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소중한 이를 잃고 슬퍼하던 소년 ‘마히토’의 이야기다. 마히토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왜가리 한 마리를 만나 시공간을 초월한 신비로운 세계로 들어가게 되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일을 맞닥뜨리며 모험한다.
타이틀만 쓰인 포스터 한 장
이 작품이 처음 선보인 일본에서의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 7월 일본 개봉 당시에도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개봉 4일 만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흥행 성적을 돌파했다. 그러나 이 뜨거운 관심에 비해, 작품에 대해 알려진 바는 많지 않다. 영화의 프로듀서인 스즈키 토시오(Toshio Suzuki)가 이번 작품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편을 택했기 때문이다. 일본 개봉 전까지 영화의 스토리는 지극히 간략하게만 알려졌고, 예고편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이미지로는 오직 단 한 장의 포스터만을 선보였는데, 여기에도 별다른 캐치프레이즈나 홍보 문구 없이 작품명만 단출하게 쓰여 있다.
스즈키 토시오는 지난 7월 NHK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정보를 아는 것이 오히려 영화를 순수하게 즐기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언급했다. 또한 제목만 쓰여 있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포스터에 대해서도, “어렸을 때는 영화 타이틀과 한 장의 그림만으로 영화의 내용을 상상하곤 했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이번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 자체가 카피다. 영화를 본 분들이 카피를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손으로 구현한 아름다운 세계
다만 일본에서 개봉한 후부터는 일부 이미지를 공개했다. 그리고 국내 개봉을 한 달 앞둔 현재, 작품의 30초 예고편과 스틸컷 일부가 국내에도 정식 릴리즈됐다. 공개된 스틸컷에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아득하고 따뜻한 감성이 느껴지는 풍경과 생기를 뿜어내는 인물들의 얼굴이 담겨 있다.
124분에 달하는 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 위해, 일본의 최정상급 애니메이터 60명이 7년 가까이 매달렸다. 모든 컷은 손 그림(hand-drawing)으로 작업했는데, 특히 이번 작품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특기인 셀 애니메이션(cel animation)의 정수를 보여준다는 평이다. 셀 애니메이션이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제작 기법으로, 셀룰로이드라는 투명한 필름 위에 손으로 정교한 그림을 그리고 층층이 쌓아가며 편집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스즈키 토시오는 과거 이 작품에 대해 언급하면서 “여전히 모든 것을 손으로 그리고 있지만, 다른 작품보다 많은 프레임을 그리고 있어서 완성하는 데 더 긴 시간이 걸린다”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60명의 애니메이터가 한 달을 작업해 1분가량의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다고. (참고 기사) 일 년 동안 12분 분량의 애니메이션을 완성하는 셈이다.
자기 자신이 주제인 작품
미야자키 하야오가 원작, 각본, 감독을 담당한 이번 작품에는 그의 자전적 경험이 일부 녹아 있다고 알려졌다. 작품 제목은 작가 요시노 겐자부로의 1937년 작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차용한 것인데, 미야자키 하야오는 어머니의 추천으로 이 소설을 접했던 기억을 매우 강렬하게 간직하고 있다고. (다만 해당 소설의 제목만 빌려왔을 뿐 영화 내용이나 설정은 모두 미야자키 하야오가 새롭게 창조한 것이다.)
지난달 발행된 <에스콰이어> 코리아 9월 호에는 요시노 겐자부로의 손자 요시노 다이치로의 기고가 실렸다. 그 에세이에서, 요시노 다이치로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2017년 한 방송에 출연해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해 언급한 내용을 다음과 같이 기억한다.
“
그는 ‘오랫동안 피해왔던 것’을 똑바로 마주해야 한다는 생각에 도저히 은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바로 ‘자기 자신’이 주제인 작품이죠. 그 주제를 다루지 않고 끝낼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날 미야자키 감독은 자신의 소년 시절에 대해 이야기했다. “화려하고 성격이 밝은 소년이 주인공인 작품은 몇 개 만들었지만, 저는 그런 소년이 아니었거든요. 아주 우물쭈물, 당당하지 못한 소년 시절을 보냈어요.” 그러면서 그는 많은 소년의 내면에는 온갖 종류의 감정이 섞여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중에는 아름다운 것도 있겠지만, 굉장히 추한 것도 있다는 말이었다. “달리기도 느리고, 다른 사람에겐 결코 말할 수 없는 부끄러운 것들을 마음속에 많이 숨기고 있는 소년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만들어보고자 했습니다.”
글: 요시노 다이치로, 에디터: 김현유,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와 나의 할아버지” 「에스콰이어」 코리아 2023년 9월 호에서 발췌. ⓒ 허스트 중앙
이 작품을 위해 일본의 뛰어난 아티스트들이 함께했다. 음악 감독으로는 <천공의 성 라퓨타> <모노노케 히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으로 미야자키 하야오와의 환상적인 합을 보여준 히사이시 조가 이름을 올렸다. 또 스다 마사키, 시바사키 코우, 아이묭, 기무라 타쿠야 등 걸출한 배우와 뮤지션이 성우로, 음악가 요네즈 켄시는 주제곡 ‘지구본(Spinning Globe)’으로 참여했다.
▲ 국내 1차 예고편(30초 예고편)
원작·각본·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주연 산토키 소마, 스다 마사키, 시바사키 코우, 아이묭, 기무라 요시노, 기무라 타쿠야 외
음악 히사이시 조
주제가 요네즈 켄시 – 지구본
제작 스튜디오 지브리
글 김유영 기자
자료 출처 NHK, Entertainment Weekly, 에스콰이어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