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10

드로잉 아티스트부터 기타리스트까지

GARAMI, <조각난 조각>전
'GARAMI'라는 작가명으로 활동 중인 드로잉 아티스트이자 음악가 신가람의 개인전이 오는 4월 15일까지 현대미술회관에서 열리는 중이다. 경남 창원을 거점으로 활동해 온 그는 이번 전시에서 그간 음악을 만들고, 그림을 그려오며 자신이 보고, 듣고, 만난 모든 이야기를 다채로운 드로잉과 그림 작업으로 담아냈다.
전 전경
전 전경

과거 주택을 개조한 현대미술회관에는 총 세 개의 전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마치 초록의 정글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제1전시장에서는 그의 드로잉과 그림 작업을, 그 옆으로 붙어 있는 제2전시장에서는 작가 GARAMI의 흑백 드로잉을 만날 수 있다. 2 전시장 한 편에 작은 입구가 마련된 다락 전시장도 놓쳐서는 안 된다.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재개방 한 곳으로 공간의 구조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아울러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도가 달라져 그림과 공간의 분위기가 변하는 점도 매력이다. 마치 음악에도 전주, 클라이맥스, 후렴 등 타임라인에 따라 다른 음악적 구조가 있는 것처럼 그의 전시도 시간의 순서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현대미술회관 다락 전시장 모습

작곡가, 기타 연주자, 프로듀서, 드로잉 아티스트 등 다양한 페르소나를 지닌 작가 GARAMI에게 이번 전시에 대한 이야기부터 그림과 음악의 관계, 거주지이자 활동지 창원을 향한 애정, 그리고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와의 협업까지 물었다.

mini interview

아티스트 ‘GARAMI’
전 포스터 디자인 (디자인. 고등어 디자인 스튜디오)

—현대미술회관에서 소개 중인 이번 개인전 준비 과정이 궁금합니다.

평소 그려온 그림 조각들과 페인팅 작업, 그리고 새로운 그림을 추가해 공간을 구성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회관을 운영하는 기획자이자 작가인 정윤주와 작업의 단상을 주고받으며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드로잉으로, 음악으로, 두서없이 지난 몇 개월간 이야기를 나눈 결과물(아래)도 전시장에서 함께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제가 건넨 단어를 정윤주 작가가 배치하고 조합해 만든 짧은 글이고, 그녀의 기록 방식을 통해 남겨졌습니다.

<조각난 조각>

 

떠오른 얼굴
즐기는 악기들
그리운 여자의 형태

앉아있는 새
그러다가 날아오르는

추욱
처진 식물
활짝 핀 꽃
몽실몽실 구름
둥실둥실 음악들

모양을
그린다

불쑥
무엇을 그리는지
알 수 없게 될 때

잘려진 끝을 다독여
연결하고
연결한다

채워진 한 장

순간
손을 움직여 그리는 것인지

스윽

소리에 집중하기도 했다

연결한다
슬프게도
조각난 그림이 놓여있다

거미가 집을 짓는다
연속한다
이동하며 선을 긋는다

조각난
조각
조각난 조각

곰곰이 생각한다
도무지 정리되지 않은
길들여지지 않은

선들
연결된다

—한편, 작가 ‘GARAMI’에게는 또 다른 페르소나가 여럿 있더군요. 그중에서도 밴드 ‘엉클밥’의 기타리스트라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여전히 활동 중이신 거죠?

 

네, 엉클밥은 여전히 활동 중이에요. 최근 새로운 곡 작업과 공연 몇 개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Panema(작곡,기획 프로듀싱), PaperRiver(작곡,기획 프로듀싱,기타리스트), GREENVILLA(작곡,기획 프로듀싱,기타리스트) 에서도 활발히 음악 활동을 하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과 음악 활동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도 궁금합니다. 

 
음악은 저에게 그림을 그리는 행위만큼 흥미롭고 중요한 일이에요. 곡을 쓸 때는 대부분은 감각을 좇아가는데, 그림을 그리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음악을 만들 땐 이미지를 떠올려 작업에 반영하고, 그림을 그릴 땐 음악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머릿속 그림의 형태, 색, 구도가 음악의 멜로디, 리듬, 가사, 편곡 등과 교환되는 거죠.

'Wave' 시리즈

—특히 초록색 물결로 뒤덮인 그림이 인상적이었어요. 음의 파동을 표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던데. 어떤 작품인지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Wave> 시리즈에서 원시적 공간과의 소통을 물의 파장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녹색은 엄마의 품과 같고, 물은 치유와 안정감, 파장은 곧 이들을 이어주는 매개체의 역할을 합니다. 이번 전시 <조각난 조각>은 저의 그림 모음이자 음악의 시각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어요. 만약 제 음악을 들어본 분이 계신다면, 이 전시를 통해 음악을 이미지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조각난 조각' 전시 전경

—이번 전시는 부산에서 했지만 주로 활동하시는 곳이 경남 창원이시더라고요. 그만큼 창원이라는 도시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시다고 들었어요.

 

태어나 자란 곳에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건 기쁜 일이죠. 표현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이곳에 있거든요. 지금 살고 있는 동네 창원 사파동을 가장 좋아해요. 조용해서 음악 작업하기에도, 또 그림을 그리기에도 좋아요. 산도 보이고, 산책하기에도 너무 좋은 곳이죠.

—작가님의 하루 일과도 궁금합니다. 앞선 이야기를 들으면 치열하고 바쁘기보다는 음유 시인의 여유로운 하루가 떠오른달까요.

 

눈뜨고, 밥 먹고, 샤워를 하고, 커피를 한 잔 내려 마시면서 늦은 시간까지 그림과 음악 작업을 합니다. 중간중간 친구와 통화도 하고요. 글쎄요. 심심하고 별일은 없지만 오히려 그래서 저는 제 하루가 좋아요.

GARAMI의 흑백 드로잉도 만날 수 있다.

—작가님의 드로잉 작업을 들여다보면 세부적인 요소가 잘 표현되어 있어요. 그만큼 시간이 꽤 걸리는 작업이지 않을까 싶더군요. 드로잉 작업을 완성하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나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하루에 드로잉 다섯 장을 작업했어요. 그리기 즐거운 그림은 그래도 빠르게 그려지는 것 같아요. (웃음)

—노르웨이 밴드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Kings of Convenience)의 멤버 얼렌드 오여(Erlend Øye)와 인연이 남다르시다고요. 그들의 투어 포스터 작업을 해오시고 계시잖아요. 그와 함께 작업하는 과정은 어떠한지, 또 서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과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거워요. 얼렌드로부터 따뜻한 인사와 함께 투어 지역의 분위기가 담긴 사진, 그리고 종종 영감이 될 음악을 이메일로 받아요. 이를 바탕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세세한 부분은 서로 이야기 나누며 마무리하죠. 일을 하는 내내 느낀 건 얼렌드는 그가 만든 음악만큼이나 섬세하고, 다정한 사람이라는 거예요.

—올해 같이 협업 해 보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누구일지도 궁금하네요.

 

이제는 함께 할 수 없겠지만. 브라질 보사노바의 선구자였던 음악가이자 연주자 주앙 지우베르투(joao gilberto)의 공식 비디오를 저의 그림으로 작업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포스터 디자인 고등어 디자인 스튜디오

발행 heyPOP 편집부

자료 제공 현대미술회관

프로젝트
<조각난 조각: GARAMI 개인전>
장소
현대미술회관
주소
부산 수영구 망미번영로85번가길 9
일자
2023.03.23 - 2023.04.15
헤이팝
공간 큐레이션 플랫폼, 헤이팝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과 그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와 브랜드에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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