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폼나는 가죽 재킷
작년 가을에도 지난 봄에도 주창했다. 어서 나만의 가죽 재킷을 사수하라고. 아직 갖지 못했다면 지금이 적기다. 일 년 사이 멋진 가죽 재킷은 정말 많아졌고, 인기는 날이 갈수록 뜨겁다. 지금 선택하면 실패 없을 톱 3 디자인은 무릎 밑으로 내려오는 롱 블랙 재킷, 컬러 블록을 살린 모터사이클 재킷, 그리고 점퍼 느낌의 오버사이즈 봄버 재킷. 비건 소재로 만들었다면 더욱 소중하다. 어떤 디자인이든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입었을 때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 움직임에 능한 유연한 옷태야말로 가죽 재킷의 폼을 살리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센 언니 느낌 때문에 가죽 재킷이 어려웠던 사람 손! 다행히 이번 시즌은 보다 성숙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유행을 이끈다. 걸크러쉬 느낌을 싹 빼고 데일리 아이템에 무심한 듯 툭 걸치면 그게 새로운 멋이 된다. 장식이 없는 티셔츠, 편안한 저지 원피스, 매끈한 청바지, 운동복 레깅스 등 평범한 의상이 오히려 더 매력적인 짝꿍으로 변신한다. 조금 더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땐 앞코가 뾰족한 슈즈, 큼직한 귀고리나 팔찌, 각 잡힌 미니백 등 엣지있는 액세서리를 한두 개 곁들인다.
2. 클래식 화이트 셔츠
때라도 탈까 전전긍긍하는 게 싫어서 화이트 셔츠와 손절했다. 그런데 올가을에는 기어이 마음을 되돌려 놓을 태세다. 고급스러운 올드 머니 룩부터 미니멀리즘을 이끄는 모노크롬 룩, 절제미를 더해가는 젠더리스 룩 등 여기저기 쿨내 나는 패션 신마다 새하얀 화이트 셔츠가 반짝인다. 아무래도 다시 화이트 셔츠를 꺼내야겠다.
화이트 셔츠도 유행을 탄다. 이번 시즌 눈여겨봐야 할 디자인을 요약하면 이렇다. 블라우스 못지않은 부드러운 질감, 깨끗한 백색 혹은 은은한 크림색, 기본 칼라가 달린 간결한 디자인, 엉덩이를 덮는 롱 기장. 팬츠와 입는 게 유행인데, 자칫 평범하거나 답답해 보이지 않으려면 약간의 연출이 필요하다. 검정 벨트와 가방으로 엣지를 얹은 두아 리파, 걸을 때마다 은근슬쩍 배가 보이도록 단추를 풀어놓은 지지 하디드, 키튼힐 샌들을 신고 사뿐사뿐 걷는 켄달 제너처럼.
3. 낭창낭창, 슬립 스커트
케이트 모스, 기네스 팰트로 등 90년대 힙스터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슬립 스커트가 돌아왔다. 란제리 룩을 즐길 때도 흰색 양말에 운동화나 로퍼를 신었던 그 시절의 언니들처럼 이번에도 반전 매력이 멋을 이끈다. 상하의 색을 통일해 한 벌 느낌을 내거나, 번들거리는 슬립 소재와 대비되는 포근한 니트를 매치하거나, 납작한 롱부츠로 쿨한 걸음을 더하거나. 은밀함을 덜어낼수록 슬립 스커트의 관능미는 오히려 더 고개를 든다. 그래서 여름과 가을 사이에 즐기기 그만이다.
4. 포인트 컬러 백
커다란 크기로 압도하는 일명 보부상 백이 새로운 가방 트렌드를 이끌고는 있지만, 크기는 이제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의 문제다. 가지고 다닐 거라고는 핸드폰과 립밤뿐인 사람이 보부상 백에 손이 갈 리는 없으니까. 크기나 모양에 상관없는 공통 트렌드를 꼽자면 단연 비비드 컬러다. 특히 빨강, 초록, 실버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고급스러움과 우아함이 필요한 가을 옷차림에 포인트를 주기 제격이겠다. 더불어 가방을 드는 방법도 주목받고 있는데, 클러치처럼 손에 쥐거나 옆구리에 끼는 연출이 다시 뜨고 있다.
5. 잘 빠진 슬랙스
재단이 잘 된 슬랙스 한 벌만 있으면 지금 가장 힙한 올드 머니 룩과 젠더리스 룩을 동시에 향유할 수 있다. 이런 슬랙스야말로 소재와 핏, 디테일 등 한 끗이 멋의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공들여 구매해야 한다. 일자 혹은 세미 와이드로 매끈하게 잘 빠진 슬랙스를 만났다면 이제부터 가을의 고혹미는 당신의 것. 감미로운 스웨터부터 화이트 셔츠, 베스트, 블레이저, 가죽 재킷까지 매일 다르게 상의를 바꿔가며 그 잘 빠진 실루엣을 자랑할 일만 남았다.
6. 진주가 보배다
진주의 인기는 식을 틈이 없다. 가을을 만난 진주는 더 영롱하게 반짝인다. 이번 시즌 주목해야 할 진주 액세서리는 귀고리, 목걸이, 반지, 팔찌. 다시 말하면 어떤 주얼리도 진주면 다 예쁘다. 만약 조형미까지 가진 진주라면 더욱 소중히 다뤄야겠다. 포근한 스웨터에 목에 착 붙는 큼직한 진주 초커만 둘러도 낭만이 흐른다. 가을이니까.
7. 빅 스웨터
아무리 유행이라도 크롭 스웨터는 추운데, 했다면 반가운 소식이다. 몸을 폭 감싸는 빅 스웨터의 유행이 다시 시작된다. 오버사이즈, 부클 소재, 롱 기장 등 큼직한 느낌을 강조할수록 매력적이다. 커다란 스웨터로 시선을 끌어올려 하의실종 패션을 즐겨도 좋고, 캐주얼한 청바지에 꾸안꾸 느낌으로 입어도 예쁘다. 혹은 어깨에 두르기만 해도 멋스럽다. 한 가지, 메탈릭 아이템을 곁들이거나 발등이 보이는 샌들을 매치하거나 하는 식의 경쾌한 연출이 곁들여져야 빅 스웨터의 부해 보이는 단점을 줄일 수 있다.
8. 부드러운 양말 한 켤레
신는 순간 어려 보이는 양말 효과는 계속된다. 봄에는 로퍼 밑에 신는 흰색 양말이 대세였다면 가을에는 보다 은은한 색상과 소재를 주목한다. 특히 회색과 베이지색이 인기인데, 베이지색 트렌치 코트, 회색 스웨터, 검정 코트 등 가을에 이어 겨울까지 뜨거운 인기가 예상되는 의상들과 찰떡 궁합을 자랑한다. 신발 선택도 중요한데, 가을에는 투박함보다는 여성스러움이 필요하다. 스타킹처럼 부드럽고 쫀쫀한 양말을 고른 다음, 메리 제인 슈즈, 발레 슈즈, 키튼힐 펌프스 같은 단아한 신발을 신는다.
9. 파워 블레이저
한번 입으면 헤어나올 수 없는 마성의 아이템, 블레이저. 드레스, 스커트, 팬츠 어디 위에 걸쳐도 살아나는 중성적인 포스는 올가을에도 유효하다. 새롭게 눈여겨볼 디자인은 어깨를 더욱 당당하게 펼치는 파워 숄더 블레이저. 어깨에 포인트를 몰아준 만큼 단추나 칼라, 주머니 등 기타 장식들은 얌전한 디자인으로 고른다. 그러면 시선이 분산되지 않고 어깨에만 쏠려 얼굴이 훨씬 작아 보이는 마법이 일어난다.
올가을 블레이저는 로맨틱함을 덜어낼수록 근사하다. 예를 들면 살랑대는 프린트 드레스나 러플이 달린 블라우스와는 같이 입지 않는다. 매칭률을 높이는 아이템은 슈트 느낌을 내는 포멀 팬츠와 매끈한 미니스커트, 통이 넓은 청바지, 클래식한 화이트 셔츠나 티셔츠, 일자로 쭉 뻗은 라이딩 부츠, 볼드한 골드 링 귀고리!
10. 풀리지 않는 멋, 리본 슈즈
리본의 멋이 절정이다. 딱 하나의 아이템으로 만끽한다면 리본 슈즈가 좋겠다.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발끝에 사랑스러움이 실려 어떤 옷을 입어도 우아함이 감돈다. 앞코에 큼직한 리본이 달린 펌프스와 슬리퍼, 뮬이 유행이며, 반대로 앙증맞은 리본을 강조한 발레 슈즈도 힙하다. 슈즈에 이어 블랙핑크 제니가 신은 것처럼 리본을 달거나 그린 양말까지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리본의 달콤한 활약이 시작됐다.
글 박선영 객원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