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과 책 너머 사람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애서가들의 축제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린다. 1947년 교육박람회 내 도서 전시로 시작한 서울국제도서전은 1954년, 한글 책으로 독립 국가의 기틀을 다지겠다는 포부로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그 후 약 70년 동안 〈서울국제도서전〉은 독자와 저자, 그리고 출판인들이 함께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출판사와 작가, 독자들이 함께하는 아시아 대표 북페어로 성장한 지금, 서울국제도서전은 또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책은 누군가의 믿을 구석이 될 수 있을까?”
믿을 구석 The Last Resort

2025년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제는 ‘믿을 구석(The Last Resort)’이다. 재앙과 재난으로 점철된 불확실한 시대에서 우리가 끝내 기댈 수 있는 것이 문장이라면, 그 문장은 어디서 태어나는 걸까. 서울국제도서전은 고난과 위기에 맞설 힘을 주는 구원의 매개로 ‘책’을 이야기한다. 지난 3월, 웹페이지를 통해 독자들의 ‘믿을 구석’이 되는 책을 추천받았고,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포함해 총 400권의 리스트를 완성했다. 전권 목록은 서울국제도서전 홈페이지와 주제 전시 부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같은 주제로 기획된 리미티드북도 도서전에서 한정 판매된다. 김멜라, 박참새, 손원평, 오은, 이해인, 천선란, 황인찬 등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14인이 참여해 ‘믿을 구석’을 주제로 각각 소설, 시, 에세이, 일러스트를 수록했다. 혼돈의 시대를 건너는 모두에게 깊은 사유의 길을 열어줄 「믿을 구석」은 온라인 대형서점에서 예약 판매 중이며, 도서전 아트숍에서도 구매 가능하다.
낯설고 익숙한 문화의 맛, 대만감성

올해 도서전의 주빈국은 대만이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감각을 주는 대만 고유의 정서를 여섯 가지 문화적 갈래로 나눠 소개한다. 여성, LGBT, 신이민 등 동시대 대만 사회의 다양한 정체성과 경계를 다룬 작품을 중심으로 원로 작가부터 신진 작가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의 대만 문학을 조망할 예정이다. 총 84개 출판사가 엄선한 500여 권의 도서가 여섯 가지 주제 ㅡ 문학, 생활 풍경, 그림 및 이미지 예술, 대지와 여행, 음식과 오락, 역사의 공감 ㅡ 에 따라 전시된다.
대만 최초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후보에 오른 우밍이를 비롯해 대만 현지 작가 23인이 방한해 강연, 북토크, 낭독회 등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대만의 출판문화부터 역사적 흐름까지 파악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가 될 예정이다. 강연 외에도 ‘나만의 행운 부적 만들기’ 등 흥미로운 워크숍과 대만 간식을 시식하는 타이완 매점 등 문화 체험 행사도 준비되어 있다. 대만 주빈관에서 진행하는 모든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 없이 현장 접수로 진행된다고 하니 관심 있는 사람은 참고하자.
새로운 책을 처음 마주하는 자리 〈여름, 첫 책〉
〈2025 서울국제도서전〉에서만 먼저 만날 수 있는 책도 있다. 공모를 통해 진행한 신간 발표 프로그램 〈여름, 첫 책〉이다. 올해는 문학, 예술, 철학, SF,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의 신간이 독자와의 첫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도서전 개막과 동시에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신간 도서 열 권으로는 어떤 책이 선정됐을까?

먼저 다수의 저자가 공동으로 참여한 합본 도서가 눈에 띈다. 출판사 은행나무는 ‘기념일’을 테마로 여덟 개의 단편 소설을 묶은 「셋 세고 촛불 불기」를, 한겨레출판은 한겨레문학상 30주년을 기념해 역대 수상 작가들의 당선작을 모티프로 쓴 소설을 모아 「서른 번의 힌트」를 준비했다. 외에도 전문가 6인이 함께한 「우리 일의 미래」, 사진 연작과 소설 두 편을 엮은 「파라-다이스」도 있다. 〈흑백요리사〉에 등장한 최강록 셰프의 요리에 대한 성취와 지식을 담은 「요리를 한다는 것」과 시집 「정신머리」로 제42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던 박참새 시인의 첫 산문집 「탁월하게 서글픈 자의식」도 관심을 끈다. 〈여름, 첫 책〉선정 도서는 도서전 각 출판사 부스에서 구매할 수 있다.
책을 만나는 또 다른 방법

〈서울국제도서전〉은 책을 만드는 사람과 읽는 사람의 접점을 만드는 교류의 장이다. 올해도 다양한 북토크, 강연 등 행사가 마련되어 있다. 〈끝나지 않은 여행〉전으로 그라운드시소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요시고는 전시 도록에 수록된 작품 흐름에 따라 북토크를 진행한다. 출판사 무제 대표로 오디오북「첫 여름, 완주」를 출간한 박정민 배우와 김보나, 민승우 등 성우진은 윌라 오디오북 낭독 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도종환, 김애란, 이슬아 등 다양한 연령대의 작가부터 박찬욱 감독, 이세돌 프로까지 분야를 넘나드는 인사들이 문학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강연을 준비 중이다. 아쉽지만 6월 중순 기준, 대부분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이 마감된 상태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책마당’과 ‘책만남홀1’은 가림막이 없어 강연장 밖에서도 자유롭게 청강할 수 있다고 하니 아쉬운 마음이 덜어진다.

출판사별로 독립 기획한 ‘책갈피 프로그램’은 이번 도서전을 더욱 풍성하게 채운다. 저자 사인회, 굿즈 증정, 체험 프로그램 등 개성이 돋보이는 이벤트들이 시간대별로 준비되어 있다. 일별로 자세한 프로그램 목록은 링크를 통해 확인하자.
글 김기수 기자
자료 출처 서울국제도서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