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17

오느른의 시골 살이를 엿보다

동네 주민이 함께 품은 갤러리 겸 카페.
전북 김제의 115년 된 폐가를 고쳐 사는 MBC PD의 이야기, 유튜브 ‘오느른'이 갤러리를 겸하는 오피스 카페를 열었다. 피아노 교습소로 쓰이던 오느른 팀 사무실의 한 켠을 ‘어른이(오느른 채널 구독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 내부와 집기는 가구 브랜드 ‘언커먼하우스'의 정영은 대표가 디자인했다. 개관 전시는 화가이자 중앙대 한국화과 교수인 김선두 작가가 포착한 김제의 풍경을 모은 <하나씨와 봄>이다. 하나씨는 할아버지의 전라북도 방언.

 

김제에 뿌리내린 로컬 문화 공간을 만든 건 오느른을 지켜봐 준 이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다. ‘오느른’을 운영하는 MBC M드로메다팀 최별 PD는 “구독자 2천 명을 넘기면 저희 집에 초대하겠다는 약속을 드렸는데, 지켜봐 주시는 분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다음을 기약했죠. 마음에 부담을 갖고 방법을 고민하다 잠시라도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게 됐습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초록색 타일과 은은한 컬러의 가구로 꾸며진 공간은 가구 브랜드 ‘언커먼하우스’ 정영은 대표가 디자인했다. 언커먼하우스는 가구단지로 잘 알려진 일산에서 오랜 시간 가구를 만들어 온 부친과 딸이 운영하는 로컬 디자인 브랜드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오느른 카페와의 협업은 그 의미를 더한다. 집기는 브랜드가 카페에 무료로 대여한 것이다. 정영은 대표는 “낡은 상가 내부를 말끔하게 정돈해 ‘시골 카페’에 대한 예상을 기분 좋게 빗겨가면서도 갤러리 카페라는 특성을 고려해 공간이 작품을 가리지 않는 선에서 디자인을 절제했다”고 설명했다.

뉴트럴한 컬러의 집기는 작품을 위한 좋은 배경이 된다.
오래된 건물의 흔적을 일부 남겨두기도 했다.

 

한편 카페 곳곳에는 오느른의 김제 살이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는 기획이 숨어 있다. 김선두 작가가 그린 동네의 모습을 담은 개관전은 그 일환이다. “오느른 하우스에는 작가의 방이란 별채가 있는데, 김선두 작가가 일주일간 머물며 제 동네친구 1호인 할아버지와 마을의 봄 풍경을 그려 주셨습니다. 카페의 방문객들이 그림을 통해 영상에서 봤던 시골살이를 잠시나마 경험하실 수 있길 바랐죠.”

 

방문객이 식기를 정리할 부엌.

 

또한 카페에선 다회용기를 사용해 방문객이 사용한 식기를 직접 설거지해야 한다. 언뜻 독특해 보이는 이용 수칙에는 누구도 궂은 일을 대신 해주지 않는 시골살이의 일면과 환경에 대한 마음이 담겨 있다. “시골에 내려와 느낀 가장 큰 차이점은 제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그대로 눈에 보인다는 것이었어요. 서울에선 택배 포장재도, 방금 쓴 물도 모두 눈앞에서 금방 사라지지요. 하지만 이곳에선 제가 움직이지 않는 한 쓰레기들이 집앞에 그대로 쌓이고 생활용수가 집앞 또랑으로 흐르는 게 보여요. 자연스럽게 환경에 대한 생각이 커졌습니다.”

동네 주민은 물론 오느른의 김제 살이를 가까이서 엿보고 싶은 이들을 위해 카페는 무료로 운영된다. 다만 먼 길을 온 방문객이 여유롭게 공간에 머물 수 있도록 동네 주민・테이크아웃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방문 예약을 받는다. 방문 예약은 카카오톡 onulun_official.

 

 

유미진

자료 협조 언커먼하우스

장소
오느른 오피스 카페 (전라북도 김제시 죽산면 해학로2)
링크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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