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04

부산에서 느끼는 세 작가의 푸르름

파랑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다.
'맑은 가을 하늘과 같이 밝고 선명한 푸른색'. 표준국어대사전을 펼치면 나오는 ‘파란색’의 사전적 정의다. 긍정적인 이미지가 한껏 상상되지만, 한편으로 파란색은 다소 우울하며 지치고 어두운 에너지를 품고 있는 색이기도 하다. 긍정과 부정의 의미를 모두 가졌기에 시각 예술가조차 쉽사리 사용하기 어려운 색 역시 파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까다로운 색을 영감의 원천 삼아 푸르름과 희망의 순간을 선사하는 전시가 열려 이목을 끌고 있다. 부산의 오브제후드에서 열리는 전시 'Dear my blue'가 바로 그것으로 참여 작가 이채, 윤종주, 김민선(스튜디오 선과선분)은 각자의 시선으로 푸르름을 담아내어 우리에게 청량한 여름을 안겨준다.
전시 포스터 ©오브제후드
윤종주 작가 섹션 전시 전경 ©오브제후드
윤종주 작가의 Cherish the time 시리즈 ©오브제후드

 

푸른빛을 가득 머금은 윤종주 작가의 Cherish the time 시리즈가 전시의 시작을 알린다. 캔버스 위에 여러 번 덧칠을 하며 완성해가는 작가의 작업은 마치 세라믹 작품을 마주한 듯 매끈한 질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이내 블루 안의 블루, 겹겹이 쌓인 푸른색들이 서로 교감하며 캔버스 위에 만들어낸 공간은 보는 이를 더 깊은 몰입의 순간으로 안내한다. 작가가 그려내는 무한한 공간은 빛과 물 그리고 시간을 품고 있다. 여기에 더해진 다채로운 빛깔의 파란색들은 서로를 끌어당기기도 하고, 또 만날 듯 만나지 않으며 전에 없던 새로운 빛과 향을 가진 색으로 변화한다. 마치 수행자가 그러하듯 한층 한층 색을 반복해 쌓아가며 완성으로 나아가는 그의 작품은 더없이 깊은 고요함의 순간, 풍요로운 사색의 시간으로 공간을 채운다.

 

이채 작가의 작업 ©오브제후드

 

파란색은 이채 작가의 손을 통해 비로소 ‘푸른 꽃’이라는 형태와 이름을 부여받는다. 밤의 시간 그리고 꿈의 시간에 피어나는 푸른 꽃은 작가의 의식 안에서 구성된 신비한 꽃이다. 작가는 덧붙인다. “꿈속에서 피어난 푸른 꽃, 나의 푸른 꽃. 푸른 꽃이 꾸는 꿈. 밤은 우리 마음 본연의 자리이며 꿈은 낮의 움직임에서 벗어나는 쉼의 공간이다. 푸른 꽃은 마음의 모습이다. 밤사이 내려앉은 푸른빛의 꽃들은 낮을 위해 힘을 응축한다. 낮의 시간은 꽃이 핀 밤의 시간이 빚어낸 무늬가 된다. 푸른 꽃을 찾고자 하는 열망이 만들어내는 결을 자아내기도 또 그 결을 채우기도 하면서 푸른 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형상화한다. (···) 자유롭고 끝없는 상상의 산물. 자연과 인위 사이에서 부유하는 중간적 산물. 그 푸른 꽃을 찾아가는 여정. 가장 정신적인 꽃을 위하여.”

 

이채 작가의 작업 ©오브제후드

 

그의 말처럼 푸른 꽃을 그리는 행위는 진정한 푸른 꽃을 찾고자 하는 열망이자 여정이다. 이채 작가는 작품세계를 신비화하고 주관화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 단순히 무의식에서 피어난 것도 우연에 의해서 자라난 것도 아닌 철저하게 작가의 의식적 구성의 결과로서 그리고자 한다. 더 나아가 단순히 물감을 덮고 지우는 감정적 우연의 행위에 그치지 않고 조형적인 계획을 통해서 앞선 반복의 행위는 형체를 찾아가며, 이렇게 형상화된 감성적인 결에 푸른 꽃이라 이름 붙였다. 다시 말해, 푸른 꽃은 상징적인 형상이다. 꽃을 피운다는 말에는 어떤 현상이 번영하게 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푸른 꽃이 만개해 꽃잎이 흩날리면 우리의 마음속 수많은 결 사이에서 침잠할 수 있다. 푸른 꽃을 피우고자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민선 도예가의 오브제 ©오브제후드

 

스튜디오 선과선분의 김민선 도예가를 만나 파란색은 쓸모를 가진 실용성 있는 오브제가 된다. 작가의 작업은 마조렐의 정원 일부를 옮겨놓은 듯 비실재적이고 강렬한 색채감이 인상적이다. 그는 금속 등 다른 재료와 결합하여 흙의 물성을 넘어선 긴장감 있는 형태를 연출한다. 한편 간결함이 돋보이는 오브제의 형상은 색과 재료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전시 전경 ©오브제후드

 

이렇듯 세 작가는 독창적인 방식으로 파란색을 다루며 우리가 전에 느껴보지 못한 푸르름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깨운다. 뜨거운 여름의 한 가운데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시원한 파랑의 이미지를 넘어 파란색이 그려내는 다채로운 미감의 향연이 궁금하다면 지금 ‘Dear my blue’를 찾아보자. 전시는 오는 8월 15일까지.

 

 

 

이건희

자료 협조 오브제후드

장소
오브제후드 1층 크리에이티브센터 (부산시 수영구 좌수영로 135)
일자
2021.07.10 - 2021.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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