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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3

100년의 인테리어 그리고 미래의 쉘터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x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홈 스토리즈>
"당신은 어떤 집에서 어떻게 살고 싶나요?".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의', '식', '주' 중에서도 거주 공간, 즉 집은 시대를 불문하고 인간의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대에 따라, 또 환경에 따라 그 형태와 가치가 변해 온 집을 이야기하는 전시가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에서 열리고 있다. 바로 <홈 스토리즈>가 그 주인공이다.
전 전경 (사진 제공. 현대자동차)

오는 10월 1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디자인의 힘(Design to live by)’라는 콘셉트를 지닌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과 독일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이 함께 선보이는 두 번째 전시이다. 앞서 현대 모터스튜디오는 2022-23년도 연간 전시 주제인 ‘쉘터(Shelter)’ 아래 주거 환경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영감과 아이디어를 담은 전시를 소개해왔다. 이번 전시에 앞서 진행한 미래 세대의 지속 가능한 주거 솔루션을 제안한 전시 <해비타트 원(Habitat One)>이 대표적이다. 전시 <해비타트 원>이 건축과 디자인 그리고 생명 공학이 어우러져 건축과 환경의 상호 작용을 고민했다면, 전시 <홈 스토리즈>는 시대와 환경에 따라 달라진 인테리어 디자인에 보다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대 모터스튜디 부산 외관 (사진 제공. 현대자동차)

전시는 크게 세 가지 구성을 지닌다. 먼저 미래 쉘터가 될 모빌리티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아이오닉 콘셉트카 세븐으로 시작한다. 이어서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이 소개하는 지난 100년의 주거 문화와 인테리어 디자인 진화 과정을 살펴본다. 마지막으로는 영국과 일본을 오가는 듀오 디자이너 그룹 스튜디오 스와인(Studio Swine)의 신작 ‘흐르는 들판 아래’를 만날 수 있다. 과거의 주거 문화와 디자인 그리고 미래 쉘터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각 전시 구성에 대한 소개와 이번 전시를 위해 부산을 찾은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사브리나 핸들러(Sabrina Handler) 부관장과 요헨 아이젠브랜드(Jochen Eisenbrand) 디자인 큐레이터와 나눈 이야기를 아래 소개한다.

Part 1.

이동 수단이 아닌 생활 공간으로,

아이오닉 콘셉트카 세븐 (SEVEN)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콘셉트카 세븐 모습 (사진 제공.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콘셉트카 세븐 실내 모습 (사진 제공. 현대자동차)

전시장 초입에 들어서면 자동차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콘셉트카 세븐(SEVEN)이다.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이는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거주 타입의 새로운 종류일지도 모른다. 미래 모빌리티는 더 이상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율 주행 기술에 힘입은 미래의 자동차는 무한하고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며, 나아가 새로운 생활 공간으로 확장한다.

 

아이오닉 콘셉트카 세븐의 내부를 살펴보면 그 말을 더욱 실감할 수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 앞 좌석과 뒷좌석의 전통적 구조는 사라졌다. 평평해진 바닥 구조 그리고 회전 라운지체어가 적용된 모습은 마치 실내 라운지를 연상케 한다. 그뿐만 아니라 모니터로 활용 가능한 천장 패널, 미니 냉장고, 신발 보관함까지 갖췄다. 이동과 주거 공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신개념 쉘터의 모습이다.

Part 2.

홈 스토리즈:

20개의 혁신적인 인테리어로 보는 100년의 역사

전 전경 (사진 제공. 현대자동차)

현대 모터스튜디오와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의 파트너십 전시 파트에서는 본격적으로 ‘거주 공간’과 ‘집’에 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전시는 2020년대부터 1920년까지 100년간 이어져 온 주거 환경을 네 가지의 시기로 구분하여 돌이켜 본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최근부터 과거까지 역순으로 전시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대게 어떤 대상의 발전이나 진화 과정을 살펴볼 때 시간의 흐름을 순서대로 따라가곤 하는데 이 전시는 그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아울러 주거 환경과 문화 그리고 인테리어 디자인에 혁신적인 변화를 야기한 아이디어 20개를 선별한 점도 눈길을 끈다.

전 전경 (사진 제공. 현대자동차)

200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주거 공간을 소개한 <자원으로서의 주거 공간> 섹션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경제성’과 ‘효율성’이다. 기존 공간에 새로운 목적성을 부여하고, 또 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집중한 사례를 만날 수 있다.

 

스페인 건축사무소 엘리(Elii)가 디자인한 마이크로 아파트 요지겐 포케토(Yojigen Poketto)가 대표적이다. ‘4차원 주머니’라는 뜻의 요지겐 포케토는 좁은 면적에도 불구하고 L자형 구조로 메인 공간과 개인 공간이 분리되어 있다. 빌트인 가구와 컨버터블 가구를 활용해 부족한 수납공간이라는 제약을 효과적으로 해결했고, 두 공간 사이에 약 90cm의 단차를 두어 상대적으로 더 넓은 공간감을 연출했다. 이외에도 독일 건축가 아르노 브란틀후버(Arno Brandlhuber)가 디자인한 베를린의 ‘안티빌라(Antivilla)‘도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만날 수 있다.

전 전경 (사진 제공. 현대자동차)

이어지는 두 번째 섹션 <인테리어의 대격변>에서는 1960~80년대를 주도한 포스트모던 인테리어 디자인의 경향을 살펴볼 수 있다. 이는 앞서 오늘날 주거 공간을 ‘경제성’과 ‘효율성’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보며 가구, 패턴, 장식 등 디자인적 요소를 배제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멤피스(Memphis) 그룹의 디자인을 열렬히 추종해 온 칼 라거펠트가 몬테 카를로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 일종의 멤피스 디자인 쇼룸을 마련했는데, 외향적 가치와 디자인적 미감의 중요성이 대두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보다 앞선 세 번째 섹션 <자연과 기술>에서는 1940~60년대의 주거 공간과 문화 그리고 디자인을 조명한다. 특히 당시의 주거 공간과 인테리어 디자인에는 모더니즘의 개념이 반영되기 시작했으며, 무엇보다 자연이 공간에 유입되기 시작한 점이 특징이다. 이탈리아 출신의 여성 건축가 리나 보 바르디(Lina Bo Bardi)가 브라질 상파울루에 지은 집 ‘카사 드 비드로(Casa De Vidro)’가 대표적이다. 이는 이탈리아의 모더니즘을 브라질의 토양에서 재해석한 작품으로 언덕 위 10개의 기둥을 설치한 뒤 그 위에 유리 박스를 얹은 구조를 지닌다. 삼면의 통창과 중정 구조를 통해 초목과 자연을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끌어들여왔다.

전 전경 (사진 제공. 현대자동차)

마지막 전시 섹션 <모던 인테리어의 탄생>은 1920년부터 1940년까지의 주거 공간 변화를 소개한다. 제1차 세계 대전과 러시아 혁명의 여파로 주거 공간은 산업적이고 경제적으로 변모했다. 특히 효율성을 위해 표준화된 가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시스템 주방의 기원인 프랑크푸르트 키친이 대표적. 효과적인 수납장과 요리라는 부엌의 목적을 강조한 짧은 동선이 특징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디자인의 기능적 성질이 대두되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art 3.

흐르는 들판 아래,

스튜디오 스와인

스튜디오 스와인 '흔들리는 들판 아래'(2023) (사진 제공. 현대자동차)

192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역순으로 인테리어 디자인의 변곡점을 짚었다면 마지막으로는 스튜디오 스와인(Studio Swine)의 신작 ‘흐르는 들판 아래(Under a Flowing Field)‘(2023)를 만날 수 있다. 아즈사 무라카미(Azusa Murakami)와 알렉산더 그로브스(Alexander Groves) 듀오로 구성된 스튜디오 스와인은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콘셉트카 세븐의 친환경 소재와 미래 쉘터로서의 비전에 영감을 얻어 설치 작품을 제작했다.

 

특히 우주 99%를 차지하는 에너지원인 ‘플라스마’를 소재로 개발한 독자적인 기술 ‘에피머랄 테크(Ephemeral Tech)‘를 작품으로 구현했다. 공간으로 구현된 설치 작품은 짙은 푸른색으로 뒤덮여 있는데 이는 인간의 쉘터인 지구를 표현한 것이라고. 스튜디오 스와인은 이를 두고 건축가 버크민스터 풀러(Buckminster Fuller)가 지구를 “차가운 진공의 공간을 통과하는 지구라는 이름의 모빌리티”라고 언급한 것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한다. 때로는 비처럼, 때로는 바람처럼 흩날리는 에너지의 움직임을 작품 안에서 다채로운 감각으로 경험할 수 있다.

interviw with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사브리나 핸들러(Sabrina Handler) 부관장 & 요헨 아이젠브랜드(Jochen Eisenbrand) 큐레이터

(왼쪽부터 순서대로) 요헨 아이젠브랜드 큐레이터, 사브리나 핸들러 부관장, 스튜디오 스와인 알렉산더 그로브스 작가

—앞서 2021년에도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에서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과 파트너십으로 전시 <Hello, Robot>을 선보인 바 있다. 이전과 비교해 올해 전시를 진행하면서 달라진 점 혹은 전시 운영 및 협업 부분에서 개선된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사브리나 핸들러(이하 SH). 앞서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에서 소개한 <Hello, Robot>전시와 비교했을 때 주제의 앵글이 달라졌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번 전시가 사적 공간에서의 인테리어, 그리고 집이라는 주거 공간을 주제로 다루는 만큼 기존에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에서 소개해 온 전시 맥락의 성격과 보다 닮아 있다. 또한, 부산에서의 <홈 스토리즈>의 전시에서는 스튜디오 스와인과의 협업 그리고 아이오닉 세븐 콘셉트카와 연계한 점은 분명한 차이점이다.

Vitra Design Museum, Frank Gehry, 1989 ⓒVitra Design Museum, Foto: Thomas Dix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의 건축 및 공간 특징에 따른 제약은 없었는지도 궁금하더라.

SH. 이번 전시를 위해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에서 소개한 작품을 빠짐없이 가져왔다. 줄이거나 축소하는 것 없이 100% 전부를 소개한다. 오히려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건축한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에서 전시를 진행할 때 오히려 제약을 느끼는 편이다. 따라서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에서 성공적으로 전시를 선보였다면 세계 어느 공간에서든 전시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보통의 전시가 연대기 순으로 발전 과정을 보여주는 것과 다르게 이번 전시 <홈 스토리즈>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역사를 역순으로 보여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역순으로 보여준 이유가 있을까?

요헨 아이젠브랜드(이하 JE). 만약 과거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인테리어 디자인의 발전 과정을 순서대로 보여준다면 관객 입장에서 특정된 논리의 방향을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발전과 혁신은 차근차근 이루어지기 보다 어느 순간 번뜩 떠오르는 아이디어로 갑작스럽게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전시를 역순으로 배치함으로써 그 전환점들이 무엇이었는지를 분명하게 구분해서 보여주고 싶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요헨 아이젠브랜드 큐레이터, 사브리나 핸들러 부관장, 스튜디오 스와인 알렉산더 그로브스 작가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 100년간의 인테리어 디자인 아이디어 중에서 20개를 선별했다고. 이들을 선별한 기준은 무엇이었나?

JE. 전통적 인테리어의 기준과 수준에 부합하는 아이디어와 한편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작품성을 지닌 인테리어 디자인 아이디어를 선별했다. 서로 상반되는 두 가지 아이디어를 고루 선별해 균형 잡힌 전시를 보여주는 것이 주요했다. 건축가, 건축 디자이너, 아티스트, 인테리어 디자이너까지 모두 참여할 수 있는 무대가 되도록 말이다.

전 전경 (사진 제공. 현대자동차)

—이번 전시를 보는 관객에게 전시 관람의 팁을 주자면?

JE. 먼저 전시 동선은 순서대로 보는 것이 좋다. 곳곳에서 영상 작업도 만날 수 있는데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아울러 자신만의 홈 인테리어와 다른 이들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비교하면서 살펴보다 보면 또 다른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집’이라는 공간을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정의하는지도 듣고 싶다.

JE. 외부와 독립된 공간으로서 물리적으로 하나의 피난처이자 피난소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라 생각한다. 아울러 일상의 루틴을 해나가는 곳으로 그 어느 곳보다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전 전경 (사진 제공. 현대자동차)

—<홈 스토리즈>전은 총 네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그중에서도 애착을 가진 파트가 있었다면 무엇이었나?

JE. 1960-1980년대. 사회적 격벽과 혁명의 시대 속에서 전통적 기준과 규율을 벗어나 혁신적인 디자인이 탄생한 시기이다. 아울러 1920-30년대 인테리어 디자인도 주목할 만하다. 유럽의 경우 1차 세계 대전이 끝난 시점인데 모든 것이 파괴되었기 때문에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해야 했다. 새롭게 생각해야만 했기에 그간 볼 수 없었던 디자인이 구축될 수 있었던 시기이다.

전 전경 (사진 제공. 현대자동차)

—이번 전시를 보면서 이를 만드는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의 디자인 큐레이터는 어떤 역량과 자세를 갖춰야 하는지도 궁금해지더라.

SH.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의 디자인 큐레이터는 혼자서 일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대부분이 동료 큐레이터와 함께 협업해 일을 진행한다. 그렇기 때문에 동료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자세와 열린 마음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 아울러 하나의 전시를 만들 때 전체적으로 일관된 서사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대표되는 디자인 뮤지엄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 글로벌 디자인 뮤지엄으로 성장한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의 성공 비결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듣고 싶다.

SH.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한 실천들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의 목표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과 정보를 전수하고, 국제적 파트너와 관객에게 영감을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맥락에 맞게 다채로운 전시를 만들고 있다.

프로젝트
<홈 스토리즈>
장소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주소
부산 수영구 구락로123번길 20
일자
2023.04.06 - 2023.10.01
이정훈
독일 베를린에서 20대를 보냈다. 낯선 것에 강한 호기심을 느끼며 쉽게 감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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