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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0

일상 속 취향을 찾아가는 여정

다채로운 브랜드가 조우하고 조율하는 풍경, <다시, 조우>전
디자인과 공예의 만남, 전시 콘텐츠와 관객의 만남을 주제로 하는 <다시, 조우> 전이 오는 12월 3일까지 열린다. 가을의 낭만적인 해운대 바다를 품은 달맞이고개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일상 속 취향의 감도를 높이는 시간을 선사한다. 빈티지 가구를 소개하는 브랜드 에임빌라(aimvilla)는 본 전시를 디렉팅 하며 디자인과 공예 분야를 비롯해 라이프스타일신에서 경계 없는 활동을 펼쳐온 크리에이터의 사물들을 수평선이 내다보이는 풍경 앞에 섬세하게 배열한다.
전시 전경 ©aimvilla

전시장을 찾는 순간 무엇보다 부피감 있는 휴먼 스케일의 가구들이 첫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동시대의 롱 라이프 디자인을 상징하는 가구 브랜드 가리모쿠, 예술적인 동시에 실용적인 20세기 아트퍼니처를 소개하는 브랜드 알코브, ‘취향을 팝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주인장의 다양한 취향을 파는 브랜드 바노프, 전설적인 디자이너 디터람스(Dieter Rams) 디자인으로 명성을 얻은 빈티지 비초에(Vitsoe) 컬렉션 등 저마다의 뚜렷한 개성을 가진 가구 브랜드가 전시 공간에서 조우한다.

전시 전경 ©aimvilla

특히 공간의 배경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든 비초에 오리지널 빈티지 컬렉션에서는 시간을 초월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비초에와 협력한 디터람스의 “Less, but better” 즉, 덜어낼수록 좋고 아름답다는 무형의 철학이 어떻게 유형의 사물에 반영됐는가를 온전히 살필 수 있는 기회. 모자람과 넘침 없이 간결하고 명료한 디자인에선 가구의 본질, 기능에 집중한 디자이너의 태도가 엿보인다. 본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비초에 시리즈는 각기 다른 시기에 생산되어 선반의 수종이 조금씩 차이가 난다. 이렇듯 생산 시기별로 다른 재료의 질감을 발견해 보는 것도 전시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터.

전시 전경 ©aimvilla

해운대 바다 너머로 붉은 노을이 지는 순간 유독 눈에 들어오는 가구가 있다. 바로 알바 알토(Alvar Aalto)와 함께 핀란드의 대표적인 디자이너로 손꼽히는 일마리 타피오바라(Ilmari Tapiovaara)의 다이닝 테이블이 그것. 1949년에 디자인되어 현재는 생산되지 않는 아름다운 티크 소재의 이 테이블을 통해 기획자는 ‘가족’을 이야기한다. “요즘은 ‘우리 집’ 보다 ‘내 집’이 더 익숙하다고 해요. ‘내가’ 기른 식물, ‘내가’ 사랑하는 가구, ‘내가’ 그린 그림, 내 취향을 대변하는 기물로 채워진 주거환경이 자연스러운 시대입니다. 급변하는 시대에 나와 개인이 아닌, ‘우리’, ‘가족’을 말할 수 있는 가구는 무엇일까요?”

전시 전경 ©aimvilla

“‘식구(食口)’. 사전적 표현을 빌리면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들이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우리만의 작은 공간은 ‘다이닝테이블’이 아닐까요? 비록 ‘우리’ 보다 ‘나’라는 가치가 더 중요해진 시대이지만, 다이닝 테이블에 둘러 앉아 식구들과 함께 즐겼던 식사, 대화와 같은 경험과 가치를 이번 전시에 녹여내고자 했어요. 우리 가족의 문화와 이야기가 피어나는 공간을 연출했죠.”

전시 전경 ©aimvilla

빈티지 가구가 공간의 큰 구획을 나눈다면 부산의 로컬 디자인 스튜디오는 여기에 섬세한 감성을 더한다. 특히 쎈띠멍은 가구와 어우러지는 아트포스터를 전시하며 이국적인 감각을 더한다. 또한, 가드닝 숍 녹지(NOKZI)도 싱그러운 식물과 함께 전시에 참여하며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었던 전시 풍경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전시 전경 ©Kunhee Lee
전시 전경 ©aimvilla

‘디자인과 공예의 만남’은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커다란 주제인 만큼 다양한 공예 작가와 갤러리스트의 참여도 주목할 만하다. 비초에 선반에 오밀조밀 놓여 있는 도자 오브제가 있다. 이는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키요(Kiyo)의 작업으로, 달과 바다를 좋아하고 빛과 윤슬에 푹 빠져 부산에 산다고 말하는 작가의 작품은 어딘가 자연의 형태를 닮았다. 반듯한 정형의 단단한 것부터 산란하는 정신을 간신히 붙잡은 듯한 굴곡의 오브제까지. 키요의 작업은 모두 기억의 정물화를 목적으로 한다.

전시 전경 ©aimvilla

역시 부산을 기반으로 장인 정신을 담아 수제 안경을 제작하는 김길수 작가의 작업도 시선을 모은다.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수제 안경 외길을 걸어온 작가는 수제 안경 공방 오또(OTTO)를 운영하며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오직 나만의 안경을 만든다. 안경의 주재료는 자연(나무)에서 얻어지는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다. 그는 안경 제작 과정에서 기계 작업을 최소화한다. 대신 손으로 정성스럽게 깎고 다듬어 소재 본연의 유연한 질감이 그대로 느껴지도록 한다. 안경을 착용하는 사람이 최적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사람과 안경이 만나는 지점의 곡선과 직선을 연구하며 코 받침을 디자인한다.

전시 전경 ©Kunhee Lee
전시 전경 ©Kunhee Lee

이 외에도 더 많은 작가의 작업이 공간을 채우는 한편, <디자인 & 아트 클래스>가 전시 기간 매주 열리며 본 전시는 단순히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닌 체험하고 소통하는 전시로 그 외연을 확장한다. 의자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탐구를 드로잉으로 이야기하는 ‘김수수 작가의 빈티지 체어 드로잉 클래스’, 1940년대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은 디자인을 소개하는 ‘이노메싸 부산의 일상 속 디자이너 이야기’, 컬렉터들에게 단순한 작품 구매를 넘어, 작품 속에 담긴 이야기를 함께 전달하고 예술이 삶에 함께 녹아드는 다채로운 컬렉팅의 방법과 경험을 전하는 ‘오브제후드 갤러리의 아트 스토리’ 등 하나의 전시에서 선보이는 폭 넓고 깊이 있는 스펙트럼의 클래스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취향을 찾아가는 여정’을 선보이겠다는 기획자의 진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전시 전경 ©Kunhee Lee

한편, <다시, 조우>를 기획한 에임빌라는 부산 해운대에 위치하며 특정 시대에 국한하지 않고 ‘나의 빌라에 있었으면 하는’ 가구들을 선별하여 소개하는 오리지널 디자인 가구 편집샵이다. 특히 에임빌라는 마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꼭 드러내지 않아도 존재감이 느껴지는 1980년대 이전 독일에서 생산된 비초에를 애정 한다. 빈티지 가구를 대표하는 북유럽과 미국에서 디자인 제조된 제품 외에도 체코,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브라질 등 에임빌라만의 새로운 취향과 아름다움을 찾는 여행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또한 공간에 맞는 가구를 디렉팅하고 전시를 비롯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에임빌라만의 아이덴티티를 제안하고 있다.

이건희 객원 필자

프로젝트
<다시, 조우>
장소
소림
주소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65번길 154
일자
2023.11.01 - 2023.12.03
시간
10:00 - 18:00
헤이팝
공간 큐레이션 플랫폼, 헤이팝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과 그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와 브랜드에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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