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22

2024년을 정갈하게 단장할 에센셜 아이템 7

조용한 럭셔리 룩 즐기기
옷장 속에도 빛과 소금 같은 존재가 있다. 언제 꺼내 입어도 편안한 데다 시나브로 근사함을 풍기는 게 장기다. 예를 들면 재단이 잘 된 넉넉한 블레이저, 핏이 예쁜 청바지, 우아한 미디드레스, 가지런한 스트라이프 티셔츠 등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멋을 유지한다는 것. 이는 곧 옷을 향유하는 궁극의 즐거움으로 귀결된다. 주로 이런 디자인 앞에 ‘클래식’이라는 특별한 수식어가 따른다.
사진 출처 | 2024 SS 구찌, 2024 SS 스텔라 맥카트니
사진 출처 | 인스타그램 @liestudio_

클래식 패션의 진가는 매 시즌 발휘되지만 이번 시즌은 더 큰 활약이 예상된다. 코로나에서 해방된 후 화려함과 과시에 매료되었던 패션계는 어느새 간결하고 차분한 멋으로 빠른 태세전환을 보이고 있다. 계속되는 경기 불황, 전쟁, 바이러스 출몰, 이상기후 현상 등 불안을 야기하는 무거운 사회적 분위기가 이 흐름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불안정한 시기에는 금세 떴다 사라지는 휘황한 아이템 열보다 언제 어디서나 묵직한 빛을 내는 아이템 하나가 훨씬 힘이 세다. 몇 년간 떠들썩했던 Y2K 무드와 핑크빛 바비코어(Barbiecore)의 요란함을 싹 걷어내고 패션 신을 순식간에 우아한 세계로 바꿔 놓은 ‘올드머니’와 ‘조용한 럭셔리’ 무드처럼 말이다. 클래식 패션을 바탕으로 한 이 시의적절한 트렌드는 작년보다 더 정제된 멋을 품고 새로운 시즌의 문을 활짝 열었다.

사진 출처 | 인스타그램 @iliridakransmiqi, @clairerose
사진 출처 | 인스타그램 @roses_are_rosie, @ireneisgood

비슷하지만 결이 조금 다른 두 무드 중에 올해의 큰 축은 조용한 럭셔리가 이끈다. 올드머니가 강조하는 ‘부자’보다는 조용한 럭셔리가 집중하는 ‘절제’가 새로운 미감을 만든다. 핵심은 덜어내기. 브랜드를 드러내지 않는 정갈함, 담백한 실루엣, 그리고 이를 더욱 점잖게 연출하는 고급스러운 소재가 기본이 된다.

다음 소개할 일곱 개의 아이템이라면 올 한해 내내 우아할 것이다. 관건은 요즘 트렌드와 스타일링을 적절히 녹여내는 데 있다. 클래식은 시대와 함께 나아갈 때 비로소 살아 숨쉬는 법이니까. 다행인 건 잘 찾아보면 이미 옷장 안에 있을 확률도 꽤 높다는 것. 새해맞이 옷정리부터 시작해야겠다.

1. 오버사이즈 셔츠

“톱, 아우터, 미니드레스? 만능 셔츠가 필요해요.”

사진 출처 | 2024 SS 카르벵, 2024 SS 펜디

재킷 밖으로 큼직한 커프스를 접어 입거나, 윗단추를 두어 개 풀고 미니드레스처럼 연출하거나, 크롭 톱 위에 아우터처럼 툭 걸치거나. 하나로 다 되는 만능 셔츠가 필요한 시즌이다. 비슷비슷해 보여도 하늘 아래 같은 셔츠는 없는 법. 다재다능한 연출을 위해 주목해야 할 디자인은 이렇다. 박스형의 넉넉한 품과 엉덩이를 가리는 기장, 적당한 폭의 칼라, 손등을 덮는 긴 소매, 면과 리넨처럼 부드럽지만 힘 있는 원단. 이런 근사한 오버핏을 가진 화이트 셔츠, 핀 스트라이프 셔츠, 빈티지 감성의 체크 셔츠를 발견한다면 무조건 찜이다.

사진 출처 | 인스타그램 @hoskelsa, @kieunse
사진 출처 | 인스타그램 @liestudio_, @kieunse

연출의 핵심은 셔츠와 반대되는 로맨틱한 감성은 최대한 배제한다. 반면 매끈한 스트레이트 진, 울 블레이저, 라이딩 부츠처럼 비슷한 결을 가진 클래식 아이템과 조합하면 특유의 중성미가 쿨하게 반짝인다.

2. 트렌치 코트

“안에 무엇을 입었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사진 출처 | 2024 SS 드리스 반 노튼, 2024 SS 카르벵

한번 잘 고른 트렌치 코트는 옷장 속 천군만마다. 걸치는 순간 안에 무엇을 입었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을 만큼 분위기를 압도하는 힘을 지녔다. 올해는 물론이고 앞으로도 쭉 근사할 트렌치 코트를 찾고 있다면 다음의 조건을 고려한다. 정통성을 살리는 개버딘 원단(방수성과 내구성이 뛰어나 아우터의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과 차분한 베이지 계열 컬러, 정강이까지 내려오는 우아한 기장(과거에는 무릎선이 기준이었지만 이제는 더 길어야 근사하다), 벨트로 조이지 않아도 힘있게 툭 떨어지는 박스핏!

사진 출처 | 인스타그램 @hoskelsa, @rovvxhyo
사진 출처 | 인스타그램 @pernilleteisbaek, @nayoungkeem

이런 트렌치 코트라면 어떤 이너웨어와 연출해도 절로 폼이 난다. 오히려 중요한 건 신발이다. 이번 시즌은 담백한 로퍼와 스니커즈, 새침한 키튼힐 슈즈가 트렌치 코트와 매력적인 궁합을 드러낸다.

3. 청바지

“중청, 생지, 다크 워싱이 대세예요.”

사진 출처 | 2024 SS 구찌, 2024 SS 발리

데님의 무한한 질주가 계속되는 가운데, 조용한 럭셔리 무드에 딱 어울리는 클래식 디자인이 줄줄이 소환되고 있다. 먼저 워싱. 너무 연하지도 진하지도 않은 중청, 데님 본연의 멋을 살린 생지, 격식을 더하는 다크 워싱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으며, 이 중 하나로 선택하면 무난하다. 핏은 꾸준한 인기를 보이는 와이드 레그부터 90년대풍 스트레이트 핏, 오랜만에 부활 조짐을 보인 스키니 핏까지 다채롭게 선보인다.

사진 출처 | 인스타그램 @clairerose, @hoskelsa
사진 출처 | 인스타그램 @for_everyoung10, @kieunse

어떤 핏을 선택하든 관건은 평소보다 분위기를 드레스업 하는 스타일링에 있다. 뷔스티에 톱이나 크롭 카디건처럼 예쁜 상의와 매치하면 힙함이 살아나고, 블레이저나 바이커 재킷처럼 클래식 아이템을 더하면 포스가 넘친다. 어려울 때는 데님 셔츠로 위아래 청청 패션을 연출하고 굽이 살짝 있는 앵클 부츠를 신으면 무조건 근사하다.

4. 스트라이프

“티셔츠가 아니면 더 좋아요.”

사진 출처 | 2024 SS 스키아파렐리, 2024 SS 샤넬

멋쟁이들은 서로를 쉽게 알아본다. 그 명확한 바로미터 중 하나가 바로 스트라이프 티셔츠다. 목선을 보트 모양처럼 우아하게 가르는 네크라인에 네이비와 화이트의 깔끔한 줄맞춤을 가진 티셔츠를 입고 무릎이 나오지 않은 매끈한 팬츠를 입었다면 백발백중이다. 그만큼 그 특별한 멋이 오래도록 인정받아 왔다는 증거다.

사진 출처 | 인스타그램 @nayoungkeem, @clairerose
사진 출처 | 인스타그램 @ireneisgood, @sasha_fuks

올해는 티셔츠에 이어 다양한 아이템으로 가지런함이 확장될 전망이다. 특히 핀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셔츠나 점프슈트, 와이드 팬츠를 주목한다. 보다 경쾌하게 즐기고 싶다면 리조트풍의 니트 쇼츠 셋업, 뷔스티에 톱, 짤막한 카디건을 추천한다.

5. 블레이저

“아빠 혹은 할아버지 옷장에서 영감을 받으세요.”

사진 출처 | 2024 SS 로에베, 2024 SS 카르벵
사진 출처 | 인스타그램 @nayoungkeem, @ch_amii

이번 시즌 블레이저에는 낭만이 흐른다. 반대로 말하면 허리가 쏙 들어간 실루엣, 뾰족하게 솟은 피크드 칼라, 광택이 도는 원단 등 커리어 우먼 느낌을 내는 날카로운 멋은 열외다. 아빠 혹은 할아버지 옷장에서 꺼낸 듯한 복고 감성이 올해 블레이저 트렌드의 주축이다. 넓은 어깨와 엉덩이를 덮는 기장감, 빈티지 컬러 팔레트를 눈여겨보면 특별한 블레이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아빠와 할아버지가 즐기는 셔츠, 넥타이, 베스트, 재킷까지 겹겹이 겹치는 레이어드 연출을 더하면 백전백승. 따스한 봄에는 색에 좀 더 힘을 싣고 연출에는 힘을 빼면 보다 스타일리시한 블레이저 룩을 걸칠 수 있다.

6. 사각 토트백

“유행 타지 않는 간결한 가방이 유행이에요.”

사진 출처 | 2024 SS 미우미우, 2024 SS 더 로우
사진 출처 | Instyle, Splash News

로고를 자랑삼아 가방으로 젠체하던 시절은 곧 끝날 것으로 보인다. 대신 미감을 자아내는 가방들이 하나둘 자태를 뽐내기 시작했다. 어떤 브랜드의 제품인지 궁금증을 부르는 정갈한 디자인에 모양새와 색감으로 엣지를 살린 토트백, 버킨백, 클러치백이 강세를 보인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기를 모으는 디자인은 토트백. 태블릿이 거뜬히 들어갈 정도의 크기에 모서리를 유연하게 둥글린 네모난 형태의 가방은 올해 조용한 럭셔리 룩 곳곳에 묵직한 멋을 담을 전망이다.

7. 미디 드레스

“유려한 실루엣을 가진 드레스를 입으세요.”

사진 출처 | 2024 SS 구찌, 2024 SS 쿠레주

특별한 날 믿는 구석이 되어줄 드레스가 옷장 안에 걸려있다는 건 생각보다 더 행복한 일이다. 격식 있는 모임부터 호텔에서의 디너, 초대받은 파티까지 두루 아우를 수 있는 우아한 드레스 한 벌이면 충분하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실루엣에 무릎을 가리는 미디 기장 혹은 맥시 기장으로 승부를 던지는 드레스를 주목한다. 블랙을 벗어난 컬러에 도전하는 것도 새롭다.

사진 출처 | 인스타그램 @jennierubyjane, @kieunse
사진 출처 | 인스타그램 @amaliemoosgaard, @clairerose

걸을 때마다 나풀대는 헴라인, 독특한 네크라인, 백리스나 슬릿 디테일 등 하나의 디자인 포인트가 있다면 더욱 완벽하다. 체형 결점을 자연스럽게 커버하는 좋은 원단은 필수.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입었을 때 편안해야 한다. 제아무리 아름다운 드레스라도 앉아있기조차 불편하다면 누가 봐도 우아하지 않다. 드레스뿐만 아니라 앞에 꼽은 클래식 아이템 모두에 해당한다. 디자이너 코코 샤넬도 이렇게 말했다. 럭셔리는 반드시 편안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코 럭셔리가 아니다.

박선영 객원 기자

헤이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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