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14

세계적 미술가의 손끝에서 핀 벚꽃

데미안 허스트 회화 신작 발표.
데미언 허스트가 돌아왔다. 다이아몬드가 박힌 해골(<신의 사랑을 위하여>), 지구상 존재하는 약의 컬러를 원형으로 표현한 회화(<스팟 페인팅 시리즈>), 포름알데히드용액에 박제한 상어(<살아있는 누군가의 마음에서 불가능한 물리적인 죽음>) 등 파격적인 개념미술을 선보여온 그의 선택은 '전통 풍경화' 였다.
데미안 허스트, 스피리추얼 데이 블라썸(Spiritual Day Blossom), 2018년. Prudence Cuming Associates 촬영.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 2021

 

데미안 허스트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등장한 예술사조를 깊이 탐구하며 회화를 향한 탐험을 시작했다. 인상주의, 점묘법, 액션페인팅 등 다양한 기법에 영향을 받은 신작 ‘체리블라썸’ 시리즈는 그가 런던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꼬박 3년을 쏟아부어 완성한 작업들이다. 이번 ‘체리블라썸’ 시리즈는 프랑스 파리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에서 오는 7월 6일부터 2021년 1월 2일까지 전시를 통해 공개된다. 이번 전시는 허스트가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개최하는 전시로전통 풍경화를 재치있는 역발상으로 표현하여 재해석한 풍경들을 만나볼 수 있다. 

 

Damien Hirst in studio, 2019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 2021
The Triumph of Death Blossom, 2019, Photographed by Prudence Cuming Associates.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 2021

 

전 세계 많은 아티스트가 코로나19로 인해 작업 방식에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허스트 역시 고립된 도시로 인해 스튜디오 안에서 자신의 회화 작업과 더욱 농밀한 시간을 보냈다. 이번 신작 연작은 2020년 11월 완성된 작업들로, 총 107점의 캔버스로 이뤄져 있다. 큰 사이즈는 6폭에 이르기도 한다. 이 전시는 2019년 런던에서 이루어진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에르베 샹데스 관장과의 만남에서 데미안 허스트에게 제의한 초대에 대한 화답이라 할 수 있으며에르베 샹데스와 데미안 허스트가 함께 선정한 30점의 회화를 선보인다장 누벨이 설계한 공간 속에서 데미안 허스트의 화사한 벚꽃들이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View of the exhibition, Damien Hirst, Cherry Blossoms, Fondation Cartier pour l’art contemporain, Paris Photos : Thibaut Voisin
View of the exhibition, Damien Hirst, Cherry Blossoms, Fondation Cartier pour l’art contemporain, Paris Photos : Thibaut Voisin

 

영 브리티시 아티스트에서 체리 블라썸에 이르기까지


영국 리즈에서 공부한 데미안 허스트는 1986년 골드스미스 대학에 입학, ‘영 브리티시 아티스트 Young British Artists’로 알려진 그룹을 대표하는 얼굴이 되었다. 90년대 영국 예술계를 주도한 영 브리티시 아티스트들은 일부에서 파격적이라 간주한 예술 취향과 실험 정신을 공유했다포름알데히드를 채운 통에 동물 몸을 담은 허스트의 “자연사 Natural History” 연작은 아티스트로의 데미안 허스트뿐만 아니라 현대 예술을 상징하는 작품이 되었다.

애써 피하려 해도 저는 평생 회화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젊은 아티스트는 자신의 상황이나 환경에 영향을 받고, 1980년대에는 회화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습니다.” 허스트는 초기에 추상적 표현주의 방식에서 영감을 받았고, 이를 “느끼는 대로 그리는” 방식이라 설명한다. 회화는 허스트의 작품에 있어 언제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Cherry Blossom (detail) 2019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 2021

 

1986년에는 “스팟 페인팅 Spot Painting” 시리즈를 선보였는데마치 기계로 그린 것 같은 다양한 컬러 도트가 인간의 인위적인 흔적을 모두 지워냈다처음부터 계속 이어지는 시리즈로 기획된 스팟 페인팅은 다양한 크기와 제목의 1,000장이 넘는 캔버스로 이뤄져 있다

무한하게 펼쳐지는 스팟 페인팅과 대조적으로 커튼 디자인 같은 그림이라고 말한 평론가의 통렬한 비평에서 착안역설적으로 이름 붙인 “비주얼 캔디 Visual Candy(1993-1995)”에서 그는 풍성하고 생기 넘치는 컬러 물감을 두껍게 겹쳐 발랐다더욱 최근에는 컬러의 무한한 가능성을 담은 베리에이션을 보여주는 “컬러 스페이스 Colour Space(2016)”, 페인트가 반짝이면서 캔버스 전체를 덮는 “베일 페인팅 Veil Painting, (2018)”을 통해 그림의 질감입체감컬러를 매력적으로 부각시켰다그리고 이러한 그의 탐구가 체리 블라썸으로 이어진 것이다. 

 

스튜디오의 데미안 허스트, 2019. Prudence Cuming Associates 촬영.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 2021

 

“체리 블라썸은 아름다움, 삶, 그리고 죽음을 주제로 한 작품입니다. 극단적이면서 다소 엉성한 느낌도 있습니다. 마치 잭슨 폴록의 뒤틀린 사랑처럼 말이죠. 장식적이지만 자연에서 이끌어낸 것입니다. 이 작품은 욕망 그리고 우리가 주위 사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또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만개한 벚꽃 나무로 아름다움의 무상함을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스튜디오에서 컬러와 그림에 오롯이 빠져들어 작품을 만들어가는 작업 과정이 매우 좋았습니다. 지나치게 화려하고 다소 허술한 측면도 있지만, 미니멀리즘 그리고 마치 기계같은 화가의 모습에서 벗어날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 데미안 허스트

 

View of the exhibition, Damien Hirst, Cherry Blossoms, Fondation Cartier pour l’art contemporain, Paris Photos : Thibaut Voisin

 

당장 파리에 갈 수 없는 관람객들을 위한 온라인 전시. <체리 블라썸> 전시를 위해 데미안 허스트는 자신의 스튜디오 중 일부에서 360 ° 필름 촬영을 제안했다. 영상을 통해 데미안 허스트의 목소리를 가이드삼아 공간을 탐색하고 작품을 상세히 만나볼 수 있다. 7월 말에는 데미안 허스트의 다큐멘터리 필름이 공개될 예정이다. 그가 개인 스튜디오에서 홀로 이야기하는 것을 담아낸 영상으로, 체리 블라썸을 어떻게 구상하고 작업했는지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데미안 허스트
데미안 허스트는 1965년 영국 브리스톨에서 태어나 리즈에서 자랐고, 1984년부터 현재까지 런던에 머물고 있다. 1988년 골드스미스 재학 시절 다른 학생들의 작품과 함께 “프리즈 Freeze”라는 타이틀의 그룹전을 기획했다. 이 전시와 함께 그의 커리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영 브리티시 아티스트 그룹의 시대가 열렸다. 1995년 터너상을 수상했으며 조각, 설치 작품, 그림을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하는 데미안 허스트는 삶과 죽음, 무절제하고 연약한 것에 대한 주제를 탐험한다.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아티스트인 그의 작품은 2012년 런던의 테이트 모던에서 대규모 회고전으로서, 또한 2017년 베니스의 팔라초 그라시 & 푼타 델라 도가나에서 “믿을 수 없는 난파선의 보물 Treasures from the Wreck of the Unbelievable”이라 전시로 선보였다. 

 

 

이소진

자료 협조 까르띠에

장소
프랑스 파리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일자
2021.07.06 - 2022.01.06
링크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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