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29

MZ세대가 탐구하는 평면과 입체

작아져서 점이 되었다 사라지는.
아트선재센터 2층 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는 <작아져서 점이 되었다 사라지는>은 미술에서 2차원 평면 매체인 회화와 3차원 입체 매체인 조각이 어우러진 전시다. 1884년 출간된 에드윈 A. 애보트의 공상 소설 『플랫랜드』에 영감을 받아 기획되었다. 세상을 2차원의 평면으로 지각하는 주인공은 3차원 입체 세계의 구체가 바닥에서 위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동그라미가 점점 작아져서 한 점으로 보이다 결국 사라진다'라고 묘사한다.

이번 전시에는 회화 작업을 하는 노은주, 이희준, 그리고 조각을 만드는 권현빈, 황수연 작가가 초대되었다. 네 명의 작가는 모두 1980~1990년대에 태어난 작가로 MZ 세대의 젊은 감각과 그룹전에 다수 참여해온 노련함이 깃든 신작을 공개했다. 각 매체 고유의, 혹은 일반화된 성질이 서로 교차되고 변형되며 동시대적인 감각으로 실험된 작품들이 우리를 반긴다.
《작아져서 점이 되었다 사라지는》 설치 전경, 2021, 아트선재센터. 사진: 김연제

 

미술평론가 그린버그 Clement Greenberg는 예술을 현실과 분리된 독자적인 세계로 보며 형식주의 관점에 의거해 20세기 모더니즘 이론을 발전시켰다. 현실을 재현하려는 의도 없이 오로지 캔버스에 물감을 뿌리는 방식으로 완성된 잭슨 폴록 Jackson Pollock의 추상화는 회화의 2차원적 평면 특질을 강조하며 예술의 본질에 귀결한 작품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미술에서 차원과 조형에 대한 관심은 지금까지 여러 논쟁과 비판의 여지를 남기며, 최근 몇 년간 국내 동시대 시각예술 작가들의 주요한 작업 주제로 등장하고 있다.

(뒤) 권현빈, 〈레스팅〉, 2021, 석회석, 팔레트, 먹, 유리 구슬, 가변 크기, 아트선재센터. 사진: 김연제 (앞) 권현빈, 〈곁에서 들어와 꾹 누른 다음 거두어 안에서 밖으로 빼낸다.(2)〉, 2021, 한지에 먹, 210x150 cm, 아트선재센터. 사진: 김연제
권현빈 설치 전경. 사진 : 디자인프레스

권현빈(1991)

권현빈은 스티로폼이나 돌 같은 조각의 재료가 담고 있는 입자와 쪼개진 모양 같은 것에 주목한다. 돌을 두들기고 뚫고, 깎는 행위 같은 ‘조각적인 제스처’의 흔적이 남아있는 조각은 전시장에 납작하게 눕거나 세워지거나 겹겹이 쌓인 식으로 공간을 채운다. <곁에서 들어와 꾹 누른 다음 거두어 안에서 밖으로 빼낸다>, <앞으로 두드리며>, <흔드는 손바닥같이> 등 제목을 통해서도 조각가의 수행적인 동작을 감지할 수 있다. 권현빈의 작업은 납작하고 부서진 석재의 파편이 낮은 나무 판넬 위에 쌓여있거나 이를 탁본한 얇은 한지가 겹겹이 말아져 조각으로 분한 것으로, 평면과 입체를 오가며 차원을 유동한다.

 

노은주, 〈플랫 랜드스케이프〉, 2021, 캔버스에 유채, 220x420 cm, 아트선재센터. 사진: 김연제
노은주 작가 전시 전경 © 오정은

 

노은주(1988)

노은주가 그린 회화에는 시든 꽃으로 보이는 어떤 조형적 형태가 등장한다. 그것은 구부러진 철사로 보이기도 한다. 작가는 대상에 대한 양감과 명암, 또는 원근감과 중력을 의도적으로 뒤바꾸고 혼합해 이를 보는 관람자의 감각에 혼선을 유도했다. 회색조의 모노톤으로 그려 선과 덩어리에 집중했다. 허공에 떠다니는 듯한 돌조각과 검은 세로 기둥이 있는 환영적 공간을 표현한 <플랫 랜드 스케이프>는 흰 벽면과 원기둥에 묘하게 대응하며 건축적 상상력을 강화하는 작업이다.

 

이희준, (좌)〈부유하는 선〉/ (우)〈벨벳 커튼〉, 2021, 캔버스 위에 아크릴, 사진 콜라주, 260x260 cm, 아트선재센터. 사진: 김연제
이희준 설치 전경. 사진: 디자인프레스

 

이희준(1988)

260cm 정사각 판넬 위에 그려진 이희준의 회화는 인스타그램의 1:1 비율 사진을 연상시킨다. 실제로 작가는 스마트폰에 담긴 여행지에서의 사진을 작업에 반영하며 포스트 인터넷 세대의 특성을 형상화하고 있다. 사진에 담긴 여러 풍경 중에서도 건축적 선•면이 부각된 사진을 사용하고 여기에 추상의 색면을 결합해 독창적인 분할 화면을 구성했다. ‘평평한’, ‘납작한’의 수식이 붙을 만한 평면 회화는 자세히 보면 물감의 마티에르(표면에 나타나는 재질감)에 의해 두터운 질감이 도드라져 매끄럽게 인화된 사진 이미지 속 공간감에 대응하고 충돌한다.

 

황수연 설치 전경. 사진: 디자인프레스

 

황수현

황수현은 3D 그래픽에서 두 개의 개체를 합하거나, 하나의 개체에서 다른 개체를 빼거나, 두 개체의 공통부분을 추출해 내는 ‘부울 boolean‘기법으로 조각을 생산했다. 그의 조각은 종이를 자르고, 접고, 구부리고, 붙이는 과정을 거쳐 머리와 몸통을 갖춘 생물의 형태를 연상시킨다. 그는 실존하는 생물이나 사물에서 영감을 받아 3D프린터와 갖가지 재료를 통해 혼성의 오브제, 혹은 아상블라주(사물을 조합하는 입체적인 콜라주 기법) 조각을 만들고 전에 없던 사물이나 의인화된 작품을 창작한다.

 

 

오정은

자료 협조 아트선재센터

장소
아트선재센터 2층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3길 87)
일자
2021.05.20 - 2021.07.11

콘텐츠가 유용하셨나요?

0.0

Discover More
MZ세대가 탐구하는 평면과 입체

SHARE

공유 창 닫기
주소 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