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14

도심 속 꼬마빌딩에 특별한 색깔을 입힌 사례들

일본 도쿄 무사시 도료 홀딩스 본사 건물 ‘버티컬 레인보우’와 중국 톈수이 ‘만화경 유치원’
복잡한 도심 거리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선 꼬마빌딩들을 디자인할 때는 가로로 폭이 좁은 약점을 최대한 극복하는 데 초점을 두곤 한다. 일본의 페인트 기업인 무사시 도료 홀딩스(Musashi Paint Holdings Co., Ltd.)는 그런 통념을 깼다. 도쿄 도내의 새로운 본사 건물을, 거대 빌딩들 사이에서 작지만 존재감만은 크게 드러내는 건물로 리뉴얼시킨 것이다.

원래 평범한 건물을 본사로 사용했던 무사시 도료 홀딩스는 새 건물에서는 페인트 회사로서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할 수 있기를 원했다. 새 건물의 디자인을 의뢰받은 사코 아키텍츠(SAKO Architects)는 도심 속 꼬마빌딩에 가까운 이 폭좁은 빌딩에 무지갯빛을 이용함으로써 기업의 개성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름을 ‘버티컬 레인보우(Vertical Rainbow)‘라고 붙였다.

각 층마다, 서있는 자리에서마다 다른 색깔의 도시 경관을 볼 수 있다. 무지갯빛 유리가 없었다면 익숙한 잿빛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을 터다.

무지갯빛 컬러 팔레트가 좁고 높게 뻗어있는 건물의 앞면은 페인트 회사의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표현한다. 사코 아키텍츠는 건물 전면부에 발코니 공간을 만들고, 거리를 접한 면에 강화 유리를 붙인 후 여기에 무사시 도료 홀딩스의 옥외용 페인트를 그러데이션 방식으로 코팅했다. 강화 유리는 층마다 불규칙적으로 배치되었으며, 발코니의 폭보다는 넓게 재단하되 양옆과 전면 일부를 엶으로써 발코니 전체를 감싸 막지 않았다. 덕분에 시각적인 답답함이 사라졌고, 그러데이션이 더욱 화려해 보이기까지 한 효과를 얻었다. ‘버티컬 레인보우’를 설계한 건축가 사코 케이치로는 폭이 좁은 건물은 통상적으로 일본의 비상 대피로 및 피난 설비 기준에 맞추다 보면 디자인의 자유도가 적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건물의 경우 정밀한 계산을 통해 반쯤 개방된 발코니를 활용함으로써 피난 설비 기준을 맞추면서도 개성 있는 외관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햇빛이 유리를 통과하면 발코니와 사무실 내부에 색색깔의 영롱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하루 동안 해가 이동하면서 이 그림자들은 인근 건물 외벽에까지 은은하게 이어진다. 밤이 되면 무지갯빛 유리를 거쳐 건물 안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알록달록한 불빛이 도로에 무지개를 띄운다.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경험도 특별해진다.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은 발코니 유리를 통해 고층 빌딩이 모여있는 도시를 전혀 다른 색, 다른 눈으로 볼 수 있다. 건물은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브랜딩을 강화하고 거리 풍경에 활력을 준다.

중국 톈수이시에 있는 ‘만화경 유치원’. 건물 유리에 실제로 사용된 색은 10가지이지만, 건물의 독특한 구조 덕분에 햇빛의 움직임에 따라 다양한 색이 섞이고 조합되어 흰 벽과 바닥에 비친다.

한편 사코 아키텍츠의 전작들에서도 햇빛과 컬러풀한 유리를 활용해 감성과 스토리가 있는 디자인을 구현한 곳들이 눈에 띈다. 2020년 중국 간쑤성 톈수이시에 완공한 ‘만화경 유치원(Kaleidoscope Kindergarten)‘은 총 438장의 유리에 10가지 색을 입혔다. 마치 흰 생크림 케이크에 색색깔의 크림과 토핑이 올라가 있는 듯한 이 유치원 건물은 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빛들이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고무시킬 수 있도록 고안됐다. 색유리 아래로 비치는 다양한 색 그림자가 흰 복도의 벽과 바닥에 드리운다.

‘만화경 유치원’의 내부 구조는 동굴을 연상시킨다. 건물 중앙부의 유리 천장은 동굴의 입구 같고, 문과 창문도 동굴의 갈림길처럼 모두 아치형이다. 유리 천장으로 어린이들은 실내에서도 자연을 감각할 수 있다. 천장은 통유리로 만드는 대신 주변부에 여러 개의 창문을 설치하여 온도 조절과 환기가 가능하게 만들었다. 정형을 따르지 않은 독특한 건물 내부 구조 덕분에 건물 안에는 여러 개의 색 그림자가 서로 겹쳐지면서 다양한 색상이 펼쳐진다. 어린이들은 모양이 변하고, 뒤섞이는 그림자들을 보면서 거대한 만화경 안에 들어온듯한 재미를 느끼며 지루할 틈 없는 하루를 보내게 된다.

박수진 객원 필자

자료 출처 SAKO Architects, 迫 慶一郎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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