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05

인도와 프랑스 감성을 담은 패브릭

느림의 미학을 담은 브랜드.
패브릭 브랜드 ‘인도로 간 빠리지엔’은 인도의 전통방식으로 만든 패브릭에 프랑스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패턴을 그려 넣는다. 그렇게 완성된 원단과 패브릭 제품은 느림의 미학을 전한다.
인도로 간 빠리지엔 x TWL x 툴프레스 x 임태희 디자인스튜디오 © TWL

 

‘인도로 간 빠리지엔’은 인도 전통방식으로 제작한 원단과 그로 만든 패브릭 제품을 디자인하고 판매하는 브랜드다. 인도 원단과 사랑에 빠진 박소영 대표가 무작정 인도에 가서 빈티지 제품을 하나씩 사오는 것에서 시작했다.

 

만약 브랜드의 정체성을 국가로 정의해야 한다면, 인도로 간 빠리지엔의 정체성은 인도와 프랑스에 있다. 이는 프랑스에서 10년 넘게 생활하고 인도 원단을 좋아하는 박소영 대표의 개인 서사와 취향에서 비롯되었다. 그래서 인도로 간 빠리지엔이 선보이는 원단과 제품은 지나치게 인도스럽지 않고, 인도와 유럽의 감성이 동시에 느껴진다.

 

© TWL

 

브랜드의 시작은 박소영 대표가 인도에서 사 온 원단과 빈티지 제품을 프리마켓에서 파는 거였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블로그와 SNS에 올렸다. 인도라는 익숙하지만 낯선 나라에서 건너온 패브릭의 오묘한 매력은 알음알음 입소문을 탔고, 온라인을 통해 박소영 대표의 심미안을 따르는 사람도 늘어났다.

 

빈티지 제품을 가지고 와서 파는 것에 한계를 느낀 박소영 대표는 2018년, ‘인도로 간 빠리지엔’이라는 자신과 브랜드를 너무나도 잘 나타내는 이름을 짓고 본격적으로 인도 패브릭의 아름다움을 국내에 소개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인도 현지의 장인들과 손을 잡고 원단을 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작은 그림을 자주 그렸고, 프랑스에서 섬유 디자인을 전공했던 박소영 대표는 원단의 패턴을 직접 디자인한다. 인도로 간 빠리지엔의 원단에 그려진 패턴은 주로 박 대표의 개인적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19세기 말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피어난 장식미술에서 영감을 받아 그려진다. 인도 장인들도 박소영 대표의 패턴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는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 인도로 간 빠리지엔

 

무엇보다 인도 패브릭을 국내에 소개했다는 점에서 인도로 간 빠리지엔은 흥미로운 브랜드다.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원단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패턴 제작 기법인 ‘우드블록’으로 제작된다. 우드블록 기법은 나무에 패턴을 양각으로 파서 도장을 만든 후, 염색한 천에 염료를 묻혀 찍어내는 것이다. 인도에서는 오로지 사람의 손으로만 작업하기 때문에 매우 고될 뿐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이 된다. 게다가 사람이 하는 일이라 블록을 찍을 때의 압력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선명도가 조금씩 다르게 찍힌다. 기계가 찍어낸 반듯하고 뚜렷한 패턴과 달리 진했다가, 흐렸다가, 때로는 살짝 빗겨 난 패턴이야말로 우드블록 패브릭의 진정한 매력이다.

 

인도에서의 원단 제작 과정 © 인도로 간 빠리지엔

 

손으로 일일이 찍어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하나의 원단이 완성되기까지 약 한 달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여기에 인도 특유의 느긋함까지 더해져 제품의 완성이 더뎌진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박소영 대표도 화가 났지만, 이제는 그들에게서 느림의 미학을 배웠다고 한다. “인도 장인이 우드블록으로 패턴 하나, 하나 찍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재촉해서 되는 일이 아님을 깨닫게 되죠. 그들의 작업에 경외심까지 느끼게 돼요.”

 

© 인도로 간 빠리지엔

 

그래서 박소영 대표는 이렇게 장인들의 손길이 닿은 인도 원단을 대량 생산품과 똑같이 여기고 가격 경쟁을 논하는 일부의 시선이 안타깝다. 완성품보다는 작업 과정에 담긴 정신에 더 주목하기를 바란다. 인도 원단은 단순히 낯선 나라의 신기한 문화가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를 반영한 공예품이자 예술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드블록은 다른 디자인과 예술 작업에도 적용되는 또 다른 표현기법이 될 수 있다. 이를 보여주고자 박소영 대표는 우드블록 기법으로 그린 그림책을 준비 중이다.

 

인도로 간 빠리지엔 x 툴프레스 x 스튜디오 알토 x TWL © TWL

 

인도 원단에 담긴 느림의 정신은 TWL과 함께 준비한 팝업 전시 ‘Villa Lettre’에서 직접 두 눈으로 볼 수 있다. 1년 전부터 준비한 이 전시에서는 인도로 간 빠리지엔의 제품은 물론이고, 레터프레스 디자인스튜디오 툴프레스와 함께 작업한 원단과 그를 활용하여 만든 스튜디오 알토의 셔츠와 가방, 임태희 디자인스튜디오의 스툴도 판매하고 있다.

 

인도로 간 빠리지엔 x 툴프레스 x 임태희 디자인스튜디오 x TWL © TWL

 

협업한 스튜디오와의 팀워크가 너무 좋았다고 전한 박소영 대표는 “과정이 좋아서 결과도 좋았어요. 어느 누구도 재촉하지 않고, 욕심을 부리지 않았거든요. 그러니까 인도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이 제품이 완성되었어요.”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인도로 간 빠리지엔, 모스가든 팝업 전시 © 인도로 간 빠리지엔

 

인도로 간 빠리지엔은 오롯이 박소영 대표의 취향에서 시작한 브랜드다. 빠리지엔의 자유로운 감각으로 선별한 인도 패브릭에 과연 누가 공감을 해줄까 싶었지만, 놀랍게도 이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한, 두 명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들은 인도의 느긋한 작업 속도와 손맛이 느껴지는 디자인을 좋아해 줬다. 더 놀라운 건, 인도를 간 빠리지엔을 오랫동안 사랑해 준 고객들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이 비슷하다는 점이었다. “프리마켓에서 고객들을 우연히 마주칠 때마다 신기해요. 나와 비슷한 걸 좋아하고, 내 취향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많구나 싶어서 위로를 받기도 해요.”

 

누가 어떤 브랜드를 좋아하고, 애용하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취향과 삶이 보인다고 했다. 그런 면에서 인도로 간 빠리지엔은 작지만, 21세기 브랜드가 가져야 할 조건을 충족한 브랜드다. 때문에 인도로 간 빠리지엔이 전하는 메시지는 우리 가슴에 깊게 와닿는다. “느려도 괜찮아, 투박해도 괜찮아.”

 

전시 Villa Lettre 포스터 © TWL
 
전시 Villa Lettre
기간 2021.07.07 – 08.15
장소 TWL Shop & Studio (서울 종로구 율곡로 187 토토빌딩 1층)

 

 

허영은

자료 협조 인도로 간 파리지엔, T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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