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ption Seoul
브랜딩 면면에도 캡션에서 온 요소들이 녹아있다. 캡션서울의 타이포그래피를 들여다보면 ‘a’를 위 첨자로 표기해 한 단어 내에서 시각적인 단차를 느낄 수 있도록 했는데, 이는 책 작업 시 단어나 이미지에 부연 설명을 달기 위해 캡션이나 주석문의 번호를 위 첨자로 표기하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공간에 대한 정보를 ‘제목, 재료, 크기, 제작 연도’와 같이 캡션 형식으로 소개하는 것 역시 인상 깊은 지점이다.
지난 14일과 15일 양일간 치러진 오프닝 행사는 무엇으로 규정되기보다 열린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와 함께하는 팝업스토어의 방식을 택했다. 아인투아인(Ayinto Ayin), 베를린 포토북 디스트리뷰션(Berlin Photobook Distribution), 비에프디(BFD), 더즌매러(Doesntmatter), 포지티브(Positiv.), POT(Point of Time), 싱가!(Singa!) 등 예술과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7개 브랜드를 만나는 자리로, 관람 동선부터 공간을 구성하는 집기까지 세심히 기획되어 고유의 색을 가진 브랜드들임에도 조화롭게 어우러져 풍성하고 다채로운 재미를 주었다는 게 관람객들의 후문.
현재 캡션서울은 다양한 기획 전시부터 팝업, 워크숍 등 분야와 매체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실험공간으로 자리 잡기 위해 공간에 담을 콘텐츠를 모색 중이다. 올 하반기에는 신진 작가 단체 전시와 공예 전시를 비롯해 평면에서 입체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흥미로운 작업을 소개할 예정이다. 혹 재미난 아이디어를 품고 있다면 캡션서울의 문을 두드려 보길.
・ 주소 서울시 용산구 원효로81길 5, 2F
Arcade Seoul
‘아케이드서울(Arcade Seoul)’은 다양한 콘텐츠를 위해 열려 있는 ‘오픈 사이트(Open Site)’를 목표로 홍대에 첫 둥지를 틀었다. 활기 가득한 지역을 기반으로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는 맥락이었다. 19세기 파리, 백화점처럼 새로운 상품들의 전시 장소인 동시에 첨단의 유행을 걷는 배회자, 귀족들의 집합 장소였던 아케이드의 이름을 딴 아케이드서울은 곧 도시의 감수성을 즐길 수 있는 배회지인 셈이다.
지난 2월 오픈한 아케이드서울 문래는 패션 편집숍과 갤러리를 중심으로 운영되었던 아케이드서울 홍대의 주요 콘텐츠를 떼어와 새롭게 아케이드가 지닌 맥락을 이어가는 공간이다. 홍대 공간에서 메인으로 사용된 구로 소재가 문래 공간의 문과 벤치에 동일하게 적용되고, 실제 사용하던 집기를 다수 배치해 이전 공간의 파편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개관전으로 김선익 작가의 개인전 <임시정원>을, 이어 6월에는 몬킴 작가의 개인전 〈VIEW FROM MY WINDOW〉을 열어 2회의 사진전으로 관람객을 맞이했던 아케이드서울 문래는 하반기 영역을 더욱 확장해 다채로운 매체를 소화하고자 한다. 오는 9월에는 믿음의 서사와 신화를 토대로 인간과 사회, 그리고 다음 세대의 종에 대한 상상을 담은 공진화의 내러티브에 주목하는 미디어아트 전시 <싸이퍼; 서사와 공진화>를 만나볼 수 있다. 이 밖에도 공연, 워크숍 등 어떤 방식으로 어떤 분야에 이르기까지 창작자와 예술 활동을 물리적 공간에 담을 수 있을지 공간의 가능성에 대한 실험을 이어갈 예정. 큐레이팅과 큐레이션이라는 용어가 확장되는 시대 흐름 속에서 아케이드서울의 큐레이팅이 어떤 의미값을 가지는지 차근히 기록해가고 싶다는 이들의 다짐이 든든하다.
・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도림로128길 23
WWNN
What We Need Now. ‘WWNN’은 우리가 지금 봐야 하는 것, 우리가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 또 본다는 것은 사물의 본질을 얼마나 담을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양분 삼아 태어났다. 오주현 디렉터는 오랜 시간 큐레이터로 활동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미술 시장과 대중이 현시대에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하고 그에 대한 나름의 결과를 제안할 수 있는 공간을 꿈꿔왔다. 큐레이터와 작가로 인연을 맺게 된 오주현 디렉터와 이정우 대표는 약 2년의 준비 끝에 개관전 〈Humanism RReimagined: Exploring a New Frontier〉을 통해 WWNN의 시작을 알렸다.
본 전시는 구지언, 노상호, 듀킴, 문주혜, 한지형 등 동시대 작가 5인의 작업을 통해 인간중심적 가치관에 대한 문제를 조명하는 전시로, 오는 30일 1부를 종료하고 8월 3일부터 같은 주제로 2부를 진행한다. 방소윤, 송민규, 이현우, 조재, 추수, ppuri 작가와 함께 앞으로 쓰일 신 인류 역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공유할 예정이다.
이외 각 국가의 갤러리와 협업해 지속적으로 국내 작가의 가능성을 해외에 알리는 프로젝트를 비롯, 여러 개인전과 그룹전을 준비 중에 있다고 하니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바. 인종, 국가, 성별 등 경계를 허물고 여러 방식을 통해 예술이 가지는 다양성을 폭넓게 아우르고자 하는 WWNN의 내일을 주목해 보자.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5길 20
・운영 11:00 – 18:00 (매주 월요일 휴관)
White Cube Seoul
영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 갤러리가 서울을 찾는다. 화이트 큐브(White Cube)는 1993년 아트 딜러로 활동하던 제이 조플링(Jay Jopling)이 시작해 데미언 허스트(Damien Hirst),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 등 영국의 젊은 예술가 그룹 YBA(Young British Artists)와 성장해왔으며 현재 안드레아스 구르스키(Andreas Gursky), 이사무 노구치(Isamu Noguchi), 박서보 등 60여 명 이상의 작가와 재단을 대표하고 있다.
프리즈 서울 개막에 맞춰 오는 9월 서울 청담에 오픈하는 ‘화이트 큐브 서울’은 홍콩에 이은 아시아 두 번째 지점으로, 지난해 아트페어 키아프 서울(Kiaf Seoul)과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공동 개최 이후 해외 갤러리들의 한국 지점이 잇달아 문을 여는 가운데 이들 역시 한국 진출을 본격화하는 것. 약 91평 규모에 이르는 화이트 큐브 서울은 전시 공간과 프라이빗 뷰잉룸, 오피스 등으로 구성된다. 2018년 화이트 큐브에 합류해 한국 관련 업무를 수행해온 양진희 디렉터가 새로운 공간을 이끌며, 개관전으로는 세계적 명성을 지닌 작가부터 신진 작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업을 다루는 기획전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니 눈여겨봐도 좋겠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45길 6, 호림아트센터 1F
Whitestone Gallery Seoul
일본 아트계의 선구적 갤러리로도 잘 알려진 화이트스톤 갤러리(Whitestone Gallery)는 1967년 일본 도쿄에 문을 열고 홍콩, 타이베이, 싱가포르, 베이징 등으로 진출하며 입지를 다져왔다. 오는 9월 2일, 일곱 번째 지점으로 국내 개관하는 화이트스톤 갤러리 서울은 용산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화이트스톤 갤러리 서울의 인테리어는 세계적인 건축가 쿠마 겐고의 감독 아래 진행된다. 작년 서울에 방문한 그는 개관할 건물을 둘러보며 전체적인 리노베이션 아이디어와 방향성을 그려냈다. 그의 작품 ‘SU:M’이 대기오염 물질을 흡수할 수 있는 신소재를 활용해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의 의미를 담았듯, 현존하는 건물을 리노베이션 할 때 가능하면 필요 이상으로 건물을 변형하기보다 자원과 재료를 낭비하지 않는 방안을 고려했다고. 모든 재료를 가까운 곳에서 수급해 탄소발자국을 최소화하고, 기존 건물이 가진 요소를 활용한 서울 지점에서는 목재를 바탕으로 하는 기존 쿠마 겐고의 건축 스타일과는 또 다른 장면을 마주할 수 있을 예정이다.
개관을 기념하는 첫 번째 전시로는 동아시아 전후 아방가르드 작가과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차세대 작가들이 참여하는 〈We Love Korea〉를 개최한다. 관계자에 의하면 화이트스톤 갤러리 서울은 보다 많은 한국 작가와 교류하며 내년부터는 젊은 작가들을 대상으로 매년 여름 특별 공모전을 준비해 한국 작가를 만나고 소개하는 자리를 기획하고 있다. “평화를 위한 다양성”을 바탕으로 문화나 인종, 정체성에 따른 다양한 존재 방식을 인정하고 이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꿈꾸는 이들의 귀추가 주목된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소월로70
글 김가인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캡션서울, 아케이드서울, WWNN, 화이트 큐브, 화이트스톤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