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에서 탄생한 수제맥주 브랜드,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②

∇1편에서 계속됩니다.

무궁무진한 경험의 세계, 커스텀 맥주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에 특화된 분야 중 하나는 바로 커스텀 맥주. 자사 제품을 위탁하여 제조해 주는 것을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이라고 한다면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은 판매 채널이나 공간을 갖춘 업체에 제품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즉,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의 ODM 비즈니스는 브랜드에 맞는 맥주를 개발, 제공하는 것. 이는 제조 기술력과 생산력, 다양한 수제맥주 레시피가 없다면 지속하기 어려운 분야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독보적으로 수많은 브랜드의 커스텀 맥주를 만들어왔다. 호텔, 골프장, 리조트, 영화관, 테마파크부터 자동차, 카메라 회사, 심지어 스포츠 선수나 아티스트까지… 커스텀 맥주에게 분야의 한계란 없다.

Interview with
김태경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대표
P&G코리아, 베인앤컴퍼니를 거쳐 수제맥주 1세대 브랜드,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를 설립했다. 창업 전 소문난 ‘맥주덕후’였던 그는 국제공인맥주소믈리에, 맥주 심사관 자격증 등을 취득했으며 회사를 운영하면서 와인소믈리에,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 보유자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획일화된 맥주 시장에 다양성을 제안하고 ‘놀라운’ 경험을 선사하는 데 목표를 둔다.

– 커스텀 맥주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2019년 오뚜기에서 창립 50주년 기념으로 사내 직원에게 증정할 기념품을 의뢰해 주셨습니다. 오뚜기의 대표 제품인 카레 가루의 원재료인 강황을 넣어 만든 ‘카레 위트 에일’ 그리고 실제 오뚜기 케첩 퓨레를 넣은 ‘토마토 블론드 에일’ 2종을 만들었어요. 맥주에 원재료의 맛을 녹여내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하나는 골든에일, 하나는 위트에일을 원주로 썼던 것까지 기억나네요. 반응이 매우 좋았고 그것이 커스텀 맥주의 시작이었습니다.

– 커스텀 맥주는 어떤 과정으로 만드나요?

브랜드가 원하는 느낌과 맛을 들어보고 두세 가지 레시피를 제안을 합니다. 양조장이 성수동에 있으니 서울 소재 브랜드라면 직접 와서 살펴보고 결정할 수 있어요. 거기서 좀 더 발전시키고 수정해서 완성합니다. 세상에 없던 맥주를 만드는 게 아니라 가지고 있던 레시피에서 수정 보완해 나가요. 최근에는 팝업 행사들이 많아지면서 팝업용 기념 맥주들도 많이 만들었습니다. 전기차 행사나 페스티벌, 전시도 있고, 예능 방송 프로그램에서 의뢰한 테마 맥주, 새로 생긴 그로서리 스토어 등 경계 없이 다양한 분야의 커스텀 맥주들을 만들고 있죠. ODM은 재미있는 분야예요. 새로운 맥주를 만드는 재미도 있지만 우리 브랜드를 몰랐던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새로운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단골 가게에 맥주를 제안해서 만들기도 하고, 맥주를 만들어주다가 친해지기도 하고. 저는 우스갯소리로 맥주계의 송월타월이라고 해요.(웃음)

-어떤 브랜드를 맥주라는 새로운 경험으로 풀어낸다는 것이 재미있는데요. 편의점에서도 한때 커스텀 맥주가 붐이었지요. 금방 사라지는 맥주들 사이에서도 어메이징 맥주들은 매대를 굳건히 지키고 있던데.

황당한 콘셉트는 만들지 않아요. 브랜드나 상품에 맞게 경험 설계를 잘 해야겠죠. 진라거 출시 당시에는 사람들이 맥주에서 라면 맛이 날 것 같다고 해서 마음이 좀 아팠어요. 오뚜기의 전신이 조흥이라는 효모 회사라는 사실 아세요? 진라거를 만들 때 맥주의 가장 기본인 효모로 제대로 된 라거를 만들어보자는 의지가 있었고, 원재료를 듬뿍 넣은 몰티 라거를 만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잘 만든 맥주예요. 최근에는 미에로화이바와 함께 기능성 맥주를 만들었어요. 저희는 ‘퍼포먼스 비어’라고 부르는데 정말 식이섬유가 들어간 맥주거든요. 식이섬유를 원주에 녹이는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도전이었죠. 앞으로도 이런 기능이 들어간 맥주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커스텀 맥주 5”

1. 진라거 x 오뚜기

독일산 스페셜 몰트를 사용해 진한 맛과 향을 살린 몰티 라거. 맥주 순수령에 따라 홉, 효모, 맥아 외 어떤 착향료와 감미료도 일절 사용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카라뮈닉 몰트의 고소한 맛과 라거 특유의 라이트한 바디감, 독일산 노블홉의 은은한 꽃과 허브의 향이 조화롭다. 2022년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2. 아마존 익스프레스 맥주 x 에버랜드

에버랜드의 인기 급류 어트랙션 ‘아마존 익스프레스’를 테마로 한 바이젠. 시원한 목 넘김과 부드러운 밀과 달콤한 바나나 향이 특징이다. 맥주캔 디자인은 정글 숲과 바나나, 탐험가 모자 등으로 아마존 익스프레스를 표현했다.

3. 미에로하이볼 x 현대약품, 미에로화이바

국내 대표 식이섬유 음료 브랜드, 미에로화이바의 고유 레시피에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의 전문 양조 기술이 더해진 신개념 하이볼. 미에로화이바 본연의 향긋한 풍미와 청량감이 어우러지며 균형을 이룬다. 실제 식이섬유 성분이 포함된 것이 특징으로 별도의 다른 재료와 조합해 제조할 필요 없는 완제품 형태인 RTD(Ready To Drink) 하이볼 캔이다.

4. 워커힐 시그니처 맥주 x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워커힐에서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와 함께 맛과 품질, 패키징까지 공을 들여 개발한 시그니처 맥주 3종 첫인사, 머무름, 꿈결. ‘첫인사’는 고소한 빵과 쿠키, 은은한 꽃향이 나는 목 넘김이 좋은 라거이며 바이젠 맥주 ‘꿈결’은 남부 독일 스타일 전통 밀맥주를 충실히 구현했다. ‘머무름’은 신선한 미국산 홉을 이용해 강렬한 열대과일과 시트러스 향을 느낄 수 있다. 워커힐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주기 위해 개발한 맥주.

5. 씨지비어 x CGV

CGV와 함께 만든 수제맥주 2종 씨지비어. ‘로맨스’와 ‘블록버스터’ 두 가지 맛으로 만나볼 수 있다. 로맨스는 달콤 쌉쌀하며 풍부한 질감이 느껴지는 헤이지 IPA 맥주, 블록버스터는 몰트 향이 가득한 기분 좋은 청량감과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는 라거 맥주다. 영화 장르로 맥주 이름을 지은 것이 특징!

-한편 2022년 출시한 마크홀리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막걸리와 사랑에 빠진 한 미국 양조사가 막걸리를 만들게 됐다는 배경이 재미있었는데 알고보니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가 만든 작품이었어요.

전통 누룩이 아닌 맥주 효모로 만든 막걸리라는 점에서 위트를 줬어요. 맥주를 만들다 보니 전통주에도 관심이 생겨서 약 1년 정도 한국 가양주 연구소에서 공부하면서 배웠는데요. 맥주 효모로 막걸리를 발효했더니 여러 균으로 발효하는 누룩과는 달리 깔끔한 맛이 나더라고요. 여러 실험 끝에 ‘세종’이라는 벨기에 스타일의 맥주 효모를 넣어봤더니 아주 재미있는 맛이 나와서 마크홀리를 개발하게 됐어요. 아무래도 막걸리는 계절에 따라 지역에 따라 다른 맛이 나는데 사시사철 똑같은 맛이 나는 막걸리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 정신은 맥주 양조사와 같으니 서구적인 관점에서 막걸리를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브랜딩 했습니다.

-지금까지 120종이 넘는 맥주를 만들었다고요.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대표하는 맥주와 특별한 맥주 하나씩을 꼽는다면?

첫사랑과 진라거죠. 첫사랑은 선보인 지 6년 된 HAZY IPA 맥주인데요. 브랜드 생명력도 좋고 판매량도 좋아요. 올 6월에 첫사랑의 향이 나는 증류주가 나옵니다. 아까 막걸리에 맥주 효모를 넣어 발효했다면 이번에는 소주에 첫사랑을 만들 때 쓰는 홉을 넣어 증류주를 만들었어요. 첫사랑의 향이 나는 재미있는 제품입니다.

-정말 어메이징 하네요! 최근 MZ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 있는 하이볼 계통의 제품을 출시하고 있어요.

기존 하이볼은 위스키에 탄산수를 섞어 만드는데요. 이번에 출시한 제품은 맥주를 기본으로 하이볼처럼 일상에서 가볍게 마실 수 있게 개발했어요. ‘비어볼(Beerball)’ 이라는 장르를 자체 개발했죠.

-국내에서는 최초로 하드셀처를 유통하기도 했다고요?

하드셀처hard seltzer는 알코올이 들어간 탄산수를 뜻해요.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지만 외국에서는 지금 하이볼만큼이나 잘 알려지고 인기가 많은 주류예요. 탄산수에 알코올을 섞고 여기에 과일 향을 넣은 술인데 칼로리가 낮고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것이 특징이에요.

-앞으로의 주류 트렌드는 어떻게 변화할까요.

우리나라 역시 하드셀처 붐이 불지 않을까 했는데 특이하게도 하드셀처는 건너띄고 하이볼이 대세네요. 위스키도 인기가 많고요. 옛날 위스키 문화는 과시형, 고가 시장이 과도하게 성장한 기형적인 시장이었어요. 싱글몰트가 서서히 인기를 얻으면서 다양한 위스키가 소비되고 있어요. 팁이 있다면 하이볼을 마실 때 토닉워터 보다는 질 좋은 탄산수를 매칭하는 것! 훨씬 매력적인 맛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대표 맥주 4”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가 맥주의 다양화를 펼칠 수 있는 이유. 국내 수제맥주 1세대 브랜드로서 다져진 내공과 실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브랜드 초창기에 선보인 첫사랑, 편의점 스테디셀러인 노을 수제에일, 서울숲 수제라거, 진라거 모두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맥주 품평회인 ‘2022 월드 비어 어워즈(2022 World Beer Awards)’에서 품질과 맛으로 수상한 이력이 있다.

1. 첫사랑 Hazy IPA 미국 최대 홉 농장인 ‘야키마’의 홉과 귀리가 상큼한 자몽, 오렌지와 만나 열대과일의 달콤쌉싸름한 맛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풍부한 질감의 헤이지 IPA Hazy IPA 스타일의 맥주. 헤이지 IPA는 몇 년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뉴잉’ 스타일의 대표 맥주로, 홉과 효모를 풍부하게 넣어 색이 반투명하고, 씁쓸함과 동시에 상큼한 과즙향이 가득 넘치는 것이 특징이다. 첫사랑 맥주 역시 첫사랑의 기억처럼 달콤 쌉싸름한 맛이 특징.

2. 노을 수제에일 American Pale ale 미국식 페일에일 스타일로 코끝에 다가오는 감귤향이 특징이다. 에일 맥주에 주로 쓰이는 ‘심코(simcoe)’홉을 사용해 은은한 솔향, 감귤, 레몬그라스 향을 더한다.

3. 서울숲 수제라거 Pilsner 고소한 맥아와 최상급 노블홉을 사용해 조화로운 풍미를 내는 수제라거.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려 페어링하기 좋은 맥주다.

4. 짜르르 비어볼 Beerball 목을 타고 흐르는 ‘짜르르한’ 맥주의 탄산감과 적당한 알코올 도수의 하이볼의 장점을 모두 갖춘 ‘짜르르 비어볼(Zzarr Beerball)’은 주정을 섞지 않아 알코올의 향 없이 깔끔한 맛을 가진 것이 특징. 피치 얼그레이, 레몬 진저, 체리 라즈베리 세 가지 맛이 있다.

–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한국 술의 다양성, 품질, 문화를 개선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 세가지 모두 7년 전보다 균등하게 변화한 것 같습니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를 시작할 때와 비교하면 정말 너무나 빠르게 많이 바뀌었어요. 이런 다양성은 맥주 시장 안에서 구현될 줄 알았는데 이제는 위스키나 와인 그리고 전통주 분야까지 확장되었죠. 코로나로 회식 자리가 아닌 집에서 각자 원하는 술을 골라 편하게 마실 수 있게 됐어요. 코로나가 이런 현상을 두 배는 빠르게 앞당긴 거죠. ‘강압적인 술 문화를 바꾸고 각자 다양한 술을 마셔봅시다’라는 메시지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 같고요. 이제 다음 챕터가 필요한 것 같아요. 점점 고도화되는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선보여야겠죠. 지금까지 폭을 넓혀왔다면 이제는 선택과 집중, 깊이를 다져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요. 정말 좋은 맥주는 이런 맛입니다, 정말 맛있는 하이볼은 이런 맛입니다. 이런 걸 알려주려면 뭘 해야 할지 고민이죠.

– 이제 슬슬 10주년을 준비하실 것 같아요.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가 생각하는 다음 챕터는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수제맥주계의 폭을 넓혀 왔다면 이제는 선택과 집중을 하려고 해요. 가장 큰 목표는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의 ‘히트작’을 만드는 것. 저는 수제맥주 시장이 아닌 맥주 시장에서 1등을 하고 싶어요. 지난 1년 넘게 R&D를 했던, 공을 많이 들인 맥주가 6월에 선보일 예정이에요. 지금까지는 여러 가지 향과 재료들을 섞고 매칭해 개발해 왔다면 정말 맛과 퀄리티를 잡은 맥주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보자는 것이죠. 새로 나올 맥주의 목적은 명확합니다. 4캔에 만 천원, 수입 맥주보다 더 맛있기 때문에 자신 있게 도전장을 내밉니다. 수입맥주와 맛을 비교해 주세요!

글 이소진 수석 기자·콘텐츠 리드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샘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