관에서 열리는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 전시라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파프의 작품이 들어선 2전시실 ⓒ사진 제공:일민미술관, 사진: 스튜디오 오실로스코프(Studio Oscilloscope)

세 브랜드를 한데 모아 전시를 연 일민미술관은 서울의 중심 광화문에 자리 잡고 있다. 급변하는 문화를 가장 빠르게 흡수하는 지리적 요충지로도 통한다. 일민미술관은 대중문화와 순수미술을 기반으로 한 기획전을 교차 기획하며, 동시대 시각문화를 시의성 있게 조명해 왔다. 패션 브랜드를 다룬 이번 전시는 그간 이들이 지향했던 방향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미술관이 소위 ‘힙한’ 브랜드와 만난 이유가 궁금해진다. 일민미술관 이지언 큐레이터의 설명과 함께 살펴봤다.

일민미술관이 패션 브랜드와 전시를 기획한 이유

일민은 서울과 도시를 감각적으로 드러내는 패션 브랜드 지용킴, 파프, 혜인서에 주목했다. 패션은 동시대를 예민하게 기록하는 매체 중 하나다. 유행은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서울은 이를 유연하게 수용함으로써 새로운 미적 지형을 형성한다. 지용킴, 파프, 혜인서 세 스튜디오는 각자의 방식대로 동시대의 문화를 담아낸다. 〈시대복장〉은 이들의 작업물에 주목하며 그동안 일민이 이어온 동시대 시각문화 연구를 확장하고 불확실한 시대의 윤곽을 포착한다. 미술관과 브랜드 쇼룸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접점을 전시로 풀어냈다.

혜인서 〈만들기의 괴로움과 즐거움〉ⓒ사진 제공:일민미술관, 사진: 스튜디오 오실로스코프(Studio Oscilloscope)

〈시대복장〉은 총 세 개 층으로 구성됐다. 1층은 지용킴의 공간으로, 선블리치(Sun-Bleach) 기법을 활용한 작업물을 전시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아낸다. 2층을 채운 파프는 그동안 공개했던 컬렉션 전시를 바탕으로, 브랜드가 중요하게 여기는 ‘아카이브’ 기능에 집중한다. 3층은 혜인서가 꾸렸다. 혜인서는 스튜디오를 전시장으로 옮겨와 미술관의 개방형 자료실, 수장고처럼 활용한다. 브랜드가 탄생한 이래 지난 10년간 혜인서가 진행한 컬렉션에 관한 리서치와 이면의 서사, 아이디어 일부를 통해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지언 큐레이터는 좋은 작업을 선보이는 디자이너가 많지만, 특히 세 스튜디오는 미학적 탐구의 대상이 될 만한 태도와 방법론을 일관성 있게 지켜왔다고 설명했다. 서울이라는 도시를 전시 주제로 삼은 만큼, 서울의 패션을 각자의 시선으로 표현한 브랜드와 함께했다. ‘시대복장’이라는 전시 제목도 이런 맥락에서 탄생했다. 

지용킴, 파프, 혜인서 전시 관람 포인트 3

ⓒ헤이팝
지용킴 〈흔적들〉 ⓒ사진 제공:일민미술관, 사진: 스튜디오 오실로스코프(Studio Oscilloscope)

| 패션 생산 규범을 깨다, 지용킴(1전시실)

 

2021년 서울에서 출발한 브랜드 지용킴은 기존 패션 산업의 통상적인 생산 절차를 따르지 않고 옷의 물질성을 독자적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지용킴의 전시 공간에서는 선블리치 기법으로 만든 22벌의 검은 맥코트 〈흔적들(Traces)〉(2025)에 주목해 보면 좋다. 선블리치 기법은 태양, 바람, 비와 같은 환경 요소를 디자인에 접목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시장 중심에는 시차에 따라 다른 무늬와 색조를 띠는 코트들이 반원형 목제 구조물에 나란히 놓였다. 구조물은 코트를 축으로 삼아 태양이 이동하는 궤적을 따라 세워졌다. 코트를 나열함으로써 예측 불가한 자연의 시간을 옷에 남긴 흔적으로 드러낸다. 

지용킴 〈선블리칭 아트워크 연작〉 ⓒ사진 제공:일민미술관, 사진: 스튜디오 오실로스코프(Studio Oscilloscope)

구조물 뒤에 자리한 벽면에는 컬렉션 제작 과정에서 남은 천을 활용해 만든 〈선블리칭 아트워크 연작(Sun-bleaching Artwork Series)〉(2025)이 걸려있다. 옷의 물질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지용킴의 목표를 반영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주목해 보면 좋을 작품이다. 

| 시간을 아카이빙하는 브랜드, 파프(2전시실)

 

2018년 서울에서 시작된 파프는 생산성이나 판매 가능성보다 실험성과 조형성에 가치를 둔 작업물을 선보였다. 이미 완성된 형식을 지우고 해체하는 것에 집중한다. 파프를 관통하는 주제는 ‘아카이브’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들이 ‘아카이브’라 부르는 과거, 현재, 미래의 교차 지점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가치에 주목한다. 이를 가장 잘 나타낸 작품은 전시장 왼편에 설치된 〈투망(Casting the Net)〉(2025)이다. 낚싯대처럼 보이는 긴 막대에 파프의 지난 컬렉션이 걸려있다. 와이어, 행거, 의류 등으로 제작된 〈투망〉은 파프의 과거 주요 컬렉션을 ‘포획’한다는 콘셉트에서 출발했다. 브랜드 유산이 되는 컬렉션을 따라 시간의 흐름이 이어지고, 전시실 끝에 있는 거울을 통해 과거, 현재, 미래의 감각을 하나로 포갠다. 

파프 〈투망〉 ⓒ사진 제공:일민미술관, 사진: 스튜디오 오실로스코프(Studio Oscilloscope)
파프 〈아카이브의 무지개〉 ⓒ사진 제공:일민미술관, 사진: 스튜디오 오실로스코프(Studio Oscilloscope)

관객이 걷는 바닥에는 의복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패턴을 소재로 한 작품 〈패턴의 바다(A Sea of Patterns)〉(2025)가 설치돼 있다. 작품이 된 패턴은 파프가 옷을 제작하며 쌓은 실제 데이터다. 전시장 위를 자유롭게 거닐며 남기는 흔적은 작품의 패턴 위에 덧입혀진 채 새로운 데이터로 기록된다. 패턴 위에는 수시로 축적된 자료, 목적 없이 촬영된 이미지와 영상 조각을 담은 〈아카이브의 무지개( Rainbow of the Archives)〉(2025)가 놓여있다. 파프가 지나온 시간, 앞으로의 방향성을 디지털 설치작품으로 표현하고 있으니 의자에 앉아 작품을 감상해 보길 바란다. 

파프 〈패턴의 바다〉 ⓒ사진 제공:일민미술관, 사진: 스튜디오 오실로스코프(Studio Oscilloscope)

| 영화 속 장면에서 영감받은 컬렉션, 혜인서(3전시실)

 

2015년 벨기에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에서 시작된 혜인서는 소설이나 영화 속 한 장면, 동시대의 거리에서 영감을 받아 컬렉션을 제작한다. 혜인서의 공간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작품은 〈프로세스 보드(Process Board)〉(2025)다. 브랜드 탄생 이후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22개의 컬렉션을 만들며 최종 디자인으로 선정되지 못한 아이디어와 소재 실험의 자취를 스케치, 사진, 영상의 형태로 캐비닛에 담았다. 병렬로 서 있는 캐비닛을 오가며 혜인서의 지난 흔적을 탐색해 보자.

혜인서 〈프로세스 보드〉 ⓒ사진 제공:일민미술관, 사진: 스튜디오 오실로스코프(Studio Oscilloscope)

혜인서는 착용자가 입는 순간 옷의 생명력을 얻는다고 믿는다. 3 전시실 안쪽 프로젝트 룸이라 부르는 별도 공간에서는 이러한 생각을 반영한 작품 〈대기실(Antechamber)〉을 만날 수 있다. 퍼포머이자 공간 안내자가 혜인서의 옷을 입고 등장하면, 그제야 작업물은 ‘살아 있는 결과물’로 완성된다. 공간에 머물며 행거에 걸려있는 가봉 컬렉션과 혜인서가 10년간 수집한 사물의 위치를 퍼포머가 재배치하는 순간을 관찰해 보자. 

혜인서 〈대기실〉, 퍼포머가 움직이는 모습 ⓒ헤이팝

〈시대복장〉은 미술과 패션 두 영역이 공유하는 문화 지형을 통해 지금 시대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그린다. 일민미술관 학예실은 이것을 “패션만으로 검증할 수 없고 미술만으로 표상할 수 없는” 어떤 현실을 찾는 일이라 말한다. 전시는 7월 20일까지 이어지며 이후에도 건축, 디자인, 영상 문화 등 동시대의 저변을 다루는 다양한 기획이 후속될 예정이다.

*TIP:  큐레이터가 추천하는 전시실 관람 포인트 3

 

| 1전시실

작품 〈재료들〉 속 풀이 얼마나 자랐는지 확인하고 말 걸기 

 

| 2전시실 

〈아카이브의 무지개〉 감상하는 척 데이베드에 드러눕기

 

| 3전시실 

〈대기실〉 가봉 컬렉션 착장하기

김지민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일민미술관

프로젝트
〈시대복장 Iconclash: Contemporary Outfits〉
장소
일민미술관
주소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152 일민미술관
일자
2025.05.30 - 2025.07.20
시간
월요일 - 일요일 11:00 - 19:00
주최
일민미술관
클라이언트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현대성우홀딩스
기획자/디렉터
책임기획 | 윤율리, 기획 | 이지언, 진행 | 정연지
크리에이터
그래픽 디자인 | 워크룸, 기물 제작 | 석운동(1전시실), 오피스 조현석(3전시실 및 프로젝트 룸)
참여작가
지용킴, 포스트아카이브팩션(파프), 혜인서
김지민
새로운 일에 관심이 많다. 보고 느낀 이야기로 콘텐츠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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