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12

북한산 주택을 수놓은 오브제

정그림 개인전, 분위기.
북한산 비봉 아래, 서울의 열기로부터 한발 떨어진 구기동 주택에 젊은 작가의 조형이 놓였다. 갤러리나인에서 열리는 정그림 작가의 개인전이다. 실리콘 튜브부터 스틸, 유리까지 다양한 물성을 오가는 작가의 작품은 시원하게 창이 난 갤러리를 한몸처럼 채운다.

정그림 작가의 개인전 "분위기 Ambience"는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이기도 한 갤러리나인이 기존의 사무실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해 선보이는 두 번째 전시다. '분위기'란 이름에서 엿보이듯 공간과 작업은 여름의 계절감을 적극 끌어 안는다.
모노 시리즈의 초기작. 노트 위 드로잉이 입체화된듯, 계속해서 이어질 듯한 선이 특징이다.

 

작가는 지난 2017년 프랑스 랭스 소재 ESAD de Reims를 오브제와 공간 디자인 전공으로 졸업하고 이듬해 데뷔했다. 학업을 마친 유럽의 무대는 물론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영디자이너, 아트부산, 021갤러리에서 작업을 선보였고 합정동 컬러Colour, 성수동 쎈느Scène 등 서울의 상공간들은 그의 작품으로 인상적인 장면을 완성했다. 아트 신과 거리 위 디자인 스팟에서 동시에 이름이 불리는, 흔치 않은 경우다.

 

다채로운 컬러의 말랑말랑한 튜브가 종이 위 드로잉처럼 자유로운 곡선을 만드는 모노 시리즈 mono series, 스틸 소재로 보다 차분한 미감을 내는 플로우 시리즈 Flow Series가 그를 알린 작품들. 데뷔 후 채 5년이 되지 않은 시점이지만 작가는 컬러나 소재에 있어 한 가지 스타일에 머무르는 것을 경계한다. 쓰임에 있어서도 오브제와 가구를 넘나든다.

복층 전경

 

“공간으로 오는 길목에서부터 전시가 시작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북한산에서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와 온도에서 느껴지는 촉감을 느끼고 전시장으로 들어서서 공간과 피스가 어우러진 광경을 마주하게 되는 거죠.”

전시장으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1층 공간에서는 큰 창으로 보이는 자연 풍광과 화이트, 블루 계열로 절제된 작가의 작업이 경쾌한 리듬을 만든다. 차분한 컬러와 큰 스케일 겸비한 작업들은 다양한 색의 작업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작가가 한켠으로 꾸준히 시도해 온, 그리고 앞으로 더 전개하고자 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복층 바닥을 넘어 이어지는 모노 시리즈의 모빌이 돋보인다.

 

특히 복층 바닥에 포함되지 않은 천고 5m의 보이드 영역을 수직으로 가로지르는 모노 시리즈 모빌은 공간의 매력을 십분 반영하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작가는 배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결과를 위해 현장에서 즉흥으로 튜브를 설치했다고.

“제게는 ‘조화’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에요. 기본적으로 오브제를 공부했지만 아트와 공간을 함께 전공했습니다. 전체적인 조화를 우선으로 생각했기 때문이고요. 어떤 작업이든 하얀 벽과 바닥보다는 그와 맞는 공간에 놓여야 더 의미가 있다고 봐요. 이번 전시 역시 갤러리나인의 매력적인 공간과 조화를 이루는 작업으로 채우고자 했습니다. 아트부산같은 아트 페어에 참여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함께 놓이는 작업과 맞추어 어울리는 작업을 만들거든요.”

모노 시리즈 조명. 공간의 흐름에 맞추어 현장에서 조형을 만들었다.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피스 오브 리플렉션 연작. 회화의 특성과 거울의 쓰임을 겸하는 작업이다. 벽 전체가 하나의 작업으로 보이기도 한다.

 

복층에서는 보다 익숙한 다양한 컬러의 모노 시리즈, 다양한 조형의 프레임으로 거울과 오브제를 겸하는 ‘피스 오브 리플렉션’, 플로우 시리즈의 벤치를 살펴볼 수 있다. 복층의 지붕 아래로 난 독특한 창과 사다리 등 공간의 특성을 활용한 설치가 눈에 띈다. 한편 전시 첫날에는 지박 & 브리스트링 퀄텟의 연주가 열리기도 했다. 1층과 2층 곳곳에 선 주자들이 말 그대로 공감각적 ‘분위기’를 만들어낸 것.

 

최근 상공간에 설치하며 첫선을 보인 플로우 시리즈 조명. 유리라는 새 물성을 시도했지만 곡선의 모티프로 무리 없이 시리즈를 확장했다.
복층의 독특한 구조를 활용해 설치한 모노 시리즈 조명.

 

작업의 목표는 이를 둘러싼 공간, 나아가 작품을 마주하는 관객과 소통하는 것이다. “유연한 곡선이 이어지는 모노 시리즈를 접한 관객들은 남녀노소 누구든 이걸로 뭘 만들면 좋을까, 상상하세요. 피스 오브 리플렉션의 경우 프레임으로 가려지지 않은 부분은 거울이기에 사용자의 움직임과 공간이 곧 작품의 일부가 되죠. 이런 상호작용은 곧 작업에 대한 애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요?”

 

 

유미진

자료 협조 정그림

장소
갤러리나인 (서울시 종로구 비봉5길 19-14)
일자
2021.06.28 - 2021.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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