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을 중심으로 전개하는 패션 브랜드 ‘스탠드오일(STANDOIL)’은 작년부터 봄, 여름, 가을, 겨울 시즌마다 새로운 콘셉트로 방문객을 사로잡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서울 성수동에서 운영 중이다. 스탠드오일은 플래그십 스토어를 통해 제품 판매를 전면으로 내세우기보다는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온몸으로 체험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올해 봄을 맞이해 지난 3월 21일, 스탠드오일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24년 봄, ‘3, 2, 1 CHALKAK!’을 주제로 삼아 빨간색과 하얀색의 대비가 돋보이는 사진관으로 새 단장을 했다.
스탠드오일은 주력 아이템인 가방 외에도 모자, 주얼리 등 다양한 액세서리 라인을 구축해 소비자들을 이끌어 들인다. 1층 외부에 마련된 카페에서 판매하는 시즌 콘셉트에 걸맞은 F&B 메뉴 또한 많은 이들이 방문하는 이유 중 하나. 이번 시즌에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특별한 순간을 기념하는 캠페인에 맞춰 하트 모양으로 슈거 파우더가 뿌려진 티라미수가 준비됐다. 스탠드오일의 태국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은 4.1만 팔로워, 일본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은 1.5만 팔로워(2024년 4월 3일 기준)를 달성했을 정도로, 한국을 넘어 각지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탄탄히 쌓아 나가고 있다. 그 인기의 도화선이 된 스탠드오일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 구석구석에 담긴 이야기를 탐독할 시간.
1.SPACE
건물의 외관 한 켠에는 유럽풍 분수대와 벤치가 마련되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새하얀 외관에 이끌려 들어선 1층에서는 사랑하는 친구, 가족, 애인과의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방문하는 사진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거대한 포토 부스가 단숨에 눈에 띈다. 포토부스는 정면에 카메라가 장착된 평범한 버전과 다각도로 촬영되는 버전으로 두 대가 준비되어 있으며, 결제를 위한 코인은 우측에 마련된 굿즈 숍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매장의 1층 벽면에 기다랗게 설치된 메이크업 테이블 앞에서 한껏 단장한 뒤, 사랑하는 이와의 순간을 기념하자. 테이블 위의 하트 조명도 눈여겨볼 만한 포인트!
매장의 2층으로 올라서는 계단 바닥의 카펫에 새겨진 ‘3, 2, 1 CHALKAK!’ 문구가 계단을 한 칸씩 오를 때마다 차례대로 반긴다. 2층에서는 본격적으로 쇼핑을 할 준비를 해보자. 2층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에 들어오는 정면에 24년 봄 시즌을 맞이해 선보이는 신제품을 진열해 집중도를 극대화했다. 우측 벽면에는 계속해서 움직이는 트레일러 형식의 행거에 백을 진열해 흥미로운 동적 요소를 더했다.
2.PEOPLE
Interview with 스탠드오일 비주얼 팀
이소현 팀장
ㅡ 2023년 봄부터 시작해 매 계절마다 같은 공간에서 새로운 콘셉트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공간을 구현하고 있나요?
온라인에서 보이는 1차원적인 이미지를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랍니다. 다만, 스탠드오일의 시즌 콘셉트가 고객들에게 추상적으로 읽히지 않길 바라기에 일상에 가까운 공간에서 영감을 얻고 있어요. 이번 시즌에서 큰 주제로 삼은 사진관처럼요.
ㅡ 한 시즌을 준비하는 데 기간은 얼마나 소요되나요?
보통 3개월 정도 소요돼요. 그동안에 콘텐츠 기획부터 시작해 촬영 기획, 촬영, 오프라인 공간 기획, 광고 소재 정리까지 모두 마칩니다.
ㅡ 새하얀 공간 곳곳에 포인트로 사용된 빨간색의 대비가 인상적입니다.
작년의 경우에는 콘셉트와 어우러지는 색채를 선정해 매장 공간에 적용한 반면, 올해에는 브랜드를 각인하고자 대표 색상인 빨강으로 변주를 이끌어갈 예정이에요.
ㅡ 스탠드오일의 정체성을 반영하고자 한 요소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매 시즌 간판에 공을 들이고 있어요. 간판에 적용된 서체가 풍기는 느낌을 통해 공간과 제품의 실루엣을 예측 가능하도록 제작합니다. 이번 시즌에 간판을 모던하게 제작한 것도 콘셉트의 방향성과 일치하는 부분이죠.
ㅡ 플래그십 스토어는 경험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구매가 이뤄지는 매장이기도 합니다. 쾌적한 쇼핑을 위해 디자인적으로 가장 많이 고민한 지점이 있다면요?
쇼핑을 할 때, 어떤 점들이 불편할지 고려해서 공간을 설계했습니다. 팀 내 인원의 평균 키를 기준으로 제품을 진열했을 때 가장 적합한 높이나 폭과 같은 수치를 직접 측정하고, 계산해 매장에 적용했어요.
Interview with ONDOH
ONDOH는 광고와 미디어 촬영에 활용되는 세트 및 소품 스타일링을 주로 작업하는 팀이다. 그들이 평소에 해오던 작업과는 달리 스탠드오일 플래그십 스토어에는 시공 및 인테리어로 참여했다.
ㅡ ONDOH(이하 ‘온도’)가 스탠드오일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권도형 본래 공간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어요. 예전에 친한 지인들의 거주 공간을 스타일링해 주거나 부분 공사해 준 적이 있을 정도로요. 인테리어 관련 문의가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었는데, 촬영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니 무리라고 판단되어 거절해 왔죠. 스탠드오일은 이다인 팀장의 적극적인 권유로 작년 3월, 봄 시즌부터 함께 진행했습니다.
이다인 작년 봄에 스탠드오일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면서 1층 메인 공간 부스의 세트 스타일링을 맡았어요. 처음에는 공간의 일부분으로 시작해, 작년 가을 시즌부터 지금까지 전체 시공과 인테리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 같은 경우에는 비주얼 팀에서 ‘3, 2, 1 CHALKAK!’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사진관을 구현하고 싶다는 제안을 했고, 온도에서는 그 내용을 토대로 시안을 찾아 굿즈 숍의 형태나 사진관의 구체적인 모습 등 구체적인 디자인을 구상했어요.
ㅡ 촬영 세트는 단시간에 완성되고, 빠르게 철거됩니다. 그에 반해, 플래그십 스토어는 한 시즌 동안 같은 콘셉트로 유지되기에 작업 과정에서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 짐작되는데요.
권도형 맞습니다. 세트의 결과물은 사진으로 완성된다면, 공간은 사람들의 경험으로 완성되기에 마감이나 디테일을 더욱 세심하게 살피고 있죠. 방문객이 다치면 안 되니 안전도 물론 중요하고요.
이다인 오픈한 상태여도 매주 현장에 찾아가서 부족한 점은 없는지 확인하고 보완하는 작업까지 진심을 다하고 있어요. SNS에 저희 작업물을 찍은 사진들로 가득할 때 정말 뿌듯해요.
ㅡ 스탠드오일의 24년 봄 시즌 공간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어서 좋았던 점은 무엇인가요?
권도형 온도는 우드나 패브릭과 같은 소재를 주로 사용하는 편인데, 이번 스탠드오일 플래그십 스토어 매장에는 금속을 살짝 사용했습니다. 흰색 사진 레일 박스 안쪽과 출입구 문을 유심히 보시면 알아차릴 수 있을 거예요. 특히, 프랑스 건축가 장 푸르베(Jean Prouvé)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출입구 문은 기존 통유리 문을 재활용해 금속 프레임을 덧대어 완성했죠.
이다인 유리블록을 활용해 하트 모양을 만든 굿즈숍 카운터의 정면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어요. 유리블록은 권도형 실장님이 처음부터 사용하고 싶어했던 자재인데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오랜 시간 고민했습니다. 고민을 거듭하던 중 방문한 자재 업체에서 실장님이 투명한 유리블록과 빨간 유리 블록을 맞대어 보여주신 순간, 빨간 하트를 유리 블록으로 만들면 예쁘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사실은 하트가 지금보다 더 컸고 통로 쪽에도 하트를 만들고자 했지만, 국내에서 공수할 수 있는 빨간 유리블록의 재고가 작은 하트를 만들 수 있는 8개뿐이었어요. 보편적인 유리블록은 마감하는 면이 불투명하지만, 이번에 사용한 유리블록은 전체가 투명한 자재였기에 더욱 구하기에 어려웠습니다.
ㅡ 이번 시즌의 공간에서 가장 손길이 많이 닿았던 부분은 어디인가요?
권도형 밤을 지새우면서 사진 레일 박스를 조립하던 일이 떠오르네요. 건물 앞 분수대 바닥의 돌도 저희가 직접 사서 깔았습니다.
이다인 굿즈 숍 카운터 뒤의 진열장에도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어요. 진열장 선반 사이의 높이 간격을 몇 센티미터로 설정할지도 굉장히 많이 고민했죠. 사진관과 사랑이라는 콘셉트가 진열장의 오브제를 통해서도 느껴지도록 카메라 필름, 입을 맞추고 있는 피규어, 그리고 스크랩북 등을 두었어요. 특히, 스크랩북은 며칠 내내 찾은 레퍼런스를 참고해서 제가 직접 오리고 붙여 꾸몄을 정도로 애정을 쏟았습니다.
ㅡ 1층 메이크업 테이블 위의 하트 모양 조명도 굉장히 독특하더군요.
이다인 독일의 산업 디자이너 잉고 마우러(Ingo Maurer)가 디자인한 ‘One From The Heart’입니다. 조명 하단의 받침 부분을 잘 보시면 악어 두 마리가 자리하고 있어요. 그 악어가 하트를 물고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동대문 부자재시장을 다 돌아서 하트를 크기별로 구매하고, 가장 적합한 크기와 모양의 하트를 끼워 넣었죠. 더구나 이 조명은 잉고 마우러의 친한 친구가 결혼할 때 선물로 디자인했기에 의미적으로도 이번 시즌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ㅡ 스탠드오일 플래그십 스토어의 지난 시즌 중에서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작업을 꼽아보자면요?
권도형 작년 가을 시즌에 재미있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미국 뉴욕에서 진행한 룩북 촬영에 세트 스타일링으로 참여했고, 그 촬영 현장에서 사용했던 소품들을 가져와 성수동 매장에 그대로 구현했습니다. 브루클린의 작은 상점을 빌려 미용실을 만드는 콘셉트로 룩북 촬영을 진행했는데, 지나가던 뉴욕 주민들이 미용실 언제 오픈하는지 물어볼 정도였죠. (웃음)
이다인 저도 실장님과 같은 의견입니다. 일주일 동안 뉴욕에 머물면서 3일 동안 빈 상점을 꾸미고, 이틀 내내 촬영한 뒤에 하루 동안 철거를 했어요. 미용실이라는 콘셉트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싶어서 뉴욕 출장 기간 동안 성수동 매장에 사용할 미용 소품들도 모두 직접 사 왔었죠. 가장 애착이 많이 가는 프로젝트예요.
3.ITEMS
모어 바게트백
마치 바게트와 같이 길쭉한 형태로 수납력을 더한 백. 아이패드 미니까지 수납 가능하다고. 블랙, 크림, 베이비핑크의 총 3가지 색상으로 출시되었으며, 다양한 스타일과 연출하기에 용이해 데일리백으로 손색없다.
조이백
다양한 크기의 포켓으로 실용성을 더했으며, 맥북 14인치까지 수납할 수 있어 대학생이나 직장인에게 활용도가 높다. 24년 봄/여름 시즌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워크웨어와 안성맞춤인 가방.
토이백
유연한 곡선의 형태가 도드라지는 미니백으로 버클 조절이 가능해 토드 혹은 숄더 형식으로 두 가지의 연출이 가능하다. 따뜻한 날씨와 잘 어울리는 버터, 스카이블루, 블랙의 색상으로 출시됐다.
글 성채은 기자
자료 제공 스탠드오일, OND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