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14

한층 더 짙어진 감정의 모양, 김참새 개인전

작가 김참새의 여섯 번째 개인전 〈Fatigue of effect 영향의 피로〉
매 순간 경험하고 느끼는 감정이 다채로운 색상과 질감으로 표현되기까지의 '영향'들, 〈Fatigue of effect 영향의 피로〉

지난 6일 김참새의 여섯 번째 개인전 <Fatigue of effect 영향의 피로>가 갤러리 ERD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En moi, au fond de moi -내 안에 나, 그안에 나-》, 2020년 갤러리 이알디 부산에서 열린 개인전 《Dedans》 이후 갤러리 ERD와의 세 번째 만남으로 ‘Nothing’ 시리즈와 ‘가면’ 시리즈 22점을 만날 수 있다.

작가 김참새는 지난해 열린 다섯 번째 개인전 <COLLISION : ANXIETY>에서 인물의 시선을 측면으로 두며 ‘우리가 바라보는 방향이 과연 정면이 맞는지’, 또 ‘내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과 당신이 바라보는 방향 그 어떤 게 옳은 방향이고 틀린 방향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화두를 던진 바 있다. 기쁨과 희망 그리고 작가 고유의 순수함이 가득 묻어나는 그림 속에서도 정면을 바라보지 못하는 인물과 동식물을 통해 어딘가 불편한 시선을 내비치었다. 이를 두고 그는 자신의 삶 속에서 직접 경험한 깊은 불안을 화폭에 옮겼다 말한다.

ⓒdesignpress
전시 전경 ⓒ갤러리ERD ​

서로의 눈을 마주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은 어딘가 고달프고 서럽다. 희미하고 무뎌진 관계 속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는 일은 어느덧 피로가 되어 돌아오는 썩 유쾌하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조금씩 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아갈 순 없을까.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작가는 자신의 일상을 통해 여러 가지 상황을 경험하고 습득하며 형성된 이미지와 형상 그리고 감정을 직접적이고도 간접적으로 자신의 무의식 속에 저장했다. 그렇게 내면에 누적된 감정을 이번 전시 〈Fatigue of effect 영향의 피로〉를 통해 가감 없이 표출한다. 이전 작업과는 다르게 보다 두텁게 쌓아 올린 물감 그리고 그 물감의 표면을 거칠고 투박하게 치켜올린 질감까지. 다양해진 표현과 색상의 향연은 마치 그의 복잡한 마음 갈래를 표현하는 듯하다.

MASK 1 oil on wood 65 x 45 cm 2023 ⓒ갤러리ERD ​
MASK 2 oil on wood 45 x 45 cm 2023 ⓒ갤러리ERD
MASK 3 oil on wood 65 x 35 cm 2023 ⓒ갤러리ERD
MASK 6 oil on wood 75 x 40 cm 2023
MASK 7 oil on wood 75 x 40 cm 2023
ⓒ갤러리ERD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배려와 예의를 갖추기 위해 본연의 모습을 감추고 살아간다. 심지어 스스로도 내가 누구인지, 정말 어떤 사람인지 모른 채 살아가기도 하는 것처럼. 이러한 작가의 생각에서 비롯되어 탄생한 ‘가면’ 시리즈는 처한 상황에 따라, 마주 보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개의 가면을 바꿔 쓰며 살아가는 우리의 얼굴과 표정을 표현했다. 그리고 그 가면을 실제 내 모습이라 믿기도, 믿지 못하게 되기도 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 바로 ‘가면’ 시리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가면’ 시리즈 신작 두 점은 벨라스케스와 마네의 초상화를 오마주하여 작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그 앞에서 솔직할 수 있었을까’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김참새 작가 인터뷰 중-

〈Fatigue of effect 영향의 피로〉 전시 전경 ⓒ갤러리ERD
'Nothing' 시리즈 ⓒ갤러리ERD

김참새 작가가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Nothing’ 시리즈 역시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 ‘Nothing’ 시리즈는 작가가 매 순간 경험하고 느끼는 감정 속에서 다양한 모양을 형상화하고 다듬어 캔버스에 담아냈다. 작가는 여러 질감으로 감정이 올라오기까지의 ‘영향’들을 켜켜이 쌓아 올리는 작업을 하였는데, 다양한 컬러와 패턴은 감정을 표현하기에 좋은 직접적인 수단이 되어주었다. 내면에 떠다니는 무수한 감정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색으로 발산했는데, 단순한 원색을 거쳐 지금의 다양한 컬러가 캔버스에 담기게 되었다.

〈Fatigue of effect 영향의 피로〉 전시 전경 ⓒ갤러리ERD

여섯 번째 개인전을 오픈하며 이번 전시가 그에게 가지는 의미와 보다 깊어진 감정의 폭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작가 김참새가 직접 들려주는 〈Fatigue of effect 영향의 피로〉이야기.

ⓒkimchamsae

어느덧 여섯 번째 개인전입니다. 이번 〈Fatigue of effect 영향의 피로〉 전시는 작가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지난 개인전의 주제에서 조금 더 깊이 들어가게 되었어요. 제가 고민하고 있던 모든 것들이 결국 어떠한 영향에서 비롯된 것이지 않나 라는 생각에서 출발이 되었습니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하루하루 수많은 영향들이 자의든 타의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내면에 켜켜히 쌓이게 되고 그 영향들 중에도 좋은 영향이 있는 반면 피로한 영향들이 있고요. 그렇게 주제를 더 깊게 들어가게 된 전시입니다.

(왼) 2022년 개인전 작품. B-3, 2022, 91 x 117 cm, Oil on wood ⓒdesignpress
(오) 2023년 개인전 작품. MASK 8 oil on wood 65 x 45 cm 2023 ⓒ갤러리ERD
(왼) 2022년 개인전 작품. B-6, 2022, 117 x 91 cm, Acrylic, Paper on wood ⓒdesignpress
(오) 2023년 개인전 작품. MASK 8 oil on wood 65 x 45 cm 2023 ⓒ갤러리ERD

작품 표면에 물감이 잔뜩 쌓인 두터운 질감에 유독 눈길이 갔습니다. 이전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거칠고 투박한 텍스쳐인데요. 이렇게 표현한 의도는 무엇인가요?

지난 전시까지는 장지*를 오래 불려 종이죽을 만들어 한 겹 한 겹 쌓아 올리고 물감을 올렸다면 이번에는 물감을 여러 차례 쌓아 올린 후 건조되기 직전 지금의 순간을 작업으로 기록했어요. 이러한 작업 방식을 사용한 이유는 자신도 모르게 수많은 영향을 받아 형성된 지금 이순간에 대해. 즉, 눈에 보이지 않는 과정들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 결과입니다.

*장지 : 2-3겹 붙여 만든 두껍고 질긴 종이

2022년 개인전 〈COLLISION : ANXIETY〉은 ‘충돌과 불안’이 주제였지만 그 안에는 ‘기쁨과 희망’이라는 감정을 함께 엿볼 수 있었어요. 이번 작품들은 보다 더 예민하고 섬세해진 느낌을 받았습니다. 감정 폭도 더욱더 깊고 넓어진 것을 목격했고요.

그림은 거짓말을 못 하잖아요. 제가 고민하는 것들이 작품에 거울처럼 반영이 되는 것 같아요. 이번 작품들도 지난 전시 이후 제가 고민하고 느꼈던 변화들이 모두 기록이 되어있습니다. 전체적으로 편안하게 바라보다 보면 각자가 느껴지는 감정선이 있으실 겁니다.

앞선 전시에서 인물과 동식물의 시선을 측면으로 두며 ‘과연 우리가 바라보는 방향이 정면인가?’라는 화두를 던지셨죠. 이번 전시에서도 그러한 관점은 유지되고 있는 듯하고요.

지난 전시가 ‘우리가 바라보는 방향이 정면인지 이것이 맞는 것인지 틀린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그 앞에서 솔직할 수 있었을까’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기에 여러 가지 상황과 영향들을 받아들이며 마주하는 모습을 상상했고요. 그 상상 속 인물들을 그려내며 작업했습니다.

MASK(esquisse) _ UV print on Paper_가변설치 ​

이번에 유독 ‘MASK(esquisse)’ 작품이 눈에 띄었어요. UV 프린트로 작품을 프린트해 전시하였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앞서 언급했던 상상 속 인물들의 첫 시작이었던 아이디어 스케치들이에요. 여러 영향으로 인해 나타난 내 안의 여러 얼굴을 아이디어 노트에 그려놨던 스케치들인데요. 가면 같은 얼굴들이 결국 가짜인지 진짜인지 모르겠는 궁금증에서 파생되어 프린트물로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프린트라는 작업방식도 사실 진짜인지 가짜인지 잘 모르겠는 결과물이니까요.

지금까지 개최했던 여러 전시에서 작품과 음악을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설치 작품을 선보이셨어요. 이후 음악 외에도 작가님의 작품과 접목하여 도전해보고픈 영역이 있다면요?

사운드 아트가 제 설치 작업에 중요한 부분이라 꼭 사운드 아트를 함께 작업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영역은 더 깊어진 사운드 아트로 발전하는 것과 더불어 키네틱 아트(Kinetic Art)가 있어요. 사실 지난 전시 때 키네틱을 선보이려 했었는데 시간적인 문제로 포기를 했었어야 했던 부분이 아쉬웠어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설치 작품에서 꼭 선보이고 싶은 영역입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2023년의 계획은요?

아트 부산(Art Busan)에 참여합니다. 두 권의 책 원고를 쓰는 중이고, 크고 작은 협업을 준비중이에요. 잘 마무리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영 기자

자료 제공 김참새, 갤러리ERD

프로젝트
<영향의 피로(Fatigue of effect)>
장소
갤러리ERD
주소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 13가길 25
일자
2023.04.06 - 2023.04.30
시간
10:00 - 19:00
(매주 월, 공휴일 휴관)
하지영
에디터가 정의한 아름다운 순간과 장면을 포착하고,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세상에 선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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