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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9

눈물 한 방울에 담긴 감정의 총체

서울에서 만나는 유야 하시즈메 ‘Eyewater’
일본을 넘어 글로벌 아트 신(Scene)과 마켓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 유야 하시즈메(Yuya Hashizume)의 대규모 전시가 서울에서 열린다. 고양이를 안은 채 눈물 한 방울을 떨구는 프레임 속 인물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다면 이미 작가의 작품 세계에 빠져든 것.
유야 하시즈메 | 이미지 제공: PBG

유야 하시즈메(Yuya Hashizume)는 2017년 ‘눈물 한 방울’을 의미하는 ‘Eyewater’ 시리즈를 선보이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감성이 묻어나는 해당 작품은 <도라에몽>의 작가인 후지코 F. 후지오(Fukiko F. Fujio)의 작화 스타일에서 영향을 받은 일련의 시리즈다. 아이가 우는 장면을 비롯해 자연스러운 곡선, 캐릭터의 얼굴에서 큰 비율을 차지하는 눈동자 등 후지코의 작품 면면에 드러나는 특징적인 요소들은 ‘Eyewater’에서도 유사하게 표현된다.

eyewater animal, ver. Morokoshi&Corn jade, 162x112cm, Acrylic paint on canvas, 2023 | 이미지 제공: PBG
eyewater animal, ver. Morokoshi&Corn blue | 이미지 제공: PBG

일종의 ‘참조’를 통해 본인의 스타일을 구축한 유야 하시즈메는 바스트 숏(bust shot) 초상화가 인기를 끌던 신의 흐름에 힘입어 ‘Eyewater’ 시리즈의 핵심 모티프를 완성했다. 비스듬히 서서 동물을 안고 있는 인물은 하나의 만화적 틀로 역할하는 캔버스 안에서 끊임없이 복제되며 팝아트적인 구조를 드러내기도 한다.

가나포럼스페이스에서 진행 중인 〈eyewater - Common Jade〉 전시 전경 | 이미지 제공: PBG
프린트베이커리 더현대서울점에서 진행 중인 〈eyewater - Common Kingfisher〉 전시 전경 | 이미지 제공: PBG

가나포럼스페이스와 더현대서울 두 곳에서 열리는 유야 하시즈메의 이번 전시는 공간별 구성을 달리하며 시리즈의 모티프가 가진 변주 가능성을 소개한다. 꾸준히 ‘덜어내는 것’을 시도하고 있는 작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MOKO’ 시리즈는 아웃라인이 지워진 채다. 작가는 아웃라인을 작업 말미에 마무리하는 제작 과정상 어떤 작업에 있어서는 아웃라인이 없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만화에 있어 필수적인 표현으로 여겨지는 요소를 과감히 덜어낸 것에서 그의 새로운 시도를 확인할 수 있다. 

‘2023 -> 2024’ 시리즈도 눈길을 끈다. 작가가 올해부터 내년에 걸쳐 제작하려는 신작은 오래도록 내면에 품고 있던 여러 가지 의문들을 소재로 전개될 예정이다. 캔버스 속 내내 비스듬히 서 있던 인물들이 이 시리즈에서는 정면을 향하게 되면서 관람객과 마주 보며 걷고 때로는 관람객을 두고 홀연히 사라지기도 할 것이다.

〈eyewater - Common Jade〉 전시 전경 | 이미지 제공: PBG

전시의 중심이 되는 맥은 고려청자의 ‘비색(翡色)’에서 영감받은 작품이다. 일본의 한국 고미술 박물관에서 한국의 옛 공예품을 보며 큰 매력을 느낀 작가는 그중에서도 고려청자가 품은 투명한 빛깔에 매료되었다. 빛을 받으면 한없이 투명해지다가도 어느덧 먹색에 가까운 빛을 띄는 무한의 색. 작가는 관람객이 비색에 온몸으로 감응하기를 바라며 가나포럼스페이스 공간 전체를 비색으로 물들이기도 했다.

이미지 제공: PBG

가나포럼스페이스에서는 비색을 중점적으로 조명한다. 신발을 벗은 채로 비색의 카펫을 밟으며 전시를 관람하다 보면 마치 청자 안으로 들어선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더현대서울에서는 약 6m 높이의 거대 에어 벌룬을 통해 작가의 작품을 더욱 실감할 수 있다. 다채로운 카테고리로 구성된 전시 굿즈 역시 만나볼 수 있으니 가능한 2개 전시를 함께 관람할 것을 추천한다.

MINI Interview with 진혜민 팀장

프린트베이커리 홍보팀
〈eyewater - Common Kingfisher〉 전시 전경 | 이미지 제공: PBG
더현대서울 1층에서는 거대한 에어 벌룬으로 구현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 이미지 제공: PBG

ㅡ 전시는 갤러리와 백화점, 2개 장소에서 동시에 열립니다. 각 공간을 어떻게 구성하셨나요?

유야 하시즈메는 해외 전시를 열 때마다 해당 국가의 아이덴티티를 작품에 녹이려고 합니다. 이번 대규모 한국 전시에서는 고려청자의 ‘비색’과 ‘물총새’를 테마로 잡았는데요. 서울 평창동 가나포럼스페이스에서 열리는 〈eyewater – Common Jade〉는 고운 청자의 비색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투명한 청자가 햇빛에 반사되어 수십 가지 빛깔을 내듯, 다양하게 표현된 비색의 원화 작품 13점을 만나 보실 수 있어요.

더현대서울에서는 색다른 전시가 펼쳐집니다. 3층 높이의 대형 벌룬을 통해 보다 많은 관객이 작품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고, 프린트베이커리 매장에서는 ‘물총새’를 테마로 한 원화 작품과 오브제, 굿즈 팝업 전시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전시 굿즈로 출시된 ‘Eyewater tote bag’ 3종 | 이미지 제공: PBG
‘Cereal mug’와 ‘Eyewater cup’ | 이미지 제공: PBG

ㅡ 굿즈에 대한 현장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기획 시 주안점을 두었던 부분이 궁금합니다.

다년간 아트웍을 활용한 굿즈 개발을 전문적으로 진행해 온 프린트베이커리의 상품 기획력과 작가의 꼼꼼함이 만나 시너지를 발휘한 것 같아요. 최초 기획 단계에서 다양한 품목이 논의되었고, 작품의 매력 포인트를 가장 잘 살릴 수 있으면서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유리컵, 그립톡, 에코백 등 보다 일상에 깊이 스며들 수 있는 품목으로 결정했습니다. 이외에 컬렉터블한 아이템으로 판화 에디션과 피규어 에디션, 세라믹 챔버를 준비했고요. 판화 에디션 같은 경우는 정식 출시 전 한정판 거래 플랫폼인 ‘크림(KREAM)’을 통해 일부 수량을 선공개했는데, 오픈 세 시간 만에 완판 되었습니다.

ㅡ 전시의 관람 포인트를 짚어주신다면요?

작가는 ‘Eyewater’ 시리즈를 접한 이들에게 ‘눈물’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수차례 받았다고 합니다. 대부분 눈물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여 작가가 눈물을 그리는 이유에 의문을 품은 거죠. 하지만 작가는 눈물을 ‘긍정’과 ‘부정’이 모두 섞인 감정의 발현이라고 봅니다. 

눈물을 소재로 한 그림 중 유럽의 종교화를 보면 종종 한탄하고 눈물을 흘리는 인물을 발견할 수 있어요. 피카소의 <우는 여자>도 마찬가지일 텐데요. 유야 하시즈메의 ‘Eyewater’ 속 눈물은 일정한 톤과 무표정으로 표현하여 조금은 새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감정을 숨기고 표면적으로 읽히는 정보만을 인식하는 요즘. 유야 하시즈메의 담백한 그림체에서 느껴지는 수많은 감정들을 다리삼아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그 따뜻한 눈망울이 전하는 이야기에 깊이 집중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Information

 

〈Eyewater – Common Kingfisher〉

전시 기간 2023. 03. 17 – 04. 05

전시 장소 프린트베이커리 더현대서울점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대로 108, 2F)

운영 시간 10:30 – 20:00 (금~일 20:30까지)

전시 주최/주관 PGB

전시 기획 PGB

 

〈Eyewater – Common Jade〉

전시 기간 2023. 03. 18 – 04. 13

전시 장소 가나포럼스페이스 (서울시 종로구 평창30길 24)

운영 시간 10:00 – 19:00 (월요일 휴무)

전시 주최/주관 PGB

전시 기획 PGB

김가인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PBG

김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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