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22

가장 아름답게 현대미술과 마주하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현대미술 소장품 展.
아모레퍼시픽미술관(APMA)은 2019년부터 현대미술 소장품 특별전을 개최해 왔다. 본 전시는 세 번째 현대미술 소장품 특별전으로 2021년 8월까지 전시가 이어진다. 전시 구성 1960년대부터 2020년까지 작품들로 현재에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국내외 작가들을 중심으로 기획되었다. 7개의 전시실에 50여 점의 엄선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고, 장르도 회화, 설치, 사진, 미디어, 공예 등 다양하여 지루할 틈 없이 예술의 세계에 빠져 볼 수 있다.

 

색으로 만나는 현대 미술

1 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는 회화 작품엔 켈티 페리스의 <흐르는 강> 이 있다. 이 작품은 투터운 물감의 질감과 블루 컬러로 시선을 잡는다. 강이 갖는 기존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본 작품은 농도가 다른 그레이빛의 세로 방향 터치와 함께 블루 컬러 안에 느껴지는 두꺼운 텍스처감이 흥미롭다. 텍스처에서 보이는 패턴은 물방울을 닮기도 했고, 작품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을 궁금하게 만든다.

반대편엔 밝은 옐로 컬러가 눈에 띄는 안드리안 게니의 <빈민가> 라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아마도 작품을 먼저 마주한 사람이라면 제목을 보고 나서 조금은 어리둥절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빈민가와는 다르게 밝고 경쾌한 느낌의 옐로가 그림을 감싸고, 중앙에는 ‘개’를 닮은듯한 두 생명체가 역동적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붓과 팔레트 대신 나이프와 스텐실을 이용하여 만들어낸 이 작품은, 프랑스 파리의 도시와 정글의 풍경을 한곳에 담아 시각적 긴장감을 조성했다. 허름하고 녹이 슬었지만 외부를 차단해 주는 얇은 벽채가 나름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그 안에서 장난을 치는 듯한 두 생명체가 즐거워 보인다.

 

6전시실은 대형 스케일에 무채색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회백색의 건물과 천고가 높은 전시장이 작품의 감성과 닮아 좋은 마리아주를 이루었다. 특히 아담 팬들턴의 <나의 구성 요소들>이라는 작품은 블랙과 화이트 컬러의 강한 대비로 5.7m의 전시장 벽면을 채우고 있어 그 스케일에 압도 당한다. 추상과 구상, 언어를 넘나드는 표현이 45개의 작품들로 채워져있는데, 아프리카 문화에서 엿볼 수 있는 다양한 마스크가 블랙으로 단순하지만 강렬하게 표현되었다는 점에서 무척 인상적이다. 이 작품은 작가의 연작 중 국내외를 통틀어 최대 규모이다.

 

 

빛으로 만나는 현대미술

2전시실은 이불 작가와 최우람 작가의 작품에 빛을 더해 아름답게 연출되어 있다. 공중에 매달려있는 이불 작가의 <사이보그 W7> 과 <스턴바우 No.29> 은 완벽함을 향한 인간의 욕망을 표현했다. 특히 투명한 재질에 금속을 더해 만든 두 작품은 빛의 산란을 통해 공간을 드라마틱하게 메워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전시장 가장 안쪽에는 최우람 작가의 <울티마 머드폭스> 작품이 위치하고 있다. 고대에 살법한 물고기 형태의 이 작품은 키네틱 아트로 정교하게 헤엄치듯 움직이고 있어 무척 기계적인 대상에게서 생명체의 온도를 느낄 수 있다. 장래의 꿈이 과학자였던 작가는 기계에 미세하고 정교한 움직임을 더해 생명체로 탄생시키는 마술 같은 작업을 통해 우리와 소통하고자 한다. 특히 이 작품은 작가가 제작한 첫 기계 생명체라고 한다.

 

 

개념으로 만나는 현대미술

4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는 조셉 코수스의 <다섯 개의 다섯 개>는 개념 미술의 선구자적인 작품으로 예술의 본질에 대해 질문한다. 그는 이 작품에서 예술의 형식이나 디자인보다는 수의 계념에 입각하여 숫자가 커질수록 단어의 길이에 의해 줄이 길어지는 모습으로 작품의 형태를 결정하였다.

 

 

6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는 닉 비시의 <알렉산더 맥퀸 클레오 드레스, 랑방 드레스>는 패션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 더 눈길이 가는 작품이다. 작가는 엑스레이 촬영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시도의 작품을 통해 피상적 가치 이면에 진실된 가치를 보여준다. 명품 브랜드인 랑방 드레스는 엑스레이로 촬영된 모습도 아름다워 눈으로 보이는 가치와 눈에는 보이지 않는 가치의 공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한다.

 

 

이 밖에도 7 전시실은 현대 미술의 거장 김창열 작가를 기리는 특별관으로 <회귀> 연작이 자리해 있고, 전시실 곳곳에서 양혜규, 이건용 작가와 같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굵직한 작가들의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황지혜

장소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100)
일자
2021.02.23 - 2021.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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