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는 니 좋아했따고! (나는 너 좋아했다고!)”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 줘> 대사 中
“그라는 거 아이다~ (그러는 거 아니야~)”
최근 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된 문화가 하나 있다. 바로 ‘미디어 사투리’다. 미디어 사투리는 대중 매체에서 특정 지역의 사투리 억양을 연기할 때 느껴지는 어색한 어투를 일컫는다. 표준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보기엔 어색하거나 과장된 표현이라 느껴지지 않지만, 해당 지역에서 나고 자란 지역민이 듣기에는 대사의 높낮이나 어투 등이 어설피 보여 뜻하지 않게 큰 웃음을 주기도 한다.
예시로 지난 1월 방영된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 줘> 극 중 등장인물이 연기한 경상도 사투리는 그 억양이 어색해 시청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장면은 SNS에서 크게 인기를 끌며 지난 3월에는 배역을 맡았던 배우가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경상도 출신 개그맨과 함께 대사를 재현하며 화제성을 이어나가기도 했다. 또 309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피식대학(Psick Univ)’은 지역의 사투리를 변형하여 유행어를 만들었다. ‘맛꿀마’는 ‘맛있네’를, ‘깔끼하네’는 ‘멋있네’를 의미한다. 기존에 없던 표현이지만 왠지 있을 법한, 어디선가 들어본 억양을 담아 위트 있게 만들어낸 것.
이렇듯 미디어 사투리는 사투리를 실제로 구사하는지와는 관계없이 Z세대 사이에서 하나의 유행이 됐다. 하지만 평생 사투리를 써보지 못한 이들이라면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 지역민이 아니라면 잘 모르는 사투리가 유행으로 떠오른 지금, 사투리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트렌드에도 탑승하고 우리말에 대해 공부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다.
국립한글박물관이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며 선보이는 기획특별전 <사투리는 못 참지!>는 방언의 다양성과 가치, 그리고 이를 보전하는 한글의 힘을 발견하고 우리 말글의 미래를 그린다. 전국 팔도 사투리의 특징부터 사투리의 유래 및 역사, 지역별 말의 억양, 말투, 끝맺음 등을 지금 만나러 가 보자.
삶을 담은 진짜 말, 방언
문화와 정체성을 담고 있는 방언은 우리말을 풍부하게 해 주는 언어적 자산이다. 이번 전시는 방언의 말맛과 다양성을 보여주는 자료를 한자리에 모두 모았다. 우리 모두는 방언 화자로, 언어로 펼쳐지는 우리의 삶 그 자체가 이번 전시의 생생한 콘텐츠인 셈.
팔도의 말맛을 느끼고 체험하는 공간
방언 화자들의 언어를 생생하게 담아 콘텐츠화 하는 한편, 기획 과정에서 박물관 직원들이 직접 수집한 자료로 전시장을 풍성하게 채운 점이 이 전시의 특징이다. 서울 중구 토박이회를 찾아 ‘서울 토박이말’을 포착하고 그 특징을 영상으로 풀어냈으며, 제주 구좌읍 평대리를 찾아 ‘제주 해녀들의 삶과 말’을 살펴볼 수 있는 ‘삼춘의 바당’ 영상을 제작했다. 이밖에 웹 콘텐츠 ‘사투리 능력고사’를 통해 손 안에서 전시장 1부에서 선보이는 주요 내용을 즐길 수 있다.
방언 연구자이자 방언 화자인 이기갑, 충청도 출신 개그맨 김두영 등 팔도 화자들이 참여한 ‘같은 듯 다른 듯 경상도 사투리’, ‘팔도의 말맛’ 콘텐츠도 선보인다.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문학 속 방언을 재해석한 작품도 눈을 즐겁게 하는 포인트. 이 밖에도 방언 연구자들이 실제로 사용한 카세트 테이프, 조사 노트, 가방, 녹음기 등을 제공받아 전시장에서 소개하며 당시 연구자들이 채록한 방언 화자의 음성도 직접 들을 수 있도록 전시를 연출했다.
기록문화유산으로서의 한글 가치 재조명
더불어, 한글 편지, 실용서, 문학 작품, 방언 조사 기록과 사전 등을 통해 기록문화유산으로서 한글의 역할과 가치를 재조명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정보통신과 이동 수단 등의 발달로 지역 간, 문화 간 섞임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방언 간 경계는 흐릿해지고 있다. 방언은 우리들의 입에서 생생하게 쓰이면서도 시간이 지나고 환경이 달라지면 그 특성이 변하거나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방언을 모으고 한글로 남겨두는 것 그 자체가 언어문화를 보전하는 일이다.
특히 지역 방언을 살펴보면 국어 변화의 흔적이 남아 있기도 한데, 문자로 기록되지 않으면 후대에 전해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기록문화유산으로서의 한글의 힘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지금 여기 우리말의 모습을 남기는 또 하나의 자리이기도 하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존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한글박물관은 문화취약계층의 문화예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시장에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공간별 주요 내용에 대한 수어 해설 영상이 상영된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안내지와 주요 유물 음성 설명도 제공한다.
전시장의 모든 설명은 최대한 모든 이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쉬운 표현을 사용하여 대화체로 작성했다. 아울러 전시장에 오지 못하는 이들은 박물관 누리집이나 누리소통망(SNS)의 정보 무늬(QR 코드)를 휴대폰으로 촬영해 동일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찾아가는 사투리 콘서트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공연과 강연을 아우르는 <찾아가는 사투리 이야기 콘서트>가 준비되어 있다. 강릉은 6월 10일, 제주는 10월 6일 진행 예정으로, 강릉 단오제(6.6.~6.13.)와 제주 탐라문화제(10.5.~10.9.) 축제 기간 동안 더 많은 지역민과 함께 즐기며 현장 부스를 통해 다양한 체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국립한글박물관은 본 전시가 끝나면 순회전을 통해 지역민의 문화예술 향유 증진을 위한 행보를 이어간다. 개막 후 6월 30일까지 전시를 관람하면서 전시실 입구에 비치된 문제를 풀고 응모하면 추첨을 통해 상품을 증정하는 관내 이벤트도 준비되어 있으니 방문 시 참고할 것!
전시 총괄 김희수
전시 기획·진행 문영은, 윤의랑, 이강원, 이주원
전시 디자인 이보영(공간), 이수지(그래픽), 이은솔(영상)
전시 홍보물·그래픽 디자인 햇빛스튜디오, 스튜디오 준
전시 연출·시공 (주) 주성디자인랩, TBD project
전시 영상 (주) 스튜디오 재믹스
사진 촬영 김영광
전시 영상·음성 참여 강나라, 고려진, 고승자, 김두영, 김미순, 김상희, 김수열, 김수일, 김순자, 김예순, 김자옥, 박동안, 박린준, 박숙희, 박순자, 박혜원, 송원순, 신하영, 심명숙, 이계춘, 이기갑, 이순덕, 이순자, 이연주, 이옥순, 이희순, 정동기, 정순옥, 조순선, 조승희, 천지원, 한두일, 한진명, 현애순, 홍근우
전시 참여 디자이너 김도현, 김영선, 김현진, 김형재, 김희애, 이예연, 이화영, 정사록, 홍은주
글·사진 이신영 콘텐츠 매니저
자료 제공 국립한글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