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좋은 트렌드 소식을 엄선하여 받아보기

알아두면 좋은 트렌드 소식을 엄선하여 받아보기

2023-07-14

식물학자 K가 전하는 메시지

슬로우파마씨 X 금호알베르 ‘Space O Project’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2002년 설립한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엑스(Space X)’는 등장과 동시에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화성의 식민지화를 시작으로 인류의 다행성 종족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는 기이한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했을 터. 어느 날 뉴스에서 일론 머스크의 화성 이주 계획을 접한 슬로우파마씨 이구름 대표 역시 처음에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화성이라니! 그런데 가볍게 웃어넘겼던 주제가 내내 가슴에 남아 스스로 물음을 던지기에 이르렀다. 현 세대가 화성 이주 이전에 우선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이 대표는 지구 밖을 향한 관심을 다시 지구 안으로 돌렸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자연을 소중히 여기고 보호해서 가능한 오래도록 지구에 머무르자. 바로 ‘스페이스오 프로젝트(Space O Project: Back to the Earth)’의 시작이었다.
전시가 시작되는 지하 1층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거대 우주선. 1층에서 바라본 모습이다.|사진: heyPOP
이구름 대표는 부모님의 정원 옆 축사에서 발견한 사료통을 보고 우주선을 떠올렸다. 공간에 들여올 수 있는 사이즈의 사료통을 찾아 구멍을 뚫어 창을 내고, 시트지를 입힌 끝에 지금의 우주선이 되었다고.|사진: heyPOP

프로젝트와 동명인 이번 전시는 프로젝트의 중심이 되는 세계관을 우리 곁에 실재하는 장면으로 가시화한다. 총 3층 규모에 달하는 공간은 스페이스오 프로젝트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자리다. 지하 1층으로 통하는 작은 문을 열고 들어서면 물먹은 흙 내음이 먼저 와닿고, 이어 수직으로 뻥 뚫린 메인 공간을 관통한 거대 우주선과 드높이 자란 나무들을 마주하게 된다. 이 대표는 관람객에게 처음부터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 대신 관람객 스스로 프로젝트에 다가갈 수 있게끔 동선을 구성했다. 세심한 의도 덕에 공간에 들어선 후 얼마간은 곳곳을 살피며 탐구하는 시간이 지속된다.

식물학자 K가 머물던 화성의 연구실. 곳곳에 그의 흔적이 남아 있다.|사진: heyPOP
사진: heyPOP
사진: heyPOP

On Mars

지하 1층 한편에는 K가 머물던 화성의 연구실이 있다. 캐비닛에는 용액에 담긴 식물들이 다수 놓여 있고, 천장과 이어진 장치에서는 배양에 성공한 듯 잘 자라난 식물들이 함께 관찰된다. 테이블 위 어지러이 펼쳐진 문서 중 한 실험지에는 ‘FAIL’이 체크되어 있다. K는 이때 스페이스오 프로젝트가 끝내 실패하고 만 사실을 직면한 걸까. 테이블 바로 옆, 정확한 명칭은 알 수 없지만 SF 영화에서 본 것만 같은 연구 기기 역시 세계관에 생생함을 더하는 요소.

1층에서는 스페이스오 프로젝트의 핵심이 되는 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사진: heyPOP

Back to the Earth

1층에서는 프로젝트가 시사하는 바를 보다 명확히 드러낸다. 빛이 거의 들지 않아 어둑한 내부는 빈 벽에 투사되는 영상만이 주위를 밝힌다. 마련된 좌석에 앉아 정면을 주시하고 있으니 K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나타난다. 과연 K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그리고 무엇보다 스페이스오 프로젝트의 정체는 무엇일까.

스페이스오 프로젝트 영상 중 한 장면.|출처: 금호알베르 유튜브

지구가 아닌 행성을 인간의 생존이 가능하도록 지구화하는 일, 테라포밍(Terraforming)을 위해 10년 전 식물학자 K는 지구를 떠났다. 다시 10년이 지난 오늘, 지구에서는 대규모 화성 이주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시민들이 탑승한 첫 우주선이 하늘로 막 떠오른 시점에서 K는 혼란스러워진다. 화성에서의 테라포밍은 사실상 실패했기 때문. 거듭된 연구 끝에 실험실을 지구와 흡사한 환경으로 구현해냈지만, 자연 요소를 실험실 밖까지 번식시키는 일은 불가능했다. 이는 곧 화성 이주 프로젝트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미션에 실패했다는 좌절감과 허망한 소식을 지구에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에 골몰하던 K는 결단을 내린다. 본부 몰래 남긴 영상 속 그가 다급하게 전한다. 우리에게 남은 건 지구 뿐이다.”

프로젝트 세계관을 담은 굿즈들. 벽면에 전시해 둔 K의 연구복이 눈에 띈다.|사진: heyPOP
(좌) 네잎클로버 표본|사진 제공: 슬로우파마씨
(우) 스페이스오 프로젝트 티셔츠|사진: heyPOP

For Hope

이제 우리에게 남은 유일무이한 희망, 지구로 돌아갈 시간이다. 위층으로 올라가니 1층과 대비되는 환한 공간이 나타난다. 위와 옆이 군데군데 뚫려 있어 빛이 들이치는 2층은 프로젝트 세계관을 담은 실용적인 ‘지구용’ 굿즈들을 소개한다. 우주 비행사들이 주로 섭취하는 식량과 비슷한 패키징이 돋보이는 티셔츠부터 어디에서라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삽, 슬로우파마씨가 제안하는 식물, 네잎클로버 표본 등 다채로운 아이템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참, 스페이스오 프로젝트의 일원에게 부여되는 ID 카드도 굿즈로 제작 가능하다. 한 장 만들어 두면 독특한 기념품이 되지 않을까.

사진: heyPOP

전시는 다시 1층에 닿은 후에 마무리된다. 어렴풋하게 느껴지던 스페이스오 프로젝트, 화성 이주, 식물학자 K 등 전시를 구성하는 많은 요소들이 조금 더 선명하게 형태를 갖추게 되었을 터. 당연히 주어진 것이라 생각했던 지구를 그리고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전시 기획 슬로우파마씨, 금호알베르

전시 운영 슬로우파마씨

공간 디자인 슬로우파마씨

김가인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슬로우파마씨

프로젝트
<스페이스오 프로젝트(Space O Project: Back to the Earth)>
장소
금호알베르
주소
서울 성동구 금호로3길 14
일자
2023.07.04 - 2023.08.04
시간
13:00 - 19:00
(월요일 휴무)

콘텐츠가 유용하셨나요?

0.0

Discover More
식물학자 K가 전하는 메시지

SHARE

공유 창 닫기
주소 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