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25

세계적 광고제에서 극찬 받은 국내 광고 캠페인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캠페인 〈모두의 드리블〉
세계적인 광고제에서 금상과 은상, 동상을 모두 거머쥔 국내 회사가 있다. 2022 클리오 스포츠 어워드(Clio Sports Awards)에서 수상한 국내 광고·캠페인 대행사 디마이너스원(D-1)이 그 주인공. 디마이너스원은 이 광고제에서 상을 받은 유일한 한국 회사이기도 하다. 이번 어워드에서 이벤트 체험 부문 금상, PR 부문에서 은상을 차지한 작품이 〈모두의 드리블〉 캠페인이다. ‘축구공이 갈 수 있는 길이라면, 휠체어도 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는, ‘이동약자도 쉽게 축구장으로 향하게 하는 지도’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모두의 드리블〉 캠페인 이미지

이번 쾌거는 단 한 번의 행운으로 이룬 것이 아니다. 디마이너스원은 세상을 향한 따스한 시각을 보여주는 콘텐츠를 성실하게 만들어 왔기 때문. ‘선하고 영리하게’ 캠페인을 제작하려고 노력한다는 이들은 교통약자부터 장애인,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캠페인역시 다채롭게 전개했다. 좋은 취지를 흥미롭게 풀어내며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브랜드의 가치를 자연스레 전달하고 싶다는 디마이너스원, 이들의 크리에이티브는 무엇이 특별할까?

▲ 〈모두의 드리블〉 캠페인 영상

Interview with 김동길·김장한

D-1 공동대표

〈모두의 드리블〉 캠페인은 휠체어와 공을 연결하면서 출발한 듯 보여요. 휠체어와 공을 어떻게 연결하게 되었나요?

김장한 당시 한국프로축구연맹과 하나금융그룹은 이동약자를 위한 사회 공헌 활동을 수년째 진행해 오고 있었어요. 여러 해에 걸쳐 활동해 온 이들의 진정성이 많은 축구 팬에게 전달되길 바랐죠.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축구 팬들의 관심사인 ‘축구’에서 시작해야 했습니다. 축구와 이동약자의 교집합을 찾는 일부터 했어요. 동그란 공과 동그란 휠체어 바퀴, 굴러가는 공과 굴러가는 휠체어. 그렇게 고민을 거듭하던 중, 이 한마디가 회의실의 적막을 깼지요. “공이 갈 수 있는 길이라면, 휠체어도 갈 수 있지 않을까?”

특히 아이디어와 기술, 대중의 오프라인 참여를 한데 엮어낸 점이 감탄스러워요. 기획자 입장에서는 해결할 과제가 많았을 텐데요. 캠페인을 구체화해 나가며 어떤 부분에 집중했어요?

김동길 ‘선의만으로 캠페인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점에 집중했어요. 이동약자를 위해 지도를 만드는 일이 좋은 일이라고는 해도, 팬들이 ‘도와줘서’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재미’가 필요했습니다. 경기장을 방문한 축구 팬은 단지 드리블 이벤트가 재미있어서 참여했는데, 그 결과가 이동약자를 위한 지도로 이어지도록 설계했어요. 이렇게 구조를 만들고 나니 그 외 많은 일들이 순탄하게 흘러갔습니다. 실제로 ‘그냥 재미있어 보여서’ 참여한 분이 많았습니다. 참여한 후 설명을 듣고 나서는 좋은 일에 함께했다는 뿌듯함을 느끼셨고요.

〈모두의 드리블〉 캠페인 이미지

김장한 〈모두의 드리블〉 행사뿐 아니라 오프라인 행사 대부분은 변수의 대축제입니다. 플랜 B는 물론 플랜 C까지 준비해 두어도 예상치 못한 이벤트는 늘 발생하더군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말이죠. 하지만 안전에서만큼은 변수가 있어선 안 돼요. 그래서 안전에 가장 신경 썼습니다. 경기장 내부까지 자유로이 도착하라는 미션은 참여자에게 자유도를 주지만, 기획자 입장에서는 대단히 불안한 요소일 수밖에 없었어요.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대비하는 작업을 선행했습니다. 차량과 동선이 겹칠 만한 길은 사전에 차량을 통제했고, 참여하는 팀마다 안전 스태프 한 명이 동행했죠. 그 결과 다행히 우려했던 사고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캠페인 진행 현장 모습. 축구를 좋아하는 이들이 신나게 참여했다.

‘모두의 축구장, 모두의 K리그’는 하나금융그룹과 한국프로축구연맹이 2020년부터 진행한 캠페인이죠. 〈모두의 드리블〉 캠페인으로는 이전 캠페인과는 또 달리 어떤 점을 강조하고 싶었나요?

김동길 말씀하셨듯 ‘모두의 축구장, 모두의 K리그’는 지난 수년간 이어져 왔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사실을 많은 분이 알지는 못했어요. 취지는 좋으나 사람들에게 널리 퍼지지는 못한 셈이죠. 우리는 취지에 크리에이티브를 더하려 했어요. 정확하게는 ‘참여의 크리에이티브’를 더했습니다. 축구를 구성하는 요소는 아주 많죠. 우리는 그중 각별히 중요한 요소가 ‘팬’이라고 생각했어요. K리그가 하는 일을 제일 먼저 알아야 하는 사람들, 그리고 제일 열심히 동참해 줄 사람들이 모두 K리그의 팬이니까요. 그들과 함께 이동약자 지도를 만들기로 방향을 설정했습니다.

〈모두의 드리블〉 캠페인은 크게 호평받았어요. 지난해엔 클리오 스포츠 어워드에서 금상을 수상했어요. 상을 받으러 뉴욕에도 다녀왔죠?

김장한 믿기지 않았어요. 수상 자체도 큰 영광이었지만, 유수한 글로벌 기업 사이에 우리의 이름이 있다는 사실이 정말 짜릿했어요. 아마 우리는 이번 클리오에서 수상한 회사 중 규모 면에서 가장 작은 회사일 거예요. 세계 무대에서 거둔 쾌거로, 크리에이티브에는 경계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아직 규모는 작을지 몰라도 크리에이티브 면에서는 결코 뒤처지지 않는 우리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미국 뉴욕에서 열린 클리오 스포츠 어워드 시상식에 참석한 디마이너스원

캠페인으로 완성한 지도를 실사용하는 휠체어 이용자들의 후기 영상을 보았어요. 오랫동안 사용되는 캠페인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요?

김동길 캠페인이 지속 가능성을 가지려면, 다루는 문제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표면적으로만 이해하고 제작한 캠페인은 캠페인의 본질적 목적을 달성할 수 없습니다. ‘목적에 부합하는가’를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캠페인이 해결하고자 하는 목적을 기본으로 두고 여러 측면을 고려하다 보면, 비교적 옳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 K리그 채널에 올라온 〈모두의 드리블을 통해 만들어진 지도는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요?〉 영상
캠페인으로 완성된 이동약자 지도. K리그 경기장으로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다. 지도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모두의 축구장, 모두의 K리그 지도 링크

〈모두의 드리블〉 외에도 디마이너스원이 제작한 콘텐츠에서는 온기가 느껴졌습니다. 사람의 시선을 모을 만큼 흥미로우면서도 어떠한 선을 지키고,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드러내고요.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김장한 선하고 영리하게, 캠페인을 제작할 때 늘 유념하는 말입니다. 취지만 좋은 캠페인은 많은 사람에게 도달할 수 없고, 크리에이티브만 반짝이는 캠페인은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고 생각해요. 결국 좋은 크리에이티브는 주목하게 하고, 좋은 취지는 함께하게 합니다. 주목받고 함께하게 하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어요. 그중 한 방법은 ‘낯선 것에서 익숙한 것을, 익숙한 것에서 낯선 것을’ 찾는 거예요. 사람들은 익숙한 환경에서는 낯선 것에 관심을 갖고, 낯선 환경에서는 익숙한 것에 친근감을 느낍니다. 〈모두의 드리블〉 캠페인 역시, ‘이동약자 지도’라는 낯선 소재를 축구 팬들에게 익숙한 ‘드리블’을 통해 풀어낸 크리에이티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두의 드리블〉 캠페인 이미지

교통약자, 장애인, 독립유공자, 실종아동,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캠페인부터 환경 보호나 투표를 독려하고 HIV에 대한 오해를 푸는 콘텐츠를 두루 만들었지요.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한 다사로운 시각이 느껴져요.

김동길 세상에는 목소리가 필요한 일이 참 많습니다. 분명 누군가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여야 할 일인데 눈앞에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죠. 관심을 가져야 마땅한 일에 더 많은 이가 관심을 갖게 하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이 미담이 들려오는 가게나 기업을 응원하고 소비하는 걸 보면 알 수 있어요. 누구에게나 세상이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요. 우리의 캠페인이 그런 마음을 품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만 있다면 세상이 더 나아지리라고 믿어요.

투표 독려 캠페인 〈세상이 바뀔 리가 없어〉(2016)
서울시와 함께한 캠페인 〈기억하지 않으면, 진실은 사라집니다〉(2019) ‘기억의 터’는 ‘위안부’ 피해자분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많은 사람에게 기억의 터의 존재와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각도에 따라 이미지가 다르게 보이는 렌티큘러 포스터를 사용했다. 2020 대한민국광고대상 인쇄광고부문 동상을 수상했다. ​

또 무엇보다 이 일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웃음) 아이디어를 고민하는 일이 언제나 즐거울 순 없죠. 다만 긴 고민의 끝에 결국 답을 찾고, 그 답을 세상에 내보내 메시지를 전하는 과정이 두근거리고 행복해요. 좋아서 하는 일이 세상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 우리가 이렇게 걸어온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해요.

질병관리청과 함께한 캠페인 〈오해를 풀어주세요, HIV-Fi 패스워드〉(2020) 2021 앤어워드 의료/건강부문 그랑프리 수상작이다.

일하면서 잊지 않으려 하는 생각이 있어요?

김장한 누구의 예산으로 캠페인이 만들어지는지 잊지 않으려 합니다. (웃음) 좀 더 설명을 덧붙이자면, 디마이너스원은 공익캠페인을 지향하지만 결국 광고라는 범주 안에서 수많은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움직입니다. 우리의 생각을 믿는 기업이나 공공기관들 말이죠. 그러므로 이러한 활동이 단기적으로든 장기적으로든 브랜드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사람들에게는 즐길 거리를, 브랜드에는 호평과 매출을, 사회에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면, 더 많은 기업이 세상을 바꾸는 일에 뛰어들 것이라고 믿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소방청, 동해시와 함께한 캠페인 〈불길을 막는 벽화, 마을을 지키담〉(2022) 강릉과 동해는 2022년 3월 발생한 대형 산불로 커다란 피해를 입었다. 화재는 주민에게 상처로 남았다. 소방의 날을 맞아 주민의 마음을 치유하는 한편 화재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캠페인을 기획했다. 불이 잘 붙지 않는 특수 페인트로 그린 벽화는 화재의 확산 속도를 낮춰 주민이 대피할 골든타임을 확보하게 한다. 2022 앤어워드 정부/공공/지자체 부문 수상작 ​

● 소개하고 싶은 디마이너스원의 캠페인 3

1. 〈그대로괜찮은쿠키〉 캠페인

“그대로괜찮은쿠키는 장애인식 개선을 위해 만들어진 쿠키입니다. 팔이나 다리 한쪽이 짧아 익숙하지 않은 형태이지만, 그 모습 그대로 완전하고 똑같이 맛있는 쿠키이죠. 사람들의 이야기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서로의 모습은 조금 달라도 각자의 모습 그대로 완전하고 괜찮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어요. 이 캠페인은 2017년도에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캠페인입니다. 지금은 전국 1,000개가 넘는 학교에서 장애인식 교육용으로 사용되고 있는데요, 판매수익금 일부는 장애인식 개선을 위해 기부됩니다. 이 캠페인은 디마이너스원이 추구하는 지속가능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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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이지킴 키재기판〉 캠페인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에버랜드에 실종아동의 모습을 한 키재기판을 제작하여 설치했습니다. 놀이기구 탑승 전 아이의 키를 측정하는 과정에서 우리 아이와 비슷한 또래의 실종아동을 보며 공감과 경각심을 느낄 수 있게 하였죠. 많은 분이 이 캠페인을 실종아동찾기 캠페인이라고만 생각하지만, 은연중에 느낀 경각심이 실종아동 예방을 위한 ‘지문 등 사전등록’으로 이어질 수 있게 유도하는 데도 섬세히 신경을 썼습니다. 이 캠페인은 단순히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서 나아가 즉각적인 참여를 이끌어냈어요. 넓은 범위의 문제를 다루는 한편, 그와 연결되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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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빙그레 투게더 ‘그 해의 계절’ (30초) TV CF

“빙그레는 2018년부터 투게더의 이름으로 독립유공자 후손 장학사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장학사업을 넘어 많은 이에게 독립유공자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전하고자 캠페인을 진행해 왔지요. 이 CF로는 4월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6월 10일 6·10만세운동, 그리고 8월 15일 광복 등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역사적인 날들을 시의적절하게 보여주었습니다. 4월, 6월, 8월에 맞는 계절의 특징을 영상 안에 자연스레 담아내려 노력했습니다. 브랜드의 메시지와 디마이너스원의 기획과 생각을 30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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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영 기자

자료 제공 디마이너스원

김유영
에디터. 이야기를 듣고 기사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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