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에 영화〈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The Devil Wears Prada〉가 개봉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무척이나 뜨거웠다. 영화의 원작이 보그 편집장으로 전 세계 패션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안나 윈투어(Anna Wintour)의 어시스턴트로 일한 경력을 가진 로렌 와이스버거(Lauren Weisberger)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었기 때문이었다. 소설 및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패션 잡지 「런웨이」는 「보그」를, 주인공인 ‘앤드리아’는 작가 본인을, 그리고 런웨이의 편집장인 ‘미란다’는 ‘안나 윈투어’를 기반으로 창작되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패션 교황’으로 불리는 안나 윈투어의 실제 모습과 패션계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궁금했던 사람들의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해 주었다. 안나 윈투어는 영화가 제작된다는 소식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막상 영화가 개봉된 후에는 프라다를 입고 영화를 보러 갈 정도였다고 한다. 영화 속 미란다의 매력이 어마 무시했기에, 캐릭터의 기반이 된 인물조차 인정했다는 점이 재밌다. 영화 개봉 이후 뮤지컬로도 만들어지면서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으며, 현재에도 패션계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가 나올 때마다 비교되는 명작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가장 뜨겁게 화제가 되었던 부분은 역시나 ‘패션’이었다. 특히 주인공인 앤드리아가 패션 매거진에서 일하게 되면서 평범했던 모습이 점차 세련되게 변화하는 것을 보며 희열을 느낀 이들이 많았다. 앤드리아의 출근 룩이 바뀌는 신은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와 더불어 미란다 역을 맡았던 매릴 스트립 또한 깐깐한 패션 잡지 편집장 그 자체로 여겨질 만큼 완벽하게 세련된 모습과 그에 걸맞은 메서드 연기를 펼쳐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패션계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영화 속 인물들이 착용했던 대부분의 패션 아이템들이 명품이었고, 덕분에 의상비가 많이 든 영화로도 꼽힌다. 그렇지만 이런 노력들 덕분에 그해 아카데미상 의상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패션과 더불어 화제가 되었던 것은 편집장인 미란다가 사는 집이었다. 영화 속에서 앤드리아가 미란다의 지시로 드라이클리닝 된 옷과 함께 ‘그 책'(잡지가 출간되기 전에 미리 제작하는 샘플 북)을 갖다 두기 위한 신의 배경으로 나오는 집의 모습은 고급스럽기 그지없었다. 어디에 무엇을 놔야 하는지 당황하는 그녀에게 힌트를 주는 쌍둥이가 나오는 장면에서 슬쩍 나선형 계단이 비춰졌는데, 이는 집의 규모를 상상하기에 충분했다. 패션계의 흐름을 결정하며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이 사는 곳다웠다고 말할 수 있다.
땅값이 비싸기로 소문난 미국 뉴욕시에서 규모 있는 집에 사는 모습은 영화를 보는 모든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홀리기에 충분했다. 영화가 개봉한 후 여러 매체에서 이 집을 주목하며 인기를 증명했다. 그리고 영화가 개봉한 지 17년이 지난 지금, 미란다의 집이 경매에서 판매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부촌으로 꼽히는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위치한 이 타운하우스는 미국의 유명한 건축가 스탠퍼드 화이트(Stanford White)가 설계했으며 1907년에 지어졌다. 영화가 개봉되기 일 년 전인 2005년에 리모델링을 진행했고, 현재는 7개의 침실, 8개의 욕실을 비롯하여 총 20개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거주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대형 세탁기, 건조기, 프리미엄 가전제품 등이 구비되어 있다고 한다.
이렇게 시대에 맞춰 새롭게 정비된 집이지만, 집 안 곳곳에서 고풍스러운 우아함을 느낄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이 집은 전체에 순백색과 지중해를 연상케하는 푸른색, 그리고 나무와 대리석 등과 같은 자재들이 고급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네오 이탈리아 르네상스 스타일(Neo-Italian Renaissance-style)‘이다. 집의 전체 층수는 6층이며, 총 면적은 자그마치 12,000평방피트(약 337평)에 달한다.
이곳에는 주거를 위한 공간뿐만 아니라 다양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넉넉하게 마련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집에서도 틈틈이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운동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는 체육관과 더불어 작은 농구장도 꾸며져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와 더불어 집 안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예술 작품과 도서관은 이곳을 더욱 우아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입구에서 만날 수 있는 프렌치 스타일의 문, 둥근 창문이 있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욕조, 우아함을 느낄 수 있는 나선형의 계단 디자인, 고풍스러움과 모던함이 조화를 이루는 벽난로, 공간마다 각기 다른 카펫과 조명의 모습에 감탄할 것이다. 층마다 조금씩 다른 스타일을 갖추되, 고급스러움을 유지하도록 통일성을 부여한 점이 이곳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와 더불어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 바깥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동시에 뉴욕의 풍경을 관람할 수 있는 루프톱 공간 및 3개의 테라스, 작은 발코니와 함께 자쿠지, 수납 공간이 있는 넓은 레크리에이션 룸 등이 있다. 이 집에서 살면 굳이 바깥에서 즐거움을 찾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곳에서 사는 경험은 부유한 삶을 누리는 것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건물이 가진 역사가 주는 고풍스러움과 더불어 영화 속의 배경이 되었던 공간에서 살 수 있다는 사실은 이 집의 가치를 더욱 높일 것이다. 뉴욕 매거진에 따르면 이웃으로는 미국의 페미니스트 저널리스트이자 사회운동가인 글로리아 스타이넘(Gloria Steinem)이 살고 있다고 한다.
이런 요소들 덕분에 이 집은 2,750만 달러(약 364억 원)에 판매되었다. 판매를 담당한 부동산 업체인 모들린 그룹(Modlin Group)은 “이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걸작은 여러 영화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등장했으며, 맨해튼에서 가장 훌륭한 집 중 하나입니다.”라며 집을 소개했다.
10년이 훌쩍 넘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관심은 영화 속 볼거리에 집중하고 있다. 미란다의 집이 경매에서 팔렸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패션을 다룬 명작에 대한 기억을 다시금 떠올렸고, 영화를 다시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배우들의 모습이나 공간의 풍경이 전혀 촌스럽지 않다는 점이 놀라울 뿐이다. 이를 통해 왜 이 영화가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는지를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