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01

청담에 들어선 새로운 돌체앤가바나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과의 인터뷰.
이탈리아의 고급 패션 브랜드 돌체앤가바나Dolce & Gabbana의 새 플래그십스토어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청담동 명품거리에 들어선 이 건물은 검은색 화강암 육면체 형태다. 육면체가 감싸 안은 것은 투명한 유리 실린더. 거대한 유리관 속에는 패셔너블한 재킷과 원피스, 가방 등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진열돼 있다. 프랑스 출신의 건축 거장 장 누벨Jean Nouvel이 설계를 맡아 오픈 전부터 큰 관심을 끈 '돌체앤가바나 서울 스토어'다.
ⓒDolce&Gabbana

 

청담동 명품거리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갤러리아 백화점을 시작으로 청담사거리로 이어지는 약 1.5km 길이의 가로를 일컫는다. 샤넬, 루이비통, 디올, 구찌, 미우미우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집결한 이 거리에 지난 2월 돌체앤가바나가 입성했다. 신세계 인터내셔날과 파트너십을 통해 국내에 들어왔다가 철수한 지 1년여 만인 2019년, 돌체앤가바나 코리아를 설립하고 직진출을 선언했다. 다시 돌아온 만큼 확실한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에게 스토어 설계를 맡겼다.

 

ⓒDolce&Gabbana

 

이번 서울 스토어는 투명 실린더를 품은 모던한 육면체 형태다. 규모는 4층. 얼핏 보기에 무난하게 보이는 외관이지만, 그 평범함에 비밀이 있다. 유리 실린더는 내부 매장과 진열된 제품을 1층부터 4층까지 완전히 노출하며 지나가는 행인들의 시선을 잡아 끈다. 청담동 명품거리의 플래그십 스토어 대부분이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조한 ‘외관’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는데 반해, 돌체 앤 가바나는 오히려 건물의 양감을 흐릿하게 만들고 ‘내부’ 혹은 ‘전시된 제품’으로 관심을 이끄는 전략을 사용한 것이다.

 

ⓒDolce&Gabbana

 

하이테크 기술과 건축 디자인을 감성적인 요소와 결합시킨 작품으로 ‘빛의 건축가’로 불리는 장 누벨은 화려하고 관능적인 스타일로 유명한 돌체앤가바나를 어떻게 해석했을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검은색이다. 다양한 종류의 검정으로 마감한 모던한 내부는 돌체앤가바나 컬렉션이 뿜어내는 호화로움을 돋보이게 한다. 유리 실린더를 통해 들어온 햇빛은 스페인에서 공수한 고급 대리석 마르퀴나 Nero Marquina 모눈 타일이 깔린 바닥에 부딪히며 아름답게 반짝인다.

 

ⓒDolce&Gabbana

 

중앙에는 계단 없이 모든 층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나선형 경사로가 있다. 경사로 양편에는 돌체앤가바나의 최신 상품이 전시되어 있어서 제품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4층에 도달하게 된다. 선방과 봉을 각기 다른 높이에 고정하는 망고나무 소재의 가변형 디스플레이 덕분에 각 제품들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채 나선을 따라 함께 올라가는 듯한 형상을 연출한다.

 

ⓒDolce&Gabbana

 

 

Interview 장 누벨

건축가

 

세계 곳곳의 돌체앤가바나 플래그십 스토어는 화려하고 장식적인 디자인이 많습니다. 반면 서울 스토어는 단순하고 절제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다양한 범위에서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대부분의 상점 프로젝트에서는 색과 소재를 통해 개성을 부여합니다. 검정도 색상 중 하나죠. 저는 무언가를 강조하려고 할 때 검정을 씁니다. 돌체앤가바나의 컬렉션과 (청담동) 주변 건물들을 고려하면 검은색이 건물과 컬렉션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색이라고 판단했어요.

 

한국, 서울 혹은 청담동이라는 지역성이 건물에 어떻게 반영되었나요?

서울은 개성적입니다. 산과 나무, 풍경이 많고 큰 강이 흐르는 도시이지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 작은 집들이 모여 있는 거주 지역이 있는가 하면 어떤 곳은 꽤 상업적이고 도시적입니다. 정말 기억에 남는 도시예요. 돌체앤가바나 서울 스토어의 경우 명품 상점가에 위치합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지역이 갖는 특징은 차이, 개성을 만들고 싶어하는 욕망이 크다는 것이죠. 사람들은 항상 두 가게 사이에 있게 되고, 각 상점은 서로 필요로 하면서도 동시에 뚜렷한 차이를 만들어 자신만의 정체성을 주장해야 합니다.

 

ⓒDolce&Gabbana

 

나선형 경사로는 각 층의 경계를 모호하게 합니다. 1층에 진열된 옷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2층에 도달하게 되지요. 

중요한 것은 (방문객이 건물 안에서) 항상 돌아다니고, 더 멀리 나아가도록 하는 욕구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입구와 출구가 있는 것이죠. 대부분 상업용 건물은 루프 loop를 만들려고 합니다. 이번에 저는 옥상의 트인 공간을 목표점으로 삼고 가운데에 빈 공간을 가진 나선형 경사로를 따라 일종의 목표, 외부에서는 테라스로 보이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동선이 흥미롭다고 생각했어요. 서울 스토어에서는 양 옆에 컬렉션이 진열되어 있고 중앙이 뚫린 검은색 나선형 산책로를 따라 걷게 됩니다. 이 산책로는 오르막길이고 신비롭지요. 무엇을 발견하게 될지 몰라요. 저는 항상 경사면을 사용하는 건축물에 매력을 느껴왔어요. 경사면을 연구한 건축가 클로드 파렌트Claude Parent와 폴 비릴리오Paul Virilio와 개인적인 인연이 있기도 합니다.* 넓지 않은 공간이라면 누군가는 경사로가 너무 많은 부피를 차지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반대입니다. 사람들은 일종의 미끄럼틀처럼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자신도 모르게 이동하게 됩니다. 훨씬 신비로운 느낌이지요.

* 장 누벨은 건축가 클로드 파랭(Claude Parent)과 건축이론가 폴 비릴리오(Paul Virilio)가 함께 운영하는 아틀리에에서 건축 실무를 익혔다. 

 

ⓒDolce&Gabbana

 

장 누벨 스튜디오의 다음 프로젝트는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요?

아, 서울에서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요. 예전에 리움 미술관을 만들었고, 굉장히 만족하고 있어요. 사실 저는 서울에서 다른 프로젝트도 거의 할 뻔 했어요.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공모전에서 우승했지만 아쉽게도 이 프로젝트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거든요. 그 섬이 아직 비어 있다면 알려주세요!

* 서울시는 2005년 용산구 이촌동 노들섬에 예술센터를 짓기 위해 장 누벨의 설계작을 개발 계획안으로 선정했으나 비용 및 프로젝트 타당성에 대한 논란 등으로 2017년 백지화를 선언했다.

 

 

유제이

장소
돌체앤가바나 서울 스토어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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