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08

전시로 만나는 헤르조그 앤 드 뫼롱의 건축

바젤부터 런던까지 그들의 건축을 경험할 수 있는 자리
런던 왕립예술원(Royal Academy of Arts)은 끊임없는 창의성을 추구하며 동시대 건축의 선구자 역할을 해온 스위스 건축사무소 헤르조그 앤 드 뫼롱(Herzog & de Meuron, 이하 H&dM)의 전시를 런던에서 약 20년 만에 처음으로 선보인다. 바젤 공업대학교에서 만난 자크 헤르조그(Jacques Herzog)와 피에르 드 뫼롱(Pierre de Meuron)이 1978년 설립한 이 건축사무소는 건축의 본질을 재해석하여 전 세계 도시를 디자인해왔다. 듀오 건축가와의 긴밀한 협업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재료와 기술 등 작업 프로세스를 흥미롭게 풀어냄으로써 각 건축 프로젝트에 적용된 사고와 접근 방식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으며, H&dM의 건축과 그 주변 맥락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Herzog & de Meuron. Royal College of Art, London, 2016-21. Photo © Iwan Baan

현재 600명 이상의 건축가들과 파트너십을 맺은 국제적인 팀인 H&dM은 유럽, 미주, 아시아 전역에서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바젤의 본사를 비롯하여 베를린, 뮌헨, 파리, 런던, 홍콩, 뉴욕,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스튜디오와 코펜하겐, 예루살렘, 항저우에 있는 현장 사무소와 함께 협력해오고 있다. H&dM은 2000년 폐건물이었던 화력발전소를 테이트 모던으로 탈바꿈시킨 프로젝트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공공 문화 시설 건축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이들은 새로운 프로젝트마다 건축의 잠재력을 상상하고 건물의 맥락과 목적에 대해 지속적인 질문을 던진다.

Herzog & de Meuron. Tate Modern, London, 1995-2000, 2005-16. Photo © Iwan Baan
Herzog & de Meuron. Extension of the Stadtcasino Basel, 2012-20. Photo © Ruedi Walti

H&dM은 다른 건축가들과 달리 시그니처 스타일은 없지만 세밀한 연구와 분석을 통해 누구도 예상하기 힘든 독자적인 디자인을 개발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H&dM이 건축을 표현하는 창의적인 방식과 이를 뒷받침하는 사고 구조를 살펴볼 수 있다. 건축 자체를 전시할 수 없기 때문에 H&dM은 ‘대체물’을 찾았는데, 이는 사진, 필름, 모델, 재료 샘플, 목업, 도면, 3D 기술 등 건축 작업에 사용되는 다양한 도구와 기법을 소개하는 것이다. 전시는 현재 진행 중이거나 최근에 완성된 주요 프로젝트인 런던 테이트 모던(2000/2016), 런던 라반 댄스 센터(2003), 베이징 국립 경기장(2008), 함부르크 엘브필하모니(2016), 리햅 바젤(2002/2020), 홍콩 M+(2021), 런던 왕립 예술대학교(2022), 취리히 대학교(2024 완공 예정) 등 박물관, 병원, 경기장, 민간 및 공공 건물 등을 포함한다.

Herzog & de Meuron. M+, Hong Kong, 2012-21. Photo © Kevin Mak
Herzog & de Meuron. Laban Dance Centre, London, 1997-2003. Photo © Margherita Spiluttini

전시는 건축을 만들고 경험하는 아이디어와 과정을 함께 탐구하는 세 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공간은 바젤부터 런던까지 이르는 개방형 수납 및 연구 공간인 H&dM의 캐비닛의 일부를 가져온 것이다. 수년에 걸쳐 H&dM은 연구, 디자인 및 제작의 물리적, 디지털적 흔적을 세심하게 수집해 왔다. 이들은 건축에 대해 생각하고 제작하는 과정, 즉 끊임없는 대화를 다양한 형태로 구현하고 여러 가지 유물을 흔적으로 아카이빙 한다. 각 프로젝트는 시작과 동시에 기능적 정체성과 연대기적 순서를 제공하기 위해 번호가 부여되며, 이 유물들은 바젤에 위치한 작업 아카이브이자 실험실인 캐비닛에 보관되어 미술품 및 사진 컬렉션과 함께 개방형 스토리지를 제공한다. 여기에는 완공 및 미완공 초기 프로젝트부터 현재 진행 중이거나 건설 중인 프로젝트까지 다양한 자료가 전시된다.

Herzog & de Meuron. Elbphilharmonie Hamburg, 2001-16. Photo © Iwan Baan
Herzog & de Meuron. Elbphilharmonie Hamburg, 2001-16. Model. © Herzog & de Meuron

H&dM에서 개발한 것과 동일한 모듈식 목재 선반에는 다양한 모형, 재료, 판화, 사진, 필름 클립, AR 체험 등 400여 개의 오브제가 전시되어 있어 보다 구체적인 프로젝트의 범위를 나타낸다. 또한 H&dM은 증강 현실(AR)을 통해 실제 갤러리 전시물과 상호 보완적인 가상 모델을 재미있게 결합한 스마트폰 앱을 개발했는데, 공간 지각 실험과 실제 상황에서 인체와 건축의 관계에 대한 탐구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관람객은 이 AR을 통해 디지털 3D 모델과 애니메이션을 통해 전시장에서 생생하게 구현된 프로젝트를 더욱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AR 체험은 전시회의 일부로, 전시된 프로젝트에 대한 관람객의 경험을 향상시키고 추가적인 가상 전시물과 함께하는 12가지 체험이 제공된다. 각 오브제에는 AR을 활성화하는 아이콘과 이미지 트리거가 근처에 있다. 앱은 앱 스토어에서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으며, 현장의 QR 코드를 스캔하면 왕립예술원 웹사이트의 추가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Andreas Gursky, Centre Pompidou, 1995, Chromogenic colour print © Andreas Gursky / DACS 2023

캐비닛 진열장 옆에는 건축에 대한 인식과 예술가와의 오랜 협업에 대한 H&dM의 관심을 보여주는 9개의 대형 사진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사진작가 토마스 루프(Thomas Ruff)의 작품 6개와 안드레아스 구르스키(Andreas Gursky)의 작품 3개가 그것이다. 아티스트와의 협업은 항상 H&dM의 예술 작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 작업은 1991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를 위한 토마스 루프의 사진 작업 중 일부를 전시한 것으로 건축과 사진에 대한 개념적 이해를 돕는다.

Herzog & de Meuron. REHAB Basel, 1998-2002, 2018-19. Photo © Katalin Deér

두 번째 전시실은 영화 공간이다. H&dM은 초기부터 영화감독 및 영화 제작자들과 협력하여 사람들이 건물 주변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움직이는지 탐구해왔다. H&dM 에게 영화는 디자인을 위한 도구일 뿐만 아니라 갤러리로 가져올 수 없는 건축물을 상징한다. 중앙의 대형 스크린에는 바젤에 위치한 H&dM의 신경재활 및 하반신 마비 클리닉인 리햅 클리닉(REHAB Clinic)의 일상을 담은 영화감독 베카 & 르모인(Bêka & Lemoine)의 신작을 통해 건축과 치유 사이의 관계를 조명한다. 이와 동시에 스크린 반대편에는 H&dM 프로젝트에 입주한 사람들이 어떻게 건물을 점유하고 사용하는지에 대한 일상을 담은 영상이 공개된다.

Herzog & de Meuron. New North Zealand Hospital, Hillerød, 2013 - planned completion 2024. Drawing. © Herzog & de Meuron

마지막 전시실은 치유 건축을 위한 공간으로, 2024년 완공을 앞두고 있는 스위스 취리히 어린이 대학병원의 설계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이 프로젝트는 2012년 선구적인 병원 건축을 갖춘 새로운 시설을 필요로 하는 국제 공모전에서 우승한 작품으로,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건축가들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과 아이디어를 물리적 현실로 전환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Herzog & de Meuron. Universitäts-Kinderspital Zürich, 2011 - planned completion 2024. Drawing. © Herzog & de Meuron

H&dM에게 있어서 병원은 건축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최고 수준의 공공 접근성과 가장 사적이고 개인적인 순간이 만난다는 점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건물 유형이다. 이미 이들은 2002년 리햅 바젤에서부터 전인적 치유에 중점을 둔 의료 기관을 만들어 왔다. 단순한 의료 시설이 아닌 환자, 방문객, 직원을 위한 편안함과 보살핌의 공간으로 작용한다. 햇빛, 신선한 공기, 나무와 같은 자연 요소를 사용하여 차분하고 선명하며 따뜻하고 인간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이 공간에는 병원 병실의 한 부분을 1:1로 축소한 인테리어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관람객들은 AR을 통해 병실을 실물 크기로 둘러볼 수 있는데, 병실 디자인에서 H&dM이 지향하는 휴머니즘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큐레이터 Vicky Richardson(영국 왕립예술원 건축학장), Drue Heinz(영국왕립예술원 큐레이터)

그래픽 디자인 Daly & Lyon

오디오 비주얼 KSO Audiovisual Ltd

조명 Record Lighting

설치 The White Wall Company, Unusual Rigging

AR 개발 컨설팅 Bandara VR GmbH

그래픽 프로덕션 Omni Colour

김정아 객원 필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Royal Academy of Arts, Herzog & de Meuron

프로젝트
〈Herzog & de Meuron〉
장소
런던 왕립예술원
일자
2023.07.14 - 2023.10.14
시간

링크
홈페이지
헤이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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