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유리 공예가 자크 그루 버(Jacques Grüber)는 외부 환경에 따라 하루 종일 변하는 자연광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뿐 아니라 강렬한 색으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고자 청록색에서 주홍색까지 다채로운 컬러의 스테인드글라스를 고안했다. 단순히 예쁜 지붕을 넘어서 마법처럼 황홀한 분위기를 선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철공 작업은 에두아르 솅크(Edouard Schenck)가 맡았으며, 전체적인 돔 작업은 1912년 6월부터 10월까지 약 5개월간 계속됐다. 건물이 완성되고 나서 수많은 이들이 백화점으로 몰려들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당시 사람들은 거리보다 높은 고도에 위치한 옥상 테라스의 공기가 훨씬 더 깨끗하다고 여겼으며, 탁 트인 도시 전망과 함께 신선한 공기를 마시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전해진다. 안타깝게도 제2차 세계 대전 중 스테인드글라스는 철거되었고 이후에는 흰색 창으로 교체되었다.
건물이 완공된 후로 무려 111년이 지난 오늘, 자크 그루버의 최초 디자인처럼 갤러리 라파예트의 돔은 다시 컬러풀한 활기를 되찾았는데, 그곳에 한국의 김수자 작가가 있다. 김수자의 <호흡(To Breathe)>은 갤러리 라파예트의 상징이자 건축적 유산인 유리 돔에 특수 필름을 적용해 자연광을 무지개 색으로 변환하고 퍼지게 한다. 이 독특한 무지갯빛은 사람들이 공간을 이동할 때마다 함께 움직이며 그 강도나 방향이 시시각각 변화해 신비롭고 몽환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이처럼 찰나의 순간에 바뀌는 빛은 김수자 작가가 강조하고자 한 ‘빛의 덧없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작가는 매일 전 세계에서 십만여 명의 방문객을 맞이하는 북적이는 공간에서 사람들이 빛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사색적이고 명상적인 환경을 조성하고자 했다. 날씨에 따라, 또 시간이 흐름에 따라 빛에 반응하는 살아 움직이는 작품인 <호흡>은 그녀 작업에 중심이 되는 무위, 즉 논두잉(non-doing)과 논메이킹(non-making)의 개념을 반영한다. 여기에서 논두잉과 논메이킹이란 어떠한 것을 만들거나 조작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본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작품의 설치를 위해 12일 동안 660개 판유리로 총 1,000㎡의 표면을 뒤덮었다는 후문이다. <호흡>은 기존의 건축물을 성찰하고 승화시켰다는 사실 외에도, 한 세기 이상 시대를 초월해 과거와 현재를 섬세하게 연결하고, 기념물이 간직한 역사적인 기억을 되찾는다는 의미도 지닌다.
김수자 작가는 “갤러리 라파예트 내부에서 돔을 처음 바라보았을 때 그 웅장하고 눈부신 아름다움에 깜짝 놀랐습니다. 아마도 내가 본 유리 구조물 중 가장 아름다운 돔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술가로서 그 완벽함에 흥미를 느꼈고, 동시에 내가 이곳에 무언가를 추가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예상했지요. 이와 더불어, 수많은 방문객들과 여러 상점에서 만들어내는 시청각적 소음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작업을 위해 돔과 돔 사이의 테라스 공간을 확인했을 때, 옥상과 연결된 이 독특한 공간을 대중에게 개방하고 활성화시키면 좋겠다고 판단했어요. 이로써 사람들이 주위 환경을 인식하며 복합적이고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라고 소개했다. 또한, “1984년 방문한 이래로 사랑해 온, 매혹적인 도시 파리에서 <호흡>을 선보이게 되어 기쁩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1957년 대구 출생으로 서울과 뉴욕을 기반으로, 전 세계에서 러브콜을 받는 김수자 작가는 퍼포먼스, 비디오, 사진에서 직물, 조명, 소리를 활용한 설치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매체를 넘나들며 활발히 작업하고 있다. 1998년 제24회 상파울루 비엔날레와 2013년 제55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한국을 대표한 바 있다. 2006년 스페인 마드리드의 크리스털 팰리스(Crystal Palace) 커미션을 계기로 시작된 <호흡> 시리즈는 퐁피두 메츠 센터(2015), 리움 미술관(2021) 등에서 소개되며 때와 장소에 따라 늘 새로움을 전하며 호평받았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예술가가 완성한 아이코닉한 유리 돔과 함께하는 친밀한 빛의 경험은 오는 6월 30일까지 가능하다.
설립 테오필 반 데르
건축 페르디낭 사누
유리 돔 자크 그루 버
참여 작가 김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