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30

보물로 가득한 문래동 편집숍, 바이바이바이

안 사고는 못 배길걸?
철공소와 창작자의 스튜디오, 작은 음식점과 카페가 모여 있는 문래 창작촌. 미로처럼 이어진 좁은 골목길을 천천히 돌아다니다 보면 뾰족한 지붕을 가진 작은 단층집을 발견하게 된다. 'OPEN' 푯말이 달린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가득한 공간이 눈앞에 펼쳐진다.
© designpress

서울은 여유 공간이 없는 도시인지라 역사가 긴 동네일수록 공간의 크기가 작다. 그런데 문래동은 유독 더 작은 느낌이다. 반면, 좁은 골목길을 따라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풍경은 문래 창작촌이 재미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걷기만 해도 신기한 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뾰족한 지붕을 가진 회색 단층집을 발견할 수 있다. ‘요즘도 이렇게 생긴 집이 있나?’라는 반가움 반, 신기함 반의 마음으로 살펴보면 문 바로 위에 귀엽게 써진 숍의 이름 – 바이바이바이(Bye By Buy)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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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집 형태에, 다음엔 회색 벽에 그려진 귀여운 캐릭터에, 마지막으로 빈티지스러움이 가득한 디스플레이 창에 시선을 뺏긴다. 결국 궁금증을 못 이기고 작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가득한 공간이 펼쳐진다. 빈티지 가구에 자유롭게 놓인 다양한 소품들, 천장에 매달린 빈티지 조명, 들어오기 전 봤던 디스플레이 창에 늘어선 빈티지 유리잔들까지. 진열된 상품 종류가 너무 다양하여 뭐부터 봐야 할지 모를 정도다. 그런데 이상하게 편안하고 아늑하다. 그렇다면 그냥 내 눈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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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가득 메운 소품과 팔지 않지만, 분위기 조성을 위해 진열된 소품들은 바이바이바이만의 특별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일단 편하게 손이 가는 일러스트 엽서가 한쪽에 진열되어 있다. 공간 중앙에는 색색의 문구류와 A3보다 살짝 큰 일러스트 포스터가 놓여있다. 양쪽 벽을 따라 놓인 가구들은 빈티지를 좋아하는 두 주인장이 구매한 빈티지 가구와 직접 만든 가구다. 그리고 이 가구들 위에는 (당연히) 판매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인센스도 있고, 쥬얼리도 있고, 밀크 글라스와 도자기도 있다.

디자인, 공예, 빈티지가 한자리에 모이다니. 그때 알았다. ‘아, 이 공간은 주인장들의 취향이 100% 반영되었겠구나’ 하고. 주인장 말에 따르면 흠잡을 곳 없이 누구에게나 무난한 제품보단 어리숙하고 부족하더라도 자기만의 개성과 매력이 있는 물건을 선택한다고 한다. 때로는 공간의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안 팔릴만한 특이한 물건도 사서 진열해 두는데, 신기하게도 그런 물건들이 팔릴 때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두 주인장은 특이한 물건도 부지런히 찾아서 채워 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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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구경을 하면서 눈에 띄는 것 하나는 바이바이바이 자체 제작 상품이었다. 바이바이바이는 연초, 크리스마스 등 특정 시즌에 맞춰 달력과 엽서, 디자인 굿즈를 제작하여 판매한다. 또, 자투리 목재를 사용해 선반이나 거울 같은 소품을 제작하기도 한다. 디자인의 영감은 그래픽 디자인과 가구 디자인을 전공한 두 주인장의 취향과 관심사에서 비롯된다. 자체 상품 중에는 바이바이바이의 철자 – bbb를 강조한 디자인도 있다. 이곳을 기억하고 싶다면 자체 제작 상품을 구매하는 것도 좋을 듯싶었다. 참고로, 자체 제작 상품은 소량 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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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개성이 넘치는 물건들을 하나, 하나 천천히 살펴보고 있으면 어느새 시간이 후딱 지난다. 그리고 내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이 등장한다. 수많은 물건에 둘러싸여 있어도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기란 어려운 법이다. 그런데 바이바이바이에서는 만난다. 왠지 물건이 나에게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다. ‘안 사고는 못 배길걸?’. 그러게? 나도 모르게 그 물건을 집고 카운터로 갔다.

구매한 유리컵을 가방에 집어넣으면서 바이바이바이라는 이름의 뜻을 설명해 준 주인장의 말이 떠올랐다. Bye By Buy. 물건을 사야 (가게를) 나갈 수 있다는 농담을 섞어서 재배열한 이름이라고 하던데 진짜 그 말처럼 물건을 사고 나왔다. 거참, 신기한 일이다. 물론 물건을 사지 않아도 바이바이바이는 여러분을 환영할 것이고 무사히 가게를 나올 수 있으니 편하게 방문해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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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with 바이바이바이

에디터에게 신기한 경험을 전한 바이바이바이 주인장들과의 인터뷰.
대체 나에게 무슨 마법을 건 거예요?

 

방문 전에 ‘예쁜 것이 있으면 사야지!’라고 결심했지만, 정말로 저도 모르게 물건을 구매했어요. 바이바이바이라는 이름의 마법이 통했나 봐요.

 

가게를 열기 전, 바이바이바이가 어떤 사람들이 만나는 공간이 될지 생각했어요. 그래서 물건을 사는 사람을 의미하는 단어로 ‘Buy’를, 그 물건을 만드는 창작자를 의미하는 ‘Made/Designed By’에서 ‘By’를, 그리고 작별할 때 주고받은 선물의 의미로 ‘Bye’라는 단어를 선택하고 이를 조합해 봤죠. 농담처럼 단어들을 재배열하여 ‘물건을 사야 나갈 수 있다’는 뜻을 부여했어요.

 

서울의 많은 동네 중 문래동에 자리 잡은 이유가 궁금해요. 그리고 서울에서 1층짜리 단독 건물을 찾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발견한 비결도 궁금해요.

 

바이바이바이 건물은 사과 냉장창고로 사용되던 곳이었어요. 음식점이나 카페로 쓰기엔 좁아서 운이 좋게도 저희가 가게를 꾸밀 수 있었죠. 사실, 7년 전부터 문래동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 이 동네가 익숙해요. 문래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가게가 생기면서 변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여전히 가능성이 크고 재미있는 동네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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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바이바이를 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문래동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음식점과 카페만 생기고 이 동네의 매력이었던 창작자와 그들의 스튜디오는 사라지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동네에 창작자가 만든 물건을 소개하는 가게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마침 소품샵을 운영하는 친구와 창작 활동을 하는 친구도 많아서 용감하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가게 외벽에 그려진 알파벳 b가 눈과 코가 된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했나요?

 

바이바이바이의 브랜딩과 공간 디자인을 하는데 이상하게 매니저와 끄적인 낙서가 끌리더라고요. 그래서 기존의 계획을 지우고 그 낙서를 발전시켜서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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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열 제품 중 많은 수가 빈티지로 구성되어 있어요. 가구와 인테리어에서도 빈티지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요.

 

빈티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만의 매력이 쌓인다는 장점이 있죠. 그래서 저희도 여행을 가거나 새로운 곳에 가면 빈티지 소품을 찾아서 구매해요. 게다가 소품샵을 운영하면서 살까, 말까 고민하던 빈티지 제품도 ‘가게에 두면 되지’라면서 편하게 사고 있어요. 그래서 좋아요.

 

빈티지 조명은 전선과 전구 연결이 고민되는데 이는 어떻게 해결했나요?

 

빈티지를 대할 때 두 가지 방식이 있다고 생각해요. 하나는 빈티지의 원형을 계속 유지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사용하기 편하게끔 현재에 맞춰 수정하는 방식이에요. 저희는 시대에 맞춰서 오랫동안 편하게 사용할 수 있을 때 가치가 더 크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바이바이바이에서 판매하는 빈티지 조명은 현재 규격에 맞는 소켓으로 교체하는 경우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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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한 제품으로 가득한 바이바이바이에서 나만의 물건을 찾는 팁을 주신다면?

 

필요한 물건을 찾기보다는 쓸모가 없지만 왠지 모르게 끌리는 물건을 자신에게 선물해 보세요. 쓸모없는데도 가지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는 건 정말 매력적이라는 뜻이니까요.

 

바이바이바이를 검색해 보면 ‘아늑하다’라는 후기가 많이 보였어요. 앞으로 바이바이바이가 어떤 가게가 되었으면 하나요?

 

문래동에 오면 자연스럽게 왔다 가는 편한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다시 방문할 때마다 전에 봤던 상품들 사이에 섞여 있는 새롭고 재미있는 것들을 발견하는 기쁨도 누렸으면 하고요. 그러니 정말 편하게 들어와서 구경하고 가세요. 가게 구석구석을 구경하다 보면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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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은 객원 필자

취재 협조 바이바이바이

 
장소
바이바이바이
주소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125가길 11
시간
수 - 금 13:00 - 21:00
토 - 일 11:00 - 21:00
(매주 월, 화요일 휴무)
허영은
다양성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고 믿는다. 그래서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아내서 보고, 듣고, 읽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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