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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인페르노>는 모래 폭풍에 휩싸인 불운한 연인 카운트(Count)와 헨(Hen)을 주인공으로 어둡고 시적인 미국 심장부에서 전개되는 남부 고딕 장르(Southern Gothic) 이야기다. 총상을 입고 도주 중인 연인이 영화처럼 안개 깔린 애리조나(Arizona) 사막 위를 차로 내달리고, 도피 중인 둘의 과거가 눈앞으로 펼쳐진다. 폭력적인 카운트의 아버지와 헨의 어머니가 결혼하면서 둘은 원하지 않게 의붓남매가 되지만, 헨의 임신을 계기로 격앙된 둘은 부모를 살해하여 사회의 범법자 신세로 전락한다. 도피로 지쳐 혼미해진 둘은 버려진 호텔에 차를 세우는데 사실 그곳은 영화관이다. 이곳에서 생의 마지막 순간에 가까워진 카운트와 헨은 기쁨과 트라우마로 얼룩진 극적인 고리에 빠져드는데, 둘의 기억은 오래된 미국 영화 장면들로 구현된다.
메종 마르지엘라는 지난 1월 파리 본사(12 Place des États-Unis) 2023 CO ED 쇼를 위해 공개했던 형식을 기반으로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 <시네마 인페르노>의 줄거리와 시각적 테마를 연출한 설치 작품들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가 구상한 서사를 따라 이어진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메종 마르지엘라 타비 슈즈 모양으로 앞코가 갈라진 발자국들이 찍혀있다. 내부는 카운트와 헨이 시네마틱 루프 안에서 상상했던 장면들로 채워진 모습. 2022 아티즈널 컬렉션을 입은 마네킹들이 이 장면을 재현한 것이다. 거대한 스크린에는 뮤즈와의 피팅 장면, 옷과 액세서리를 만드는 장면, 오트 쿠튀르 기법 등 컬렉션 제작 과정을 관음적인 시선으로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스크린 주변에는 <시네마 인페르노>에서 부패한 경찰로 등장하는 악랄한 카우보이 유령와 어머니 캐릭터, 카운트와 헨을 형상화한 마네킹이 전시되어 있다.
환상적인 범죄 현장, 밖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시네마 인페르노>에 등장한 실물 크기의 클래식 자동차가 건물 창문을 뚫고 추락한 듯 공중에 매달려 있는 이 현장은 두 사람의 귀환을 알린다. 마네킹들은 영화관 좌석에 앉아 컬트 영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모습으로 사고 현장을 지켜본다.
흰 라텍스가 덮여있고 수술복을 입은 의사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카운트와 헨이 시네마틱 루프에서 경험하는 수술 장면에는 옷 안에서 의료 처치가 이루어지는 것을 연상하는 룩이 있다. 네오프렌, 피케, 브러싱 등 가공한 부클레, 나일론, 폼, 말총 소재의 클래식한 오트 쿠튀르 실루엣 구현은 수술복에 시각 언어를 부여한다.
주인공들이 댄스 파티를 회상한다. 파티에는 튈과 더블 더처스 실크 새틴 소재를 조합한 셔벗 색감의 프롬 드레스가 등장한다. 메종 마르지엘라의 시그니처인 데코르티케(decortiqué) 기법으로 절개를 넣은 것이 포인트. 전시의 각 상황과 배경은 씁쓸하지만 부모의 방임, 법의 악용, 부주의한 교육, 종교적 조종, 불법 의료 행위 등 근본적으로 권력 남용의 징후를 내포한다.
‘시네마 인페르노’가 적힌 극장 간판을 따라가면 바닥과 천장이 온통 거울로 덮인 방이 나온다. 전시실에는 두 주인공이 갇힌 루프가 사이키델릭하게 표현되어 있다. 거울 벽에는 <시네마 인페르노>의 스크린 버전이 투사되는데, 이는 쇼 당시 실시간으로 중계했던 공연 실황으로, 매우 감성적이고 감각적인 카운트와 헨의 이야기를 복습할 수 있는 영상이다.
메종 마르지엘라의 과감한 퍼포먼스가 담긴 <시네마 인페르노>는 도쿄 시부야 파크웨이 스퀘어2(Parkway Square 2)에서 만날 수 있다. 누구나 관람 가능한 전시는 다가오는 15일까지.
발행 heyPOP 편집부
자료 제공 메종 마르지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