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8일, 류이치 사카모토가 별세했다. 지난한 암투병 중에도 앨범을 발매하고 공연을 여는 등 음악에 매진했던 그는 틈틈이 일본 문예지 <산초>에 음악과 사회에 관한 글들을 연재하기도 했다. 최근 출간된 유고집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은 이를 모두 엮어낸 책이다. 책에서는 암 발병 이후 ‘앞으로 암과 살아가게 되었고, 조금만 더 음악을 만들어보겠다’라는 당시 그의 담담한 다짐이 엿보인다.
유고집과 동명인 이번 전시는 지난 2018년 개관전 〈LIFE, LIFE〉를 통해 류이치 사카모토를 세계 최초로 조명한 피크닉에서 기획을 맡고, 유고집을 출간한 위즈덤하우스가 주최한다. 전시에서는 음악인이자 설치예술가, 사상가, 사회운동가였던 류이치 사카모토가 생애 마지막 순간에 일기처럼 써 내려간 글과 함께 그의 음악, 사진, 영상을 두루 살필 수 있다.
전시는 두 공간으로 구성된다. 피크닉 별관 3층에서는 그가 남긴 기록들을 바탕으로 삶의 궤적을 따라가며 그를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다. 그의 마지막 피아노 콘서트, 일본의 대표적인 미디어아트 그룹 ‘덤 타입’의 영상, 백남준과 존 케이지와의 사진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별관 4층은 유고집을 소개하고 책과 굿즈를 구매할 수 있도록 마련한 자리다. 책 속의 문장들과 사진으로 이루어진 엽서도 함께 선보인다고. 또한 한국을 대표하는 텍스타일 디자이너 장응복이 티베트의 타르초를 재해석한 관객 참여형 작품이 설치되며, 추모 전시의 연장선으로 피크닉의 정기 프로그램인 음악 감상회도 1회 특별편성 될 예정이다.
전시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는 누구나 자유롭게 참석해서 고인을 추모할 수 있다. 유고집의 마지막 장에 담긴 그의 말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처럼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우리 곁에 남은 그의 예술 세계를 많은 이들이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길 바란다.
발행 heyPOP 편집부
자료 제공 피크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