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좋은 트렌드 소식을 엄선하여 받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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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31

커피 브랜드가 디자인으로 소통하는 방법, 버치 ③

뉴욕 로컬 커피 로스터스 '버치'의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철학
ⓒBIRCH

버치 운영에 필요한 모든 디자인은 어떤 디자이너와 작업이 이루어지나요?

Jeremy 버치의 모든 디자인은 현재 폴의 처남 다니엘 존슨(Daniel Johnson)이 도맡고 있어요. 본업은 따로 있는 친구인데 오랜 시간 로고 디자인부터 굿즈, 집기, 종이컵, 냅킨 등 모든 작업을 함께 했고요. 디자인에 관한 건 저랑 다니엘 둘이서 의논하곤 하는데, 디자인으로 고객에게 어떻게 말을 걸 수 있을지 그 부분을 가장 고민해요. 커피를 테이크아웃해 사무실 자리로 돌아갔을 때 무심코 내려다 본 커피 컵에 ‘Birch Love’s 홍길동’ 라고 쓰여 있는 걸 보면 기분이 좋지 않겠어요?(웃음) 버치와의 추억 혹은 연대가 조금이라도 생겨나길 바라며 지금과 같은 테이크아웃 전용 컵 디자인을 만들게 됐어요. 테이크아웃 전용 컵뿐만 아니라 머그잔에도 이러한 문구를 숨겨 놨어요. 음료를 다 마시고 나면 잔 밑바닥에 ‘Birch Love’s You’가 나타나죠. 어떤 분은 그러더라고요. 버치는 사랑 고백을 너무 많이 한다고요. 화장실에 갔더니 화장실에도 ‘Birch Love’s You’를 써 놨다면서 버치의 사랑 고백의 끝이 어디냐고 하더라고요.(웃음)

음료를 어느 정도 마셔야 마주하게 되는 숨겨진 메시지. ⓒBIRCH ​
'Birch Loves You' 메시지는 쿠폰에서도 만날 수 있다. ⓒBIRCH
냅킨 디자인까지 고객과 소통하는 도구로 사용했다. ⓒBIRCH

카페를 운영하면서 노출되는 전반적인 부분의 디자인에 상당한 심혈을 기울이신다고 들었어요.

Jeremy 저희는 디자인을 통한 교류를 매우 중요시 생각해요. 매장에서 만나는 서비스뿐 아니라 디자인을 통해 버치의 경험을 밖에 나가서까지도 확장할 수 있기를 바라고요. 테이크 아웃 전용 컵 디자인에 메시지를 담음으로써 저희를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할 테고, 소셜미디어에 올릴 때에도 새로운 콘텐츠로 만들기에도 좋죠. 디자인을 이용해 고객과 지속적이고 탄탄한 교류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항상 디자인에 고민을 많이 하는 것이고요. 고객의 경험을 디자인을 통해 셋업 하는 것이죠. 저희한테는 워딩도 굉장히 중요해요. 그래서 ‘Birch Loves You’와 ‘Don’t Worry Birch Coffee’도 탄생한 거죠. 또 예전에는 독특한 냅킨을 제작했었어요.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며 지루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틱택토(tic-tac-toe) 보드와 도트(Dots) 게임을 넣기도 했어요. 아무 의미 없이 그냥 카페 로고만 넣은 냅킨보다는 그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했죠. 혹은 엄마, 아빠가 잠시 커피 타임을 즐길 동안 아이들이 잠잠히 냅킨 게임을 할 수 있기를 바라기도 했고요.(웃음)

Jayson 온라인 숍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저희가 자체 제작한 박스에 담아 발송되는데, 박스 겉면에 스티커로 QR 코드를 삽입해 두었어요. 그걸 스캔하면 매일 새로운 문구를 받아볼 수 있도록 했고요. 박스에 QR코드를 삽입하게 된 계기는 저희가 원래 박스 안에 손글씨로 고객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재미있는 문구를 써서 보냈거든요. 코로나19 때 사람들이 이 메시지 카드를 사람들이 꽤 좋아해 주었어요. 그래서 아예 박스에 프린트를 하기로 한 거죠. 온라인에서 버치 제품을 구매하면 느낄 수 있는 재미 요소가 하나 더 생긴 셈이죠. 그렇게 또 SNS에 올리면서 버치와 교류를 하게 되고요. 커피를 볶고, 내리고 서브만 하는 기업이 아니라 교류하고 소통하고 다가가는 주체가 되고 싶은 바람이에요. 고객의 삶에 유쾌한 일원이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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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으로 만들어가는 고객중심경영 그리고 유대

Customer-centered management and bonding through design

 

테이크아웃 컵 디자인 하나로 고객들 스스로 버치와의 유대 관계를 만들어 간다. ⓒBIRCH OFFICIAL INSTAGRAM

버치에게 디자인은 단순히 보여지는 패키징의 의미, 그 이상이다.

직접적인 소통 외에도 실제로 마주하지 않는 곳에서까지도 간접적으로 고객에게 말을 걸고,

소통을 시도하기 위해 카페의 집기부터 외부로 반입하는 테이크아웃 컵, 택배 박스까지 그 모든 것에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응용했다.

디자인에 함께 들어가는 메시지 또한 매우 명확하고 진정성이 담겨있다.

그래서 비록 이 모든 것이 마케팅의 일환일지라도 고객은 버치에서 마주한 긍정적 경험을 통해

오랜 시간 곁에서 함께 하며 지지해 주는 일반 고객 그 이상으로 자리하게 된다.

고객 경험은 최고의 마케팅이며 아주 사소한 디테일 하나로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이는 앞서 제레미가 언급했던 ‘사람을 위한 커피’와도 맞닿는 지점으로,

맛과 서비스 그리고 디자인 이 세 가지 요소를 통해 고객중심경영을 펼치는 좋은 사례다.

 

버치의 여러 매장을 가보았지만 공간에 따라 각기 다르게 다가오는 에너지와 풍경 속에서도 변치 않는 버치의 고유한 톤앤무드를 느껴요. 공간 디자인을 할 때 일관되게 가져가는 요소가 있다면요?

Jayson 얼반(Urban), 러스틱(Rustic). 이 두 가지가 버치의 시그너처 공간 무드로 가져가되 매장이 위치한 동네의 무드에도 결을 맞추죠. 소호 매장은 파스텔 톤 그리고 화이트 컬러로 밝은 톤의 매장을 완성했고, 소호(Soho) 매장은 쇼핑하는 여성들이 많기 오기 때문에 블랙 컬러와 고가구를 많이 사용했어요. 지금 콜럼버스 애비뉴 매장 한쪽 벽면에 구리 프레임의 거울이 서너 개 걸려있는데 플랫 아이언 매장을 폐점하며 그곳에 있던 구리 창틀을 떼어온 거예요. 버려질 뻔한 자재를 활용해서 새로운 매장의 아이덴티티를 심어주는 작업들이 많아요. 그리고 62번가 매장 천장도 오래된 목재인데 처음 들어올 때부터 있던 나무 천장을 뜯지 않고 그대로 살려두었어요. 서울점은 기존 벽면에 칠해져 있던 페인트만 살짝만 걷어내고 거의 그대로 사용했어요. 최대한 원래의 모습을 유지하되 버치 감성을 조금씩 가미하려 했고, 여기에 있는 책장도 이전 주인분이 한쪽 구석에서 사용하던 낡은 책장을 그대로 쓰고 있는 거예요. 이러한 방식들로 얼반과 러스틱의 요소를 조화롭게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버치 서울 1호점의 외관. ⓒBIRCH
매장 입구에서부터 고객에게 먼저 말을 걸어오는 문구, 'Hello'. ⓒBIRCH
버치 서울 1호점 내부. ⓒBIRCH
유리공장이었던 공간의 헤리티지를 살리기 위해 에스프레소 바에 유리 소재를 사용했다. ⓒBIRCH
유리 조각을 활용해 제작한 테라조 무늬 상판. ⓒBIRCH
버치 1호점 플랫 아이언 매장의 바 뒤편 빨간 벽돌을 오마주한 모습. ⓒBIRCH

버치의 첫 해외 매장이자 서울 첫 매장인만큼 공간 디자인에도 심혈을 기울이셨을 것 같아요.

Jayson 이 자리가 앞전에 유리공장이었기 때문에 그 특성을 살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바 테이블에 유리 조각을 테라조 무늬로 넣어 유리공장이 있던 자리라는 헤리티지를 드러냈죠. 테라조 무늬이게 다 원래 있던 유리공장 유리를 재사용해서 테라조를 만들었어요. 이 공간의 헤리티지를 살리고 로컬라이징 한 요소죠. 그리고 제가 맨 처음 버치에서 근무를 시작했던 매장이 플랫 아이언 매장인데 바 뒤에 벽면이 빨간 벽돌이었어요. 제가 처음 근무를 시작했던 매장의 시그니처 디자인을 일부 저희 매장에도 재현을 했고요.

뉴욕과 서울 지점에서 만날 수 있는 버치 라이브러리. ⓒBIRCH,designpress

버치 매장 어딜 가나 책이 잔뜩 꽂혀 있는 책장을 만날 수 있던데 이 또한 버치의 시그너처 공간 요소 중 하나일까요?

Jayson ‘북 커뮤니티’라고 해서 기부받은 책을 매장에 가득 채워 놓아요. 버치 속 또 하나의 커뮤니티인 셈이죠. 이 책을 읽고 싶은 사람은 매장에서 편히 읽고, 빌려 가고 싶으면 빌려 가고 또 이 책을 갖고 싶으면 가질 수 있도록요. 왜냐하면 저희도 모두 기부받은 책이기 때문에 이 책들이 필요한 사람에게 가기를 바라거든요. 이러한 문화를 만들었던 이유는 브랜드 초창기 사람들이 매장에만 오면 노트북만 들여다보는 것 때문이었어요. 사람과 사람이 눈을 마주치며 대화도 하고 혹은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한시적으로 와이파이를 꺼 놓기도 했죠. 그 당시 뉴욕의 여러 커피숍들도 와이파이를 제공하지 않았어요. 물론 지금은 워낙 스마트폰 시대라 와이파이 없는 게 무슨 소용인가 싶어 다시 제공하고 있기는 하지만요.

해외 발 커피 로스터리 브랜드로서 서울 지점 오픈을 통해 궁극적으로 그리는 그림이 있을까요?

Jayson 물론 많은 사람에게 널리 알려지는 게 좋긴 하겠죠. 하지만 버치가 사람들 삶의 일부분이 되었으면 해요. ‘유명한 스페셜티 커피를 팔고, 어떤 원산지의 원두를 들여오고’를 강조하는 곳이기 보다, 언제 와도 항상 같은 맛을 내는 커피숍으로요. 마치 우리나라의 국밥집 같은 느낌인 거죠. 아무 때나 편히 들릴 수 있고, 언제 와도 같은 맛을 기대할 수 있잖아요. 스페셜티 커피 라인업을 엄선해서 들여와 소개하는 카페는 이미 많아요. 그런 카페도 반드시 우리 삶에 필요하고요. 저희는 저희가 늘 해 오던 대로 해 나가려고요.

버치를 뉴욕에서 이미 만나봤거나 혹은 서울에서 처음 만나게 될 이들에게 한마디 건넨다면요?

Jeremy 뉴욕에서 저희를 만났던 분들은 거기서 마셨던 커피의 맛을 서울에서도 똑같이 기대하셔도 좋을 거예요. 그리고 아직 버치를 접해보지 않으신 분들은 빨리 만나고 싶네요!

Jayson 뉴욕과 서울의 버치 맛을 동일하게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으니 ‘맛’으로 실망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웃음)

마지막으로, 커피 브랜드를 창업하고 14년이라는 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경영해온 경험자로서 새롭게 커피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Jeremy 별것 아닌 것 같은 아이디어에 주목할 줄 알아야 해요. 그 아이디어를 추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죠. 시작하기에 앞서 최종 결과를 내다보려 하고 거기에 집착하는 건 지금 당장 필요치 않아요. 단지 현재 내가 하려는 것과 해야 하는 것들에 집중해 보세요. 특히, 자만심은 우리의 적으로 두어야 하고요.

로고 디자인 다니엘 존슨

제품 디자인 다니엘 존슨

공간 디자인 투래빗 디자인(서울 1호점)

하지영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BIRCH

하지영
에디터가 정의한 아름다운 순간과 장면을 포착하고,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세상에 선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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