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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 르쿨트르는 1833년 프랑스에서 이주한 시계 제작자 앙투안 르쿨트르가 스위스 쥐라 산맥 근처 발레드주 Vallée de Joux 지역 르 상티에 Le Sentier 마을에 시계를 제작해 판매하는 공방을 차린 데서 시작한다. 1844년 세계 최초로 마이크론(미생의 크기나 음향이나 전기의 파장 등을 잴 수 있는 길이 단위)까지 측정할 수 있는 정밀기구 밀리오노미터 Millionomètre를 발명해 시계 안에 들어가는 소형 부품들을 정확하게 계측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1867년 아들과 함께 현대적인 생산 라인을 갖춘 시계 제작 회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키워 나갔다.
예거 르쿨트르의 역사는 공방이 자리잡은 발레드주의 자연 환경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첫 번째는 워낙 겨울이 길고 혹독한 탓에 농번기가 끝나고 실내에서 긴 시간을 보내야 할 주민들이 시계 수리 및 제조를 제2의 업으로 삼기 시작했다는 것. 두 번째는 척박한 기후 덕분에 좋은 공명을 가진 가문비 나무 숲이 수백 년에 걸쳐 서서히 자라났다는 것이다. 발레드주의 이러한 환경적 특성은 시계를 만드는 장인이 늘어나고, 음악에 대한 귀와 기술이 발달하는 밑바탕이 됐다.
예거 르쿨트르는 무브먼트의 기계적 효율뿐 아니라 생성되는 사운드의 선명도와 아름다움으로 유명하다. 예거 르쿨트르의 역사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1870년 생산한 미닛 리피터다. 미닛 리피터는 버튼을 누르면 소리로 시각을 알려주는 손목 시계를 일컫는다. 오늘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차임 시계가 벨 소리를 녹음해 재생하는 방식인데, 미닛 리피터는 실제 해머가 금속관을 때려 시, 15분, 1분을 가리키는 소리를 내는 기계식 시계다. 초소형 부품과 부품이 조화롭게 맞물리며 시간을 아름다운 소리로 알리는 미닛 리피터는 한계 안에서 기술의 궁극을 추구하는 일종의 소형 악기로 간주된다. 예거 르쿨트르는 20세기 중반까지 다른 시계 제조사에 차임 무브먼트를 공급했을 만큼 차임 분야에서 뛰어난 제조 기술력을 자랑한다.
이번 <더 사운드 메이커> 전시는 예거 르쿨트르가 188년 동안 제품을 어떻게 발전시켜 왔는지 보여주는 제품들을 시대별로 전시한다. 소리에 진심이었던 미닛 리피터들을 시작으로 기계공학의 미학을 담은 현대적인 제품 ‘마스터 그랑 트래디션 자이로투르비옹 웨스트민스터 퍼페추얼’, ‘마스터 그랑 트래디션 칼리버 945 등을 만날 수 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스위스 현대미술가 지문 Zimoun이 만든 새로운 설치 작품 ‘사운드 스컬프처 Sound Sculpture‘. 예거 르쿨트르는 지문에게 이번 작품을 의뢰하면서 발레드주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초대했다고 한다. 지문은 그 곳에서 계곡의 자연스러운 소리를 흡수하고, 동시에 매뉴팩처 내에서 차임 워치를 만드는 전문가들과 시간을 보내며 작품의 영감을 얻었다.
이 작품은 예거 르쿨트르의 시계 제작 부품인 소형 DC 모터와 얇은 와이어, MDF 패널, 금속 디스크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와이어로 모터에 연결된 디스크들은 동전이 땅에 떨어지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MDF 패널에서 회전을 하며, 이러한 마찰은 소리를 내고 그 움직임으로 반짝거리는 표면을 만들어낸다. 이는 예거 르쿨트르 정신에 내재된 매뉴팩처 내부와 주변 자연의 소리를 상기시킬 쭌 아니라 제조 아틀리에 앞에 위치한 호수 위로 비치는 빛의 물결을 나타낸다.
글 유제이
자료협조 예거 르쿨트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