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30

한국에서 세 번째 여정 시작한 ‘아르켓의 현재’

아르켓 매니징 디렉터 퍼닐라 울파르트 인터뷰
2021년 스웨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아르켓이 국내에 상륙한다는 소식은 국내의 많은 이들을 기대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당시 한국에서는 해외 직구로만 만날 수 있던 브랜드였기에 더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후 3년간 더 현대 서울점과 가로수길점 두 지점을 통해 한국 고객들과 유의미한 관계를 지속해 오다 지난 5월 12일 항구 도시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 국내 3호점을 오픈했다. 패션을 향한 열정이 살아 숨 쉬고 역동적인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 부산에게서 아르켓은 어떤 매력을 느꼈을까. 아르켓 매니징 디렉터 퍼닐라 울파르트를 만나 아르켓이 매료된 부산의 면모와 아르켓 디렉터가 바라본 K-패션, 아르켓 디자인 스튜디오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Interview with

퍼닐라 울파르트(Pernilla Wohlfahrt), 아르켓 매니징 디렉터 
퍼닐라 울파르트 |사진 제공 : ARKET
2020년 3월 아르켓의 매니징 디렉터로 합류한 퍼닐라 울파르트는 그간 H&M 크레이티브 디자인 팀 디렉터, COS 매니징 디렉터로 활동하며 여러 디자이너들과의 콜라보레이션 콜렉션을 제작하는 등 크고 다양한 활약을 펼쳐왔다. 현재는 자신만의 고유한 독창성과 전략적 경험을 살려 아르켓의 우수한 스타일 및 기능적 디자인을 단순화하는 것을 목표로 브랜드를 선도 중이다.

2020년 H&M 신사업부문장 겸 콜라보레이션 특별 디자인 팀 디렉터에서 아르켓 매니징 디렉터 로 영입되던 때의 상황이 궁금합니다.

H&M 그룹 내에서 다양한 직무로 오랜 시간 인연을 이어가고 있었어요. 주로 디자인과 바잉을 맡았고 코스(COS)의 매니징 디렉터와 지금의 앤아더스토리즈(&Other Stories)와 아르켓(ARKET)을 론칭하는 팀에서도 활동했죠. 그 중에서도 아르켓은 유일하게 온 가족을 위한 브랜드라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와 한때는 아르켓 매니징 디렉터로 일하길 바라던 때도 있었고요. 지금은 이렇게 바라던 대로 되어있네요. 아르켓으로 넘어오기 위한 결정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던 거죠.

레아 리츠 골드만(Lea Rytz Goldmann)과 라스 악셀손(Lars Axelsson)에 이은 아르켓 세 번째 매니징 디렉터입니다. 지난 3년간 브랜드 운영에 있어 어떤 가치에 가장 집중하고자 했나요?

2020년 2월, 아르켓과의 첫 시작은 드라마틱했어요. 전 세계를 뒤흔든 팬데믹 발생 불과 한 달 전 이 직책을 맡게 되면서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했죠. 그러나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의 경험은 고객의 목소리와 니즈를 파악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3년이 지난 현재, 다양한 국가로 진출함으로써 고객과 물리적·심적으로 거리를 좁혀 유의미한 관계를 지속하고 동시에 브랜드만의 DNA를 유지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요.

사진 제공 : ARKET

패스트패션의 상징이기도 한 H&M에서 산하 브랜드 아르켓으로 넘어와 ‘슬로우’ ‘지속가능’ ‘노르딕’ 이라는 키워드를 주축으로 브랜드를 키워가는 디렉터님의 행보가 흥미로워요. 당신의 라이프스타일도 이와 가까운 삶을 살고 있나요?

개인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되돌아보면 이전에 비해 대체적으로 더 지속 가능하고 슬로우해졌어요. 그렇지만 아직도 지속 가능성에 있어서는 충분히 더 발전하고 나아갈 수 있는 여지가 열려 있다고 느끼고요. 그런 면에서 현재 저의 위치에서 아르켓이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일상 속에 더 많은 지속 가능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K-패션’은 최근 몇 년 사이 글로벌 패션 인플루언서와 디자이너 사이에서 뜨거운 주목을 받으며 인기가 급부상했습니다. K-패션을 바라보는 디렉터님의 시선이 궁금해요. 또 최근 가장 인상적으로 보고 있는 한국 디자이너가 있다면요?

K-패션뿐 아니라 K-뷰티, K-POP은 오늘날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치고 영감을 선사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브랜드를 잠깐 언급하자면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앤더슨 벨(Andersson Bell), 민주킴(Minju Kim) 등 너무나도 훌륭하고 멋진 한국 디자이너와 브랜드들이 있겠네요.

아르켓은 우먼, 맨, 키즈, 및 홈웨어까지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 마켓 브랜드인 만큼, 평소 어디에서 창의적 영감을 얻곤 하나요?

패션과 홈웨어뿐 아니라 인테리어 업계 디자이너들에게서도 영감을 많이 얻는 것 같아요. 이외에도 아트, 건축학, 필름, 음악과 레스토랑 등 일상의 다양한 방면에서 브랜드를 이끌어 갈 방향에 대해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인사이트를 얻고 있죠.

사진 제공 : ARKET

아르켓은 노르딕 헤리티지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입니다. 어떠한 방식으로 ‘심플함의 미학’을 담아내고 있나요?

스칸디나비안 또는 노르딕 패션은 웨어러블 하면서도 흥미로운 반전이 있는 높은 퀄리티의 디자인이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아르켓은 기능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북유럽의 전통과 잘 디자인된 일상을 통해 삶을 향상시키기 위한 사명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시즌이 지나도 계속해서 착용하고 소장할 수 있는 타임리스 아이템들을 만나볼 수 있어요. 더불어 매번 완전히 새로운 옷을 사는 대신 룩을 다채롭게 표현할 수 있는 슈즈나 리미티드 프린트 등 시즈널한 스타일도 함께 찾아볼 수 있고요. 아르켓을 통해 노르딕 패션 정신을 널리 알릴 수 있어 언제나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아르켓 카페 | 사진 제공 : ARKET

여러 럭셔리 패션 브랜드가 자체 카페를 운영 중이긴 하지만, SPA 브랜드 중에서는 아르켓이 최초입니다. 아르켓이 ‘푸드’라는 카테고리를 통해 ‘지속가능’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가 있을까요?

아르켓 카페 콘셉트와 카페에서 제공하는 모든 것들은 ‘모던 데이 마켓(Modern Day Market)’의 개념에서부터 시작돼요. 고객들이 쇼핑도 하고 로컬에서 만들어진 페이스트리와 음료로 노르딕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종착지와 같은 개념인 거죠. 특히 지속가능성은 아르켓 카페의 핵심이에요. 지구에 해로움을 줄일 수 있는 일상적인 선택을 간소화하고 투명성 향상을 통해 긍적적인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비전을 가지고 카페를 운영 중입니다.

현재 ‘지속가능’을 추구하기 위해 카페뿐 아니라 모든 컬렉션에 오가닉&리사이클 소재를 활용하고 있죠. 이제 ‘지속가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렸지만 그러기 이전에 브랜드 ‘아르켓’에게 ‘지속가능’은 왜 중요할까요?

아르켓의 운영 방침에는 지속 가능성이 모두 녹아 들어있는데, 이는 브랜드 설립 초기부터 퀄리티 그리고 패션, 인테리어와 음식 등에서 ‘책임 있는’ 쇼핑을 평등하게 제공하는 것을 브랜드의 목표로 설정했기 때문이에요. 투명성 아래 브랜드를 운영함으로써 지구에 덜 해롭고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건강한 비전을 품고 있죠.

반면에 요즘은 ‘지속가능’ 키워드를 전면에 앞세우기만 하고 실질적인 실천이 뒤따르지 못하는 패션 브랜드 또한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아르켓은 ‘지속가능’을 추구하기 위해 브랜드 내부에 어떤 시스템을 갖추고 있나요?

아르켓의 모든 컬렉션과 패키징에는 지속 가능하고 재활용된 소재를 활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또한 매장에서 실행하고 있는 재판매(re-sell, 현재는 스톡홀름 내에서만 실행 중인 프로그램) 및 재활용(re-cycle) 프로그램처럼 보다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계속해서 탐구하고 검토 중이고요. 여전히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패션 시장에서 슬로우와 지속가능을 추구하는 아르켓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제 스스로도 자랑스럽게 여기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ARKET PEOPLE 페이지 | 사진 제공 : ARKET

아르켓 내부 직원을 소개하고 인터뷰한 ‘ARKET PEOPLE’이라는 콘텐츠를 흥미롭게 읽었어요. ‘사람’을 강조하는 콘텐츠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아르켓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만큼 우리 고객에게 우리가 누구인지 그리고 아르켓이 단순히 브랜드만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궁극적으로 아르켓은 제품을 만들 때 개개인의 가족과 취미에서 영감을 얻고 내구성 있는 디자인 및 패션을 선호하는 커뮤니티임을 보여주고자 했죠.

아르켓 홈웨어 제품 | 사진 제공 : ARKET

한국에서는 홈웨어 제품을 오프라인에서만 구매가 가능해 늘 아쉬운 마음인데요. 온라인몰에서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요?

맞아요. 아르켓 홈웨어가 현재는 오프라인 매장 세 곳에만 입점 되어 있는데요. 저희도 머지 않은 때에 온라인에서도 홈웨어 라인을 선보일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웃음)

아시아 1호점이자 국내 1호점 매장 더현대서울점 | 사진 제공 : ARKET

아시아 1호점으로 한국을 택했을 때 많은 국내 팬들이 반가움을 표하는 동시에 왜 한국인지 궁금해하는 물음표들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한 인터뷰에서 ‘한국 디지털 팔로워의 영향력’을 가장 큰 이유로 언급한 바 있으시죠. 아르켓이 한국에 들어온 지 3년째인 현재, 한국 소비자와 아르켓의 교류는 기대하던 만큼 성장했나요?

그 당시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아르켓에게 아주 중요하면서도 흥미로운 여정이었어요. 수치로 표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저희는 한국 고객들과 아름다운 관계를 형성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부산 매장을 통해 더 많은 고객들과 소통할 수 있어 기쁜 마음이에요.

벨기에 브뤼셀 매장 외관 | 사진 제공 : ARKET
중국 베이징 매장 외관 | 사진 제공 : ARKET ​
서울 가로수길 매장 외관 | 사진 제공 : ARKET
핀란드 헬싱키 매장 외관 | 사진 제공 : ARKET

지난해에는 아시아 2호점으로 중국 광저우 매장을 오픈했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아시아 두 번째 진출국이 패션 도시 도쿄가 아닌, 광저우가 선정한 점 또한 의외였습니다. 아르켓 진출 지역을 선정하는 것 또한 디렉터님의 막중한 임무 중 하나일 텐데 지역 선정 기준이 궁금합니다.

우선적으로는 아르켓 매장 포트폴리오를 검토하고 전 세계의 매장들이 적절한 위치에 입점 되어 있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저희가 다양한 고객층에게 접근이 가능한 위치를 확보하는 것이 저희의 가장 큰 기준이자 목표입니다. 이번 부산 매장은 올해 아시아에서 두 번째 스토어 오프닝이며 다음으로는 리투아니아 첫 진출과 스위스의 취리히, 라트비아의 리카에 스토어를 오픈을 준비하고 있어요.

 

지난 12일 한국의 세 번째 매장이 부산에 문을 열었어요. 아르켓 본사가 위치한 스톡홀름과 부산은 항구도시라는 공통점이 있죠. 아르켓은 부산의 어떤 매력에 매료되었나요?

부산은 모던함과 동시에 옛 감성 즉, 깔끔함과 혼란을 모두 품고 있는 매력적인 도시로 다가왔어요. 명성이 높은 국제적 허브이기에 부산 내에서도 신세계 센텀시티점이 우리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위치라고 생각했고요.

아르켓 2023 SS 룩북 | 사진 제공 : ARKET

북유럽 패션 중심지 스톡홀름을 궁금해하는 한국 패션 팬들이 많아요. 스톡홀름은 패션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어떤 도시인가요?

스톡홀름은 정말 멋스런 도시죠. 물 위에 세워진, 모던한 건축물 사이에 역사가 깊은 빌딩들이 곳곳에 숨겨진 매력적인 곳이에요. 아마도 스톡홀름 사람들도 이렇게 역동적인 도시 감성을 그대로 흡수해 자신의 스타일에 투영하는 것 같고요. 타임리스하면서도 엣지가 있고 어떤 날씨에도 준비되어 있는!

국내 아르켓 3호점 센텀시티점 매장 외관 | 사진 제공 : ARKET

공간 이야기를 빠트릴 수 없어요. 스틸 소재의 진열장 그리고 곳곳에 배치한 원목 가구, 식물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도시적이면서도 여백의 미가 살아있는 심미적 공간으로 다가옵니다. 공간 디자인은 주로 누가, 어떻게 진행하는지 궁금합니다.

저희는 브랜드 내부에 공간 디자인을 담당하는 자체 건축 팀을 갖추고 있어요. 고객이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 형성에 초점을 두며, 쇼핑뿐 아니라 영감을 얻어갈 수 있는 매력적인 매장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또한 저희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부분이에요. 무엇보다 전 세계 모든 매장을 고객에게 에센셜한 아이템을 제공하는 ‘모던 데이 마켓’이라는 컨셉 아래 전개하기 때문에 ‘마켓’이라는 무드를 유지하는 것 또한 중요한 요소이고요. 부산점의 경우 아르켓의 시그니처인 모노크롬 인테리어 콘셉트 아래 895㎡ 면적의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아르켓 제품을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르켓 건축팀 건축가 이반 페르난데스가 매장 디자인을 위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사진 제공 : ARKET

매장을 디자인할 때, 우리는 항상 각각의 개별 공간의 특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실제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묻습니다.

아름답고 기능적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제하고 무엇을 더해야 할까요?

이 건물은 어떤 쓸 만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우리 세계에 접목시킬 수 있을까요?

그것은 우리가 들어가는 건물의 역사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고, 이미 존재하는 것을 가치 있게 여기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접근의 기초이기도 합니다.

소박함에 기초한 철학, 그리고 절대적으로 관련된 것만을 하는 것입니다.

아르켓 건축팀 이반 페르난데스Ivan Fernandez, 아르켓 PEOPLE 콘텐츠 일부 발췌 ⓒARKET

내부 건축 팀 외에 외부 디자이너나 디자인 스튜디오와 협업한 경험도 있나요?

아직까지는 외부 디자이너와 협업한 이력은 없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다양한 방향으로 열려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아르켓은 어떤 존재감을 가지길 바라나요?

그 어떤 옷들보다도 보다 쉽게 손이 가지만 언제나 멋을 잃지 않는 브랜드가 되기를 바라요. 시즌에 구애받지 않고 오랜 시간 옷장에 두고두고 착용할 수 있는 타임리스한 아이템과 때론 강렬하게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아이템이 골고루 존재하는 브랜드니까요.

 

 

아르켓을 한마디로 정의해 본다면?

모던 데이 마켓(Modern-day market).

하지영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아르켓

하지영
에디터가 정의한 아름다운 순간과 장면을 포착하고,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세상에 선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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