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형태의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모든 세대가 문을 닫을 수 있는 ‘붙박이식 침실’을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각각의 집에 컬러 포인트를 줘 시선을 그쪽으로 집중시키고 나머지 공간은 내추럴하게 인테리어 했다. 침실이 있는 붙박이장은 답답하지 않게 원형으로 천공이 되어 있어 안과 밖을 은은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자세하게는 보이지 않아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다. 그리고 밖의 빛이 들어와 그 안에 있어도 무섭거나 답답한 느낌이 없도록 디자인 했다.
매트리스 뒤쪽으로는 3단의 넉넉한 벽 선반을 설치해 책이나 작은 소품들을 올려 둘 수 있도록 했고 책을 볼 수 있는 독서 등도 매립되어 있어 이 안에서 잠만 자는 것이 아니라 아늑하게 프라이빗 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또한 누군가 집에 방문했을 때, 나의 침실의 문을 닫아 둘 수 있다는 것이 원룸 같은 구조의 아파트에서 크나큰 장점이 될 것이다. 그리고 침실을 이용하지 않는 낮 시간에 침대가 시야에 있지 않도록 깔끔한 인테리어를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그 바로 앞에 소파와 공용 공간이 있어도 괜찮도록 디자인 했다.
침실 외의 공간에도 역시 컬러 포인트들을 많이 배치하였다. 핑크 컬러의 창호와 빛 바랜 오렌지 컬러의 커튼, 쨍한 컬러의 테이블 의자 등 좁은 공간이지만 마치 레고로 만든 집처럼 다양한 컬러가 사용되었다. 자칫 좁아 보일 수 있겠지만 전부 파스텔 톤으로 어우러지게 배치해 유쾌하고 활기찬 분위기를 만든다. 모든 수납장은 천장에서부터 바닥까지 전부 활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으로 디자인 했다. 또 침대 공간을 포함한 모든 도어를 견고하게 하기 위하여 강철로 제작되었다. 하지만 너무 삭막해 보이지 않도록 천장은 콘크리트 그대로이되 바닥은 우드로 마감하였다. 그래서 밝은 벽과 천장, 바닥에 대비되는 컬러풀한 박스형 주방, 침실, 붙박이 장이 더욱 돋보인다.
개별 세대 외에도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공동 작업 공간들이 존재한다. 일명 ‘커뮤니티’라고 불리는 공용 공간인데 이 곳에서 작업, 요리, 놀이, 모임 등을 할 수 있다. 이 공간은 처리 되지 않은 콘크리트 천장을 가지고 있고 바닥은 옅은 라미네이트로 처리되었다. 세대보다 더욱 짙은 컬러의 소파가 무게감을 가지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와 많은 좌석들이 있다. 제2의 거실과 같은 편안함과 통일성이 있다.
TV가 있는 큰 가구 4개가 가벽 역할을 하여 큰 공간을 네 개의 공간으로 나누어 각각의 거실을 만들고 있고 하지만 모두 연결되어 있어 개방감과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 세대와 마찬가지로 파스텔 톤의 문과 창틀, 은은한 컬러의 커튼들은 각 세대와의 통일감을 주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는 세대보다 더욱 다양한 재료가 사용되었는데 대나무, 우드, 골판지 강판, 유광 세라믹 타일 및 테라조까지 지루하지 않은 유니크함으로 더 오래 머물고 싶은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옥상의 파빌리온에는 청록색의 유광 타일로 만들어진 아일랜드식 주방과 레드 컬러의 식탁이 있는 공용 요리 스튜디오가 있다. 이 공유 주방에서는 주변 스카이 라인을 감상하며 요리하고 함께 만든 요리를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렇게 공유 주방을 아래 층이 아닌 옥상에 배치한 것도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한다. 만약 아래 주방이 있었더라면 모두 음식을 싸가지고 옥상에 와서 전망을 즐기려 했을 것이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소형 임대 아파트’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는데 이렇게 돌아보니 우리나라와 사뭇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임대 아파트의 경우 효율적일진 몰라도 색다른 인테리어를 도입하기 보다 최소한의 깔끔하고 무미건조한 화이트 인테리어를 선호하는 것 같다. 오히려 월세 100~150만 원에 달하며 요즘 인기가 있는 코리빙(Co-Living )공간들의 경우, 이런 비슷한 인테리어를 하고 있다. 그래서 MZ 세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아파트에도 비슷비슷한 인테리어가 아닌 그 아파트만이 가지고 있는 개성이 있는 인테리어를 선보이는 단지가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글 이민경 객원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