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01

우주에서 우아한 식사를?

우주 정거장 레스토랑 콘셉트의 공간, 스페이스 220
우주에서 우아한 식사를? 몇 십 년 전만 해도 우주 여행은 꿈과 같은 이야기였다. 미국과 구 소련을 주축으로 개발되었던 우주 여행 프로그램은 국가 간의 기술을 경쟁하는 장으로만 인식되었다. 이런 분위기가 변화한 것은 2000년 대에 들어서면서부터다. 국가가 아닌 기업이 우주 여행 개발에 참여하면서 개발의 속도에 박차가 가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재 우주 여행 기술은 미국 항공 우주국(NASA)과 테슬라 및 솔라시티 회장인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 X, 버진 그룹 회장인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 갤럭틱,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이 주축이 되어 개발되고 있다.
사진 출처: twitter.com/SpaceX

비용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기업이 참여하게 되면서 우주 여행은 보다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스페이스 X가 한 번만 사용하고 버리던 발사체를 재사용하는 아이디어로 비용 절감에 성공했다는 점이 가장 획기적이었다. 여기에 각 대표들이 적극적으로 보다 쉽게 우주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으면서, 달을 넘어 화성까지 여행하는 일이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다. 가장 먼저 상용화되는 우주 여행은 대기권 100km 내외 높이의 우주 경계선을 운행하는 것이라고 한다. 어두운 우주와 푸른빛의 지구가 함께 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무척이나 설렐 듯하다.

사진 출처: facebook.com/VirginGalactic

이런 가운데, 올해 6월 29일에는 버진 갤럭틱이 처음으로 일반인을 태운 상업용 우주여행 비행에 성공하면서 우주 여행의 문을 활짝 열었다. 이탈리아 공군 장교 2명, 이탈리아 국립연구위원회 소속 항공 우주 엔지니어 1명, 버진 갤럭틱 비행 교관, 조종사 2명 이렇게 총 6명의 사람이 첫 상업용 우주비행 임무인 ‘갤럭틱 01’을 진행했다. 이 비행은 모선인 VMS 이브가 동체 아래에 VSS 유니티를 매달고 상공에 도달시키면, 이후 VSS 유니티가 자체 엔진을 통해 우주로 향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VSS 유니티가 우주 가장자리에 도달했을 때, 비행사들은 우주를 배경으로 몇 분간 무중력 상태를 경험할 수 있었다고 한다. 성공적인 첫 비행을 시작으로 8월 초에 비행이 한 번 더 계획되어 있으며, 앞으로 매달 우주비행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사진 출처: facebook.com/VirginGalactic

영화처럼 달이나 화성을 여행하는 일은 아직 시기 상조이지만, 일단 지구 밖을 나선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사람들은 우주 여행에 대해 서서히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함부로 떠나기 힘든 미지의 세계로 여행은 지구의 그 어느 곳보다 신비로울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우주 여행의 비용은 누구나 가볍게 떠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달 탐사를 하던 때에 비하면 저렴해진 것은 맞지만, 여전히 이 여행은 한 좌석 당 45만 달러(약 5억 8,915만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facebook.com/space220fla

우주 여행을 가고 싶지만 높은 가격 때문에 갈 수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면? 다행히도 지구에 우주 여행의 경험을 누릴 수 있는 곳이 있다.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 있는 월트 디즈니 월드의 테마파크 중 하나인 앱콧(Epcot)에서는 우주 정거장에서 식사를 하는 것과 유사한 체험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을 운영 중이다. 이 레스토랑의 이름은 ‘스페이스 220(Space 220)‘이며, 이름에 있는 ‘220’은 지상에서 220마일(355km) 높이에 위치한 우주 정거장의 개념을 차용한 것이라고 한다.

사진 출처: facebook.com/space220fla

월트 디즈니 월드의 50주년 기념일인 2021년 9월 20일에 문을 연 이 레스토랑은 가상의 ‘센타우리 우주 정거장(Centauri Space Station)‘을 콘셉트로 하여 꾸며졌다. 레스토랑 내부와 이곳의 경험 모두 디즈니 테마파크를 설계하는 월트 디즈니 이매지니어링(Walt Disney Imagineering), WDI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졌으며 레스토랑의 운영은 박물관, 문화 예술 관련 센터에서 약 60개의 레스토랑과 세계적인 수준의 음식 서비스 운영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파티나 레스토랑 그룹(Patina Restaurant Group)이 맡았다.

사진 출처: facebook.com/space220fla

우주 여행을 개념으로 하고 있는 이 레스토랑은 입장하는 것부터 여느 식당과 다른 점을 마주할 수 있다. 필수로 탑승권을 받고 ‘스텔라베이터(Stellarvator)‘라 부르는 우주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테마 레스토랑에 대한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라고 볼 수 있다. NASA의 엔지니어와 디즈니 기획자들이 함께 고심해서 만든 이 엘리베이터는 우주선을 연상케하는 공간으로 꾸며져 눈길을 끈다.

사진 출처: facebook.com/space220fla

이 공간에서 눈여겨봐야 할 곳은 천장과 바닥의 중앙에 있는 창이다.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것에 맞춰 창에 있는 화면에서 우주로 이동하는 시뮬레이션 영상이 나오기 때문에, 더욱 흥미진진하게 우주 여행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사진 출처: nbcnews.com

이 엘리베이터의 개념은 우주 여행과 로켓 추진의 여러 부분에서 이론을 펼치며 ‘우주 비행의 아버지’라 불리는 러시아의 콘스탄틴 치올콥스키가 처음 구상한 것으로, 우주 개발 초기부터 시작해 지금까지도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는 우주로 물체를 운송하는 방식 중 하나로 지구의 정지궤도 상에 거대한 인공위성을 띄우고, 그 위성까지 케이블을 연결해 엘리베이터처럼 이용하자는 것으로, 로켓 방식에 비해 저렴하게 운송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사진 출처: facebook.com/space220fla

레스토랑에 들어가기 전에 만날 수 있는 ‘성장 존(Growth Zone)‘은 실제 우주 정거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채소 생산 시스템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이어 마주하게 되는 레스토랑에서는 절로 감탄이 나오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공간 가득히 달린 창문에서는 우주 속에 있는 지구의 모습이 보이며, 내부는 이에 어울리도록 어두운 색을 중심으로 꾸며져 있다.

사진 출처: facebook.com/space220fla

창문에서 흘러나오는 영상에서 볼 수 있는 지구의 모습은 진짜 같아서 더욱 놀랍다. 이는 플로리다의 실제 기상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NASA와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운영하는 기상 위성에서 정보를 받아 영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더욱 실감 나는 우주의 풍경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여기에 날아다니는 개, 우주 정거장, 광선검 싸움을 벌이는 우주 비행사, 스타워즈의 X-윙들이 함께 해 유쾌함을 선사한다.

사진 출처: facebook.com/space220fla

이 가상의 우주 정거장 속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들 또한 ‘우주스럽다’라는 말이 어울린다. ‘스페이스 그린(Space Greens)’ 샐러드, ‘해왕성 타르타르(Neptune Tartare)‘,’ 빅 뱅 부라타(Big Bang Burrata)‘, ‘블루 문 콜리플라워(Blue Moon Cauliflower)‘, ‘갤락틱 랍스터 글로브 (Galactic lobster globe)‘ 등 이름부터 우주의 느낌이 물씬 나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 출처: facebook.com/space220fla

놀랍게도, 이 음식의 레시피는 이름만 우주에 영감을 받은 것이 아니라고 한다. 음식 레시피의 대부분은 우주 정거장에서 우주 비행사들이 실제로 먹는 레시피를 참고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를 통해 이 레스토랑을 기획한 이들이 얼마나 우주 여행에 진심인지를 알 수 있다. 음식 뿐만 아니라 음료 또한 우주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들로 꾸며져,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입을 즐겁게 하고 있다.

사진 출처: facebook.com/space220fla

이곳이 실제 우주 공간은 아니지만, 정교하게 만들어진 인테리어와 영상 덕분에 진짜 우주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또는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SF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지구에서 벗어나, 색다른 여행을 즐기는 우주 여행자의 경험을 짧게 나마 경험해 볼 수 있기에 이 곳은 오픈과 동시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오픈 첫 주에는 레스토랑에 입장하기까지 5시간 정도 기다려야 했다고 하니, 우주 여행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알 수 있게 한다. 조만간 우주로 여행을 하는 일이 보다 자연스러워질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여 스페이스 220처럼 우주 여행을 테마로 한 공간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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