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된 ‘뒤엉킴’
김홍석 개인전 <실패를 목적으로 한 정상적 질서>
국제갤러리 2024년 2월 1일 ~ 3월 3일
하이힐처럼 높은 슬리퍼, 고양이 몸을 한 조커, 가벼운 바위와 무거운 카펫… 우리가 익숙하게 여기는 사물들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낯선 광경. 형식과 매체를 넘나들며 서구권과 비서구권 사이 인식의 질서를 비판해 온 김홍석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뒤엉킴(entanglement)’을 이야기합니다. 동양 회화의 대표 격인 사군자 회화를 서양 회화처럼 아크릴로 두껍게 칠하는가 하면, 상업공간에서 흘러나올법한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틀어놓았습니다. 누구나 당연하다고 믿는 것, 관념에 미세한 균열을 내는 것이지요. 그 균열을 통해 새로운 생각의 전환을 느껴보면 어떨까요.
감정의 고양에 다다르는 공원 풍경
빈우혁 개인전 <멧돼지사냥>
갤러리바톤
2024년 1월 12일 ~ 2월 17일
산책 좋아하시나요? 베를린에 거주하며 작업하는 빈우혁 작가는 일상에서 마주한 공원의 풍경을 그린 신작을 선보입니다. 우리가 쉽게 찾을 수 있는 공원이지만, 캔버스 속 화면은 세잔의 산처럼, 모네의 연못처럼 다채롭고 강렬하게 마음을 휩쓸고 갑니다. 전시 제목이기도 한 ‘멧돼지사냥’은 티어가르텐 공원에 있는 동상을 49장의 드로잉으로 결합해 그린 대작으로 압도적인 포스를 뿜어냅니다. 산책이라는 일상의 리추얼이 어떻게 삶을 환기하고 나아가게 하는지 생각해 보게 하는 전시입니다.
이주민의 시간
MMCA 현대차 시리즈 2023 <정연두- 백년 여행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2023년 9월 6일 ~ 2024년 2월 25일
멕시코 메리다에는 ‘제물포’ 거리가 있다고 합니다. 1905년, 인천 제물포항을 떠나 이곳에 정착한 한인들이 고국을 그리워하며 부른 이름이 정착된 것이죠.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영상과 설치, 퍼포먼스 작품을 선보이는 정연두 작가는 오래전 한국을 떠난 이주민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습니다. 이민자의 일대기, 그들이 일한 에네켄 농장과 후손들의 이야기가 연출을 통해 깊은 시간의 통로로 안내하지요. 전시가 2월 25일에 종료되니 아직 못 보신 분들은 꼭 한번 경험해 보길 추천합니다.
예술작품을 경험하는 법
필립 파레노 개인전
리움미술관 M2, 아동교육문화센터, 데크, 로비
2024년 2월 28일 ~ 7월 7일
예술작품과 전시를 대하는 방식을 실험해 온 현대미술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명인 필립 파레노의 개인전이 리움미술관에서 열립니다. 이번 전시는 그의 국내 첫 미술관 개인전이자 리움미술관 사상 최대 규모 전시로 알려져 있는데요. 사운드 전문가, 언어학자, 배우 등 다방면의 전문가들과 협업하고, 최신 기술을 활용한 시노그래피를 선보이며 예술과 관객 간의 상호작용, 작품과 공간 내외부 관계, 전시를 관람하는 방식과 태도에 대해 질문합니다. 필립 파레노의 90년대 작업부터 야외 대형 설치 신작까지 작품 세계를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전시가 될 예정입니다.
강릉에서 만나는 현대미술
개관전 <루치오 폰타나: 공간 · 기다림>
강릉 솔올미술관
2024년 2월 14일 ~ 4월 14일
이번에 강릉에 갈 계획이 있다면? 새로 개관한 솔올미술관은 어떨까요. 개관전으로 현대미술의 거장 루치오 폰타나의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거든요. 폰타나에 대해서 잘 몰라도 캔버스 중앙을 찢은 작품은 언젠가 본 적이 있을 거예요. 화면에 물리적 흠집을 내어 전통 회화의 평면성에서 벗어나길 제안했던 대표작품이지요. 이번 전시에서는 1940년대 ‘공간주의(Spatialism)’를 선보였던 폰타나의 작품 27점을 선보입니다. 현대건축의 거장인 리처드 마이어(Richard Meier)의 건축 디자인과 철학을 담은 미술관 공간도 함께 느껴보시길 추천합니다.
글 이소진 수석 기자·콘텐츠 리드
자료 제공 국제갤러리, 갤러리바톤,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강릉 솔올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