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13

시대를 초월한 가치, 포니를 만나다

브랜드 헤리티지 돌아보는 전시 <포니의 시간>
비록 오늘날 도로 위에서는 볼 수 없지만 그때 그 시절 현대자동차의 ‘포니’를 기억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전시가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10월 8일까지 열리는 전시 <포니의 시간>은 영문 전시명 PONY, the timeless의 ‘타임리스(thetimeless)’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시대를 초월한 포니의 가치와 브랜드 헤리티지의 의미를 조명한다.

최초이자 혁신이었던 포니의 여정

포니는 현대자동차 브랜드의 시작점이다. 동시에 국내 자동차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 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계기이자 최초로 ‘마이카 시대’를 열어 사회 풍경을 혁신적으로 바꾼 모델이다. 포니에는 자동차 모델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오늘날 글로벌 모빌리티 브랜드로 거듭난 현대자동차는 이러한 포니의 가치와 그에 얽힌 다양한 시대상을 돌아보는 전시를 마련했다.

 

<포니의 시간>전은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의 1층부터 5층까지 전 층을 활용한다. 전시는 5층에서 시작해 1층으로 내려오는 순서로 진행된다. 흥미로운 건 단순히 ‘과거-현재-미래’ 순으로 포니를 소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층마다 ‘7080시대(7080age)’, ‘포니 아카이브(PONY archive)’, ‘디자인 헤리티지(Design heritage)’, ‘휴머니티(Humanity)’ 등 각기 다른 주제와 관점으로 포니를 소개한다. 포니의 탄생과 보급부터 오늘날 브랜드 핵심 헤리티지로 주목받기까지의 여정을 입체적으로 연출했다. 포니에 대한 사전 정보나 경험이 없더라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고, 포니에 대한 추억이 있다면 감회가 새로워질 전시를 지금 만나보자.

Part 1.

포니의 시절, 7080시대(7080age)

전시의 시작점 ‘7080시대(7080age)’에서는 포니가 탄생한 1970~1980년대 한국의 사회상을 다채로운 매체를 통해 조명한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들리는 전자 음악 소리에 자연스럽게 몸이 들썩인다. 전자 음악가 ‘키라라’가 80년대 그룹사운드의 연주 실황을 모티브로 제작한 멀티채널 음악이다. 이와 함께 정면에서는 영화감독 정재은의 영상 작업 <어느 사람과 착한 어린이>가 보인다. 미공개본 <대한 뉴스>를 소스로 제작한 영상에서는 7080시대 뉴스에 기록된 국민의 일상이 교차하며 비친다.

당대의 정서를 재해석한 협업자들의 작품은 정재호 작가의 회화 작품을 거쳐 컬렉티브 ‘새로운 질서 그 후’가 제작한 웹사이트와 그래픽 작업물로 이어진다.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배추, 소주, 쌀, 자장면, 택시 등 상품의 경제적 가치와 국민총생산 및 외환보유액까지 총 열 가지 항목을 볼 수 있는데, 당시 포니의 출시가 지닌 의미를 이들 숫자와 비교해 살펴볼 수 있다. 더욱이 포니2 CX 5도어 차량의 실물도 함께 전시해 포니에 압축된 시대상과 가치를 느껴볼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포니가 보급되었던 시대의 문화를 체감할 수 있는 수집품도 만날 수 있다. 열화당책박물관의 당대 잡지 아카이브와 영화 포스터 디자인 스튜디오, 프로파간다의 최지웅 그래픽 디자이너가 선별한 ‘영화 카드’ 아카이브는 7080 세대를 향한 진한 향수를 일으킨다. 특히 영화 카드 아카이브는 관객이 직접 스티커를 뽑아서 소장할 수 있다. 손바닥 크기보다 작은 카드를 꺼내 원하는 곳에 스티커를 붙일 수도 있고, 카드 자체로 보관도 가능하다. 이처럼 포니를 이해하기에 앞서 당대의 정서와 문화를 소개한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자동차 전시가 아닌 브랜드 헤리티지 전시임을 명징하게 밝힌다.

Part 2.

포니의 탄생, 포니 아카이브(PONY archive)

포니의 시대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면 4층에서는 본격적으로 포니의 탄생 과정을 이야기한다. 포니1 3DR, 포니1 웨건, 포니2 픽업 등 세 가지 포니 라인업이 놓인 것도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에서는 포니 개발과 양산 그리고 수출에 이르는 과정을 담은 다양한 사료를 만날 수 있다. 현대자동차 본사부터 연구소, 공장, 서비스센터 등 각 사업장에서 소장 중이던 사료를 수집하고, 당시 포니 개발에 참여했던 원로들로부터 포니에 얽힌 이야기를 모아 전시실을 꾸렸다.

포니 로고와 레터링 도면, 포니 차명 공모 광고 및 포스터는 물론, 현대차 울산공장 설립 과정을 수기로 기록한 여러 권의 노트도 읽어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포니의 조립 과정을 구현한 디오라마는 자동차 산업의 불모지에서 독자 모델 개발 성공에 이르는 순간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어 눈길을 끈다.

Part 3.

포니를 디자인하다, 디자인 헤리티지(Design heritage)

3층은 포니의 디자인과 디자인 헤리티지를 집중 조명한다. 포니는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가 디자인했다. 현대자동차와 디자이너의 각별한 인연은 최근까지도 이어지는 중이다. 지난 5월 현대자동차는 현대 리유니온에서 조르제토 주지아로와 함께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토쇼에서 공개했던 ‘포니 쿠페 콘셉트’의 원형을 복원했다고 발표했는데, 그 실물을 이번 전시에서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포니 쿠페 콘셉트의 디자인 과정을 만날 수 있다. 당시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제작한 포니의 드로잉, 도면, 렌더링 이미지, 사진 및 디자인 사료, 그리고 디자이너의 인터뷰까지 간결하고, 명쾌한 디자인으로 시대를 초월한 포니의 미감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맞은편 공간에는 최근 복원한 포니 쿠페 콘셉트와 함께 포니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된 브랜드 첫 전용 전기차 IONIQ 5와 고성능 수소전기 하이브리드 롤링랩 N Vision 74가 나란히 놓여 있다. 이들 세 차량은 아래에 놓인 하나의 길을 공유하는데 이는 포니의 유산이 현재를 넘어서 미래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말한다.

Part 4.

포니에 담긴 우리의 추억, 휴머니티(Humanity)

2층에서 관객은 전시<포니의 시간>의 피날레를 맞이한다. 앞서 전시가 ‘포니’ 자체를 조명했다면 이곳에서는 포니와 함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2층에 내려와 정면에 보이는 대형 디스플레이 월에는 포니와 함께한 추억이 담긴 사진이 상영된다. 임직원 대상으로 공모를 받은 포니 사진은 각양각색의 모습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 속 포니가 많이 보였는데, 지난 기억을 상기시키며 포니 옆에는 언제나 ‘사람’ 그리고 ‘가족’이 함께 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암막 커튼으로 가려진 2층 실내 공간에서도 포니와 함께 ‘사람’을 이야기한다. 사람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긴 정주영 선대 회장의 인본주의 정신과 그 철학이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난 현대자동차의 성장을 견인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포니 개발의 과정과 사료를 기록한 헤리티지 북 <리트레이스 컬렉션>도 눈길을 끈다. 헤리티지 굿즈 존에서는 헤리티지 매거진 <Forever yours>, 포니 쿠페 다이캐스트, 방향제, 포스터, 엽서 등 다양한 헤리티즈 굿즈도 굿즈 존에서 만날 수 있다.

오늘날 모빌리티 시장과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 중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요구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갔던 현대자동차와 그 결과물인 ‘포니’의 헤리티지를 소개한 이번 전시는 의미가 남다르다. 시대를 초월한 가치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전시는 10월 8일까지.

주최·주관 현대자동차
전시 기획 현대자동차 헤리티지 CFT, GLINT
공간 디자인 OS Studio
참여 작가 정재은, 정재호, 키라라, 새로운 질서 그 후, 열화당책박물관, 최지웅, GFG(조르제토 주지아로), 이상현 교수(복원)

이정훈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

프로젝트
<포니의 시간>
장소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
주소
서울 강남구 언주로 738
일자
2023.06.09 - 2023.10.08
시간
09:00 - 21:00
(매월 첫째 주 월요일 휴관)
이정훈
독일 베를린에서 20대를 보냈다. 낯선 것에 강한 호기심을 느끼며 쉽게 감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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