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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7

골동품에 깃든 시간을 담다

조선시대 명함집부터 휴대용 벼루까지.
수집가가 모으고 사진가가 찍었다. 청담동 골동가게 무명씨와 안웅철 작가의 협업 전시가 열린다. 장충동 디자인하우스 사옥 내 갤러리 모이소에서 7월 1일부터 선보이고 있는 <담다, 닮다Store, Alike>다. 진귀한 사물과 그를 닮은 사진 작품을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 담백한 ‘골동 사진’으로 기록하는 옛 물건의 쓸모와 아름다움. 그 첫 번째 프로젝트다.

 

1,500여 점 가까이 촬영한 아카이브 중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주제는 ‘담는 것’이다. 토기, 함, 반닫이, 빗접… 실용성과 심미성을 모두 갖춰 우리 선조들에게 즐거움을 주었을 옛것들을 재조명한다. 크고 작은 사발부터 투박한 토기, 정교한 자개함까지. 시간이 흘러 지금까지 잘 보존된 것만으로도 고마운 골동품이다.

 

 

생전 처음 보는 희귀품들도 함께 자리한다. 선비들이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에서 활용했다는 ‘휴대용 벼루’, 조선의 마지막 왕비 ‘이방자 여사’가 썼던 빗접, 조선 시대 명함집… <담다, 닮다>는 그냥 지나가듯 보기보단 이야기를 들으며 찬찬히 감상할 것을 추천한다. 고미술은 안목 없이 즐기기 힘든 분야다. 특히 무명씨 같은 경우 비싸고 유명한 것만 모으는 앤티크 숍이 아니다. 이름을 찾지 못한 민화나 낙관 주인을 알 수 없는 서화처럼, 우리가 익히 알진 못하지만 존재감이 뛰어난 물품을 다룬다. 가게 이름이 ‘무명씨’인 이유다.

 

 

무명씨 손성 대표는 “고미술 분야엔 ‘왜 이렇게 비싸?’와 ‘이것밖에 안 해?’가 존재한다. 애정을 갖고 싶다면 당연히 학습해야 한다. 때로는 수업료도 내야 한다. 골동품 애호가 선배로서 딱 하나 자신 있게 건넬 수 있는 이야기는 ‘갖고 싶은 사물 중 가장 좋은 것을 사라는 것’이다. 그래야 헛발질을 안 하고, 그래서 공부가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전시 기간 갤러리 모이소에는 안웅철 사진가가 함께 있을 예정이다. 보물창고에서 끄집어낸 듯 신묘한 물건과 사진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그에게 직접 들어볼 수 있다.

 

 

사진은 한지에 프린트하였다. 옛 물건의 숨결을 더욱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함이다. 은은한 비침도 좋지만 그보다는 무게감을 주고 싶어 오합 한지를 택했다. 닥섬유와 탁풀을 손으로 펴고, 마르도록 기다리고, 물이 증발하며 한지가 생기고… 이 과정을 5번 거쳐야 ‘오합 한지’가 만들어진다. 일반적인 한지보다 빳빳한 탓에 사진이 선명하지 않게 보이기도 하지만, 그 퍼짐이 옛것의 정취를 더욱 감질나게 드러낸다. 골동품의 진정한 가치는 노사연의 노랫말처럼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 숙성의 시간이다. 안웅철 작가는 “사진가로서 한지 프린트는 첫 시도다. 궁극적으로는 2014년부터 지속하고 있는 ‘곶자왈’ 작업을 한지에 표현해보고 싶다”며 한지와 골동품의 조화로운 매력에 대해 전했다. 모든 사물과 사진은 구매 가능하며 이외의 작품들은 안웅철 작가 화첩으로 제작하여 판매한다.

 

정인호

사진 안웅철

장소
디자인갤러리 모이소 (서울특별시 중구 동호로272)
일자
2021.07.01 - 2021.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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