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20

이탈리아 미술의 비전, 파르네시나 컬렉션

한국에 첫 소개되는 이탈리아 근현대 걸작 70여 점, 파르네시나 컬렉션

이탈리아 외교협력부에서 소장하고 있는 미술 컬렉션을 뜻하는 ‘파르네시나 컬렉션’이 한국을 찾았다. 저명한 미술 평론가인 아킬레 보니토 올리바Achille Bonito Oliva가 기획한 이번 전시는 이탈리아 외교협력부의 협력하에 주한이탈 리아대사관, 주한이탈리아문화원, 아트선재센터의 주최로 2023 년 7 월 15 일부터 8 월 20 일까지 아트선재센터 스페이스2 에서 한국에서의 데뷔전을 가진다. 

위대한 이탈리아 비전: 파르네시나 컬렉션 전시전경 사진: 아인아 주한이탈리아대사관, 주한이탈리아문화원, 아트선재센터 공동 제공

파르네시나 컬렉션의 시작

이탈리아 미술의 정수를 감상할 수 있다는 파르네시나 컬렉션. 이 컬렉션이 생기게 된 데에는 한 에피소드가 얽혀 있다. 전시 현장을 방문한 움베르토 바타니Umberto Vattani 베니스 국제대학 총장이 그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탈리아 외교협력부는 원래 로마 도심 키지궁에 있었다. 1960년대, 갑자기 로마 외곽의 파르네시나궁으로 이전하게 되었는데 외교협력부 직원들은 이에 크게 실망한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키지궁에 비해 파르네시나궁은 무미건조하고 멋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에디터 시점에서 보면 분명 으리으리한 규모에 모던한 건물이다.) 그러던 1990년대 말, 움베르토 바티니가 독일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다 파르네시나에 오게 되었다. 그는 친분이 있는 작가들을 시작으로 조금씩 작품을 대여해 파르네시나에 전시하기 시작했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이탈리아에 대한 비전과 새로움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나 둘 모여 지금의 파르네시나 컬렉션이 탄생했고, 어느새 유명해져 작품을 보러 많은 이가 방문하기에 이른다.

(왼) 마테오 바실레 (1974) 31.45.19, 2000 알루미늄에 디지털 프린트 120 × 100 cm 작가 소장 (오) 알리기에로 보에티 (1940-1994) 보는 자들, 1988 석판화 – 실크스크린 4 점 140 × 100 cm 개인 소장
(왼) 마테오 바실레 (1974) 31.45.19, 2000 알루미늄에 디지털 프린트 120 × 100 cm 작가 소장 (오) 알리기에로 보에티 (1940-1994) 보는 자들, 1988 석판화 – 실크스크린 4 점 140 × 100 cm 개인 소장

이탈리아 예술의 정체성

<위대한 이탈리아 비전: 파르네시나 컬렉션>은 그 이름처럼 ‘비전’을 강조한다. 이번 전시는 움베르토 보초니Umberto Boccioni의 미래주의 청동 조각 〈공간에서 연속하는 단일한 형태〉, 미켈란젤로 피스 톨레토Michelangelo Pistoletto의 에트루리아인 동상에 금박을 입힌 청동 조각 설치 〈에트루리아인〉 등 전세계 유명 박물관·미술관에서 전시되어 온 작품들을 통해 이탈리아 미술의 정체성의 이해를 돕는 ‘그랑 투어’로 관람객을 인도한다. 작가별 차이가 유연히 응축될 수 있도록 아킬레 보니토 올리바와 함께 안나 프레사Anna Fresa, 파올라 마리노Paola Marino, 시모나 로시Simona Rossi가 정교하게 구성한 이번 전시는 20세기 이탈리아 미술의 정체성에 깃든 역동성에 대한 기록인 ‘미래주의’로 시작한다. 이는 곧, 르네상스 이후 두드러진 이탈리아 미술의 한 측면으로 고전주의를 인용하는 ‘초현실주의’ 시대를 초월하는 창작의 태도로 이어진다.

전설적인 미술평론가 중 하나인 아킬레 보니토 올리바 (왼쪽). 그는 베니스 비엔날레에한국관을 만드는데 일부 공을 세운 인물이기도 하다. 백남준 작가가 총감독이던 그를 계속 설득했다고. 그는 "20세기 가장 뛰어난 예술가였던 백남준을 만나서 영광이었다"고 전했다. ​(오) 움바르토 바티니, 알렉산드로 데 페디스 이탈리아 외교협력부 국장, 아킬레 보니토 올리바, 파올라 마리노, 김장언 아트선재센터 관장이 참석한 간담회 현장. 사진 : 헤이팝

“미술은 언제나 장벽이 없는 상상력의 산물이며 이탈리아 미술은 이에 대한 가장 분명한 증거입니다. 르네상스 시대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 미술은 늘 변화와 기억이라는 기치 아래 진행되어 왔습니다.”

– 아킬레 보니토 올리바(Achille Bonito Oliva)

위대한 이탈리아 비전: 파르네시나 컬렉션 전시전경 사진: 아인아 주한이탈리아대사관, 주한이탈리아문화원, 아트선재센터 공동 제공

아킬레 보니토 올리바는 20세기와 21세기를 거쳐 아주 주요한 미술 명론가이자 큐레이터다. 그는 1993년 제 45회 베니스 비엔날레 <예술의 방위>의 총감독을 역임한 것을 비롯하여 70년대부터 현재까지 다방면의 전시를 기획하고 글을 써왔다. 1992 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예술공로 기사 훈장을 받았으며, 2005 년 베이징 비엔날레에서 비평가상을 수상하였다. 2021년, 카스텔로 디 리볼리 미술관은 50년이 넘는 그의 국제적 활동을 회고하는 대규모 전시 <A.B.O. 테아트론. 예술 또는 삶>을 개최하기도 했다.

그는 이탈리아의 현대미술은 ‘시간과 공간’이 아주 중요한 요소이며 고대부터 르네상스까지 작가 스스로 질문을 던져온 것이 주요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그 옛날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예술은 정신적인 것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어떻게든 예술가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배경은 이탈리아 현대미술이 오늘날 한층 풍부하고 다양한 깊이와 표현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움베르토 보초니(1882-1916) 공간에서 연속하는 단일한 형태, 1913 청동 주물(2005-2011) 118 × 89 × 39 cm 2 로베르토 빌로티 루지 다라고나 제공

전시는 미래주의부터 형이상학 미술, 아르테 포베라, 트랜스 아방가르드까지 근현대 이탈리아 미술을 아우르며 주제별 큐레이션을 통해 여러 표현 양식 작품들 간의 조화를 이룬다. 이탈리아 외교협력부에서 시작한 파르네시나 컬렉션. 컬렉션을 시작한 움베르토 바타니는 지금까지 모든 작품은 작가 소장이며, 앞으로도 소장할 계획은 없다고 한다. 생명처럼 자라나고 성장하는 컬렉션이기 때문이다.

이소진 수석 기자·콘텐츠 리드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

프로젝트
<위대한 이탈리아 비전: 파르네시나 컬렉션(The Grand Italian Vision. The Farnesina Collection)>
장소
아트선재센터
주소
서울 종로구 율곡로3길 87
일자
2023.07.15 - 2023.08.20
주최
주한이탈리아대사관, 주한이탈리아문화원, 아트선재센터
기획자/디렉터
아킬레 보니토 올리바(Achille Bonito Oliva)
참여작가
움베르토 보초니,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 산드로 키아 등 63인
이소진
헤이팝 콘텐츠&브랜딩팀 리드. 현대미술을 전공하고 라이프스타일, 미술, 디자인 분야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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